시진핑(習近平)중국 국가주석과 덩샤오핑(鄧小平)전 주석,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의 일가를 포함해 중국의 정,재계 및 군부의 최고위층 친인척들이 조세피난처로 악명높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최소 수 백 개의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만들어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2000년 이후 현재까지 해외로 유출된 중국 자산규모는 최소 1조 달러(약 1070조 원),최대 4조 달러(약 4280조 원)으로 추산됐다. 시 주석이 연일 부패타파를 강도높게 촉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고위층의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역외 탈세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중국 정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엄청난 파장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22일 싱가포르와 버진아일랜드 소재의 기업 2곳으로부터 빼내온 2000기가바이트 분량의 방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국 및 홍콩의 최고위층 및 부호 2만1321명이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거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폭로했다. 이 중에는 시 주석 큰누나의 남편 덩자구이(鄧家貴)를 비롯해 덩 전 주석의 사위 우젠창(吳建常), 원 전 총리의 아들 원윈쑹(溫雲松), 리펑(李鵬) 전 총리의 딸 리샤오린(李小琳) 등 핵심 권력의 가족들이 망라돼있다.
ICIJ 측이 공개한 중국인 명단에는 여성 부호 1위인 양후이옌(楊惠姸), 부동산개발회사 소호차이나의 공동설립자 겸 회장 장신(張欣), '중국의 빌 게이츠 '로 불리는 인터넷기업 텐센트의 공동설립자 마화텅(馬化騰) 등 이른바 '수퍼리치' 16명도 포함됐다. ICIJ에 따르면 크레디트스위스, UBS 등 세계적인 금융사와 세계 1위 글로벌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등이 중국 최고위층에게 페이퍼컴퍼니 설립 서비스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ICIJ는 오는 23일 구체적인 자료를 공개할 예정이다.
다국적 비영리 탐사보도 기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22일 제기한 중국 최고위층 역외 탈세 의혹은 시진핑(習近平)국가주석, 덩샤오핑(鄧小平)전 주석,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 등 핵심 권력층 일가가 연루돼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방대한 규모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ICIJ의 이번 폭로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회사 2곳(포트컬리스 트러스트네트와 커먼웰스 트러스트)에서 빼내온 기밀자료 만을 토대로 한 것이란 점에서, 중국 정,재계 '파워 엘리트'들이 조세도피처에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만들어 역외탈세를 시도한 실제 규모에 비하면 '빙산에 일각'에 불과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ICIJ는 홈페이지에 올린 분석 기사에서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중국 및 홍콩인은 총 2만 1321명으로, 미국 3713 명에 비해 6배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 블룸버그통신 등이 그동안 보도해온 중국 최고위층 비리 중 상당부분이 이번에 사실로 확인된 셈이어서 메가톤 급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관심이 집중된 것은 시 주석 등 중국 전,현직 최고권력자 친인척이 연루된 부분이다. 시 주석 큰 누나의 남편인 덩자구이(鄧家貴)는 버진아일랜드에 '엑셀런스 에포트 부동산개발'이란 회사를 세워 지분 50%를 소유하고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지분은 중국의 유명한 부동산 재벌 2명의 소유로 돼있다. 회사 설립 시점은 지난 2008년 3월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이미 지난 2012년, 덩자구이가 막대한 부동산과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희토류 개발에 투자해 엄청난 이익을 챙겼다고 보도해 파문을 일으켰다.
원 전 총리의 아들 원윈쑹(溫雲松)은 아버지가 총리로 일하고 있던 지난 20006년 버진아일랜드에 '트렌드 골드 컨설팅'사를 세웠다가 2008년 폐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원이 유일한 직원이자 지분 소유자였다는 점에서, 이 회사는 페이퍼 컴퍼니인 것으로 추정된다. 원 총리의 외동딸 원루춘(溫如春)은 비록 페이퍼 컴퍼니 설립자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미국 금융회사 JP모건체이스에 자문해주는 명목으로 180만달러를 받는 등 수상한 거래가 포착된 바있다고 ICIJ는 언급했다.
ICIJ는 "지난 수 주동안 원 전 총리 가족을 포함해 여러 사람에게 해명을 요구했지만 답변을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원 전 총리는 ICIJ가 자식들의 탈세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ICIJ는 지난 18일 원 전 총리가 홍콩 밍보(明報)에 공개된 서한을 통해 "나는 결코 권력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취하는 어떤 거래에도 개입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개입하지 않을것" 을 이번 조사에 대한 반응으로 해석했다.
권력층 뿐만 아니라 부호들도 버진아일랜드에 경쟁적으로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 83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중국 최고 여성 부호 양후이옌(楊惠姸)은 2006년 UBS와 손잡고 버진아일랜드에 회사를 세웠고, 부동산개발회사 소호차이나의 공동설립자 겸 회장 장신(張欣) 역시 UBS의 도움을 받아 '코뮨인베스트'란 회사를 만들었다. 리진위안(李金元) 티엔스그룹 회장은 버진아일랜드에 7개 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ICIJ가 지목한 부호 16명 명단에는 부정대출 혐의 등으로 체포돼 14년 형을 선고받은 황광유( 黃光裕) 전 궈메이그룹 회장 부부와 상하이(上海) 최대 부동산개발업자였다가 탈세 등의 혐의로 체포된 저우정의(周正毅) 전 눙카이 그룹 회장도 포함돼있다.16명의 총 자산은 약450억 달러(약 49조 원)로 추산된다. ICIJ는 " 중국 국민들은 ( 최고위층 비리가) 투명하게 모두 공개된다면 현 시스템이 얼마나 부패해있으며, 관리들이 불법적 수단을 이용해 어떻게 축적해왔는지를 알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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