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1차세계대전 100년...민족갈등은 현재진행형

bluefox61 2014. 6. 26. 11:00

 오는 28일은 1차세계대전의 발화점이 됐던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 암살사건이 발생한지 꼭 100년이 되는 날이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왕위계승권자였던 페르디난트 대공은 1914년 6월 28일 보스니아(현재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수도 사라예보 시청 앞에서 세르비아계 청년 가브릴로 프린치프가 쏜 총에 맞아 숨졌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7월 28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세르비아를 상대로 선전포고를 하고, 8월 1일 독일이 룩셈부르크 국경을 넘어 서쪽으로 진격하면서 유럽 전체를 피바다로 만든 1차세계대전이 발발했다.
 28일부터 사라예보는 물론 유럽 전역에서 대대적인 1차세계대전 100주년 기념행사가 이어질 예정인 가운데, 이를 계기로 유럽의 해묵은 민족 갈등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최근 보도했다. 특히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내 보스니아계와 세르비아계는 100주년 기념행사를 따로 여는 등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세르비아계는 보스니아계가 100주년 기념행사를 독식하면서 1차세계대전의 발발 책임뿐만 아니라 1990년대 유고 내전의 책임까지 세르비아계에게 돌리는 등 역사왜곡을 자행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8일 사라예보 시청에서는 오스트리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콘서트가 성대히 열린다. 페르디난트 대공이 총을 맞은 역사적인 장소인 시청은 1992년까지 도서관으로 사용되다가 보스니아와 세르비아 간의 전쟁 때 폭격을 맞아 무너진 후 재건됐다. 오스트리아는 왕위계승자가 살해 당한 곳에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보냄으로써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세계에게 전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지만, 정작 세르비아계 정치지도자들은 아무도 콘서트에 참석하지않을 예정이다. 세르비아계는 이날 행사를 보이콧하고, 오는 7월 28일 동부 도시 비제그라드에서 별도의 기념식을 갖는다.

 

<최근 재건된 사라예보 시청>

 

<내전 당시와 재건 후 시청 홀>

 

<1914년 6월 28일 사라예보 시청 앞 . 페르디난트 대공 부부가 차에 올라타려는 순간이다>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사라예보에서 개최됐던 '세계대전: 지역적 접근과 글로벌 컨텍스트'란 국제학술대회 역시 민족 갈등으로 인해 반쪽짜리 행사로 치러졌다. 당초 사라예보대 역사연구소와 프랑스 소르본대 공동주최로 열릴 예정이었지만, 소르본대 역사학자들이 "세르비아계, 보스니아계, 크로아티아계 지식인들을 한자리에 모아 민족간 화해의 대화를 갖자"고 제안한 것이 화근이 됐다. 사라예보대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소르본대 측과 사이가 틀어졌고, 결국 소르본대가  대회 불참을 선언한 것. 사라예보대는 "역사학자들만 참여하는 순수한 학술대회"라는 점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사실은 예민하기 짝이 없는 민족 문제를 새삼 건드릴까봐 부담스러워한 것으로 보인다.

 

 

<프린치프 체포 순간>


 페르디난트 대공 암살범 프린치프를 둘러싼 논란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보스니아계와 서방 역사학자들은 프린치프를 테러리스트에 가까운 과격 슬라브민족주의자로 보고 있는 반면, 세르비아계는 그를 제국주의에 맞서 민족 자유를 쟁취하려 했던 투사로 평가하고 있다. NYT에 따르면, 최근 세르비아 언론에는 "페르디난트 암살  1년전부터 오스트리아가 전쟁을 계획했다""우리는 전쟁 책임이 없다" 등 선정적인 제목과 내용의 기사들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띄고있다.
 한편 프랑스 언론들은 앞으로 수개월동안 자국 내에서만 최소 2000건의 1차세계대전 관련 행사가 열린다고 보도했다.특히 오는 7월 5일부터 27일까지 열리는 세계최대 사이클대회인 '제101회 투르 드 프랑스'에서는 출전선수들이  1차세계대전의 주요 격전지를 연결하는 코스를 달릴 예정이다. 지난 22일에는 투르 드 프랑스 조직위 후원으로 1차세계대전 100주년기념 '2014 사라예보 그랑프리 사이클 대회'가 개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