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역사적인 한국방문을 계기로 아시아 가톨릭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AFP,로이터통신 등은 13일 추기경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의 말을 인용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 방문을 "아시아 대륙의 모든 국가들을 향해 발언하는 여행"으로 삼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3월 즉위 이후유럽, 중남미, 미국에서 치솟은 교황의 인기와 영향력이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아시아로도 확산될 수있을지를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인구의 60%가 몰려있는데도 가톨릭 신자는 약 12%에 불과한 아시아에 교황이 가는 것은 바티칸에게 '도전이자 기회'라고 분석했다.
'바티칸의 총리'격인 파롤린 국무원장은 바티칸텔레비전 및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와의 인터뷰에서 교황의 한국방문이 갖는 의미를 첫째 "정치·경제적으로 점점 더 중요해지는 극동지역 첫 방문", 둘째 "한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 대륙 모든 국가들을 향한 메시지 기회", 셋째 "아시아의 미래, 특히 아시아 청년들의 미래에 대한 관심"으로 정리했다. 파롤린 국무원장은 한국 가톨릭이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면서도 헌신적인 공동체로 성장해온 사실을 지적하면서 "한국에서 열리는 시복식의 순교자 124위 중 신부는 1명 뿐이고 나머지는 평신도들인데, 순교자 신분이 최하층부터 최고위까지 다양하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 가톨릭 교회의 특징 중 하나"라고 말했다. 또 교황과 세월호 유가족의 만남과 관련해 "극적이고도 비극적인 이 사건이 한국사회에 남긴 많은 상처와 고통, 논란을 알고 있다"며 "교황께서 한국 사회의 고통을 완화하고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관련해서도 "교황께서 남북한간의 대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보내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AFP통신은 파롤린 국무원장의 이같은 발언들에 대해 "한국 가톨릭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모델이 되기를 바티칸이 바라고 있다"고 해석했다.
교황청과 가까운 선교매체인 아시아뉴스의 베르나르도 체르베레라 편집국장은 13일자 NYT와 인터뷰에서 "교황이 한국 방문을 통해 '교회는 자유롭고 유교 전통을 가진 국가에서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중국에 보여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노트르담대의 아시아종교전문가인 라이오넬 젠슨 교수 역시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 교황의 한국방문, 그리고 내년 1월 필리핀과 스리랑카 방문일정 공개, 그 자체만으로도 아시아에 대한 바티칸의 새롭고도 매우 중대한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WSJ은 유럽과 미국에서 줄어드는 가톨릭 신자수를 상쇄시키는데 아시아가 가능성있는 지역이 될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힌두교, 이슬람교와 긴장이 형성될 수 있고 개신교 선교활동과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그런가하면 허핑턴포스트는 한국 가톨릭의 보수,진보 세력간의 갈등을 지적하면서 "교황이 한국에서 깊게 분열된 가톨릭 공동체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282년만에 탄생된 비유럽 교황으로서 이탈리아의 텃세와 교황청 관료주의를 넘어서기 힘들 것이란 당초 우려와 달리, 특유의 '리더십'으로 교회와 일반인의 간격을 크게 좁히며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신자는 물론 비신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으며 전세계의 존경을 받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리더십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지난해 3월에 즉위한 교황 프란치스코가 불과 약 1년반동안 이룩한 업적은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이다. 무엇보다 , 최대 업적은 '권위와 격식을 버린 가톨릭 교회'라고 할 수 있다. 교황은 빈자의 교회, 행동하는 교회, 포용하는 교회의 가치를 다시 세웠다. 교황 자신도 노숙자·병자·난민·미혼모 등에게 가리지 않고 다가갔다. 심지어 동성애자에 대해 "내가 뭔데 심판하겠는가"라고 하고, 무신론자에 대해선 "양심에 따라 살면 된다"고 말해 교단 보수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기까지 했다.
교황은 신도와 일반인에게는 더없이 인자하고 유머러스하기까지 하지만, 교회의 관료주의와 형식주의에 대해서는 혹독할 정도로 비판적이다. 교황이 이른바 '이미지 정치'차원에만 머물지 않고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받는 이유다. 교황은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 출신 추기경들을 대거 새로 임명했으며, 국무원장 교체 등 교황청 대규모 인사를 단행해 새바람을 불어넣었다.그런가하면 이탈리아 정·재계는 물론 바티칸과도 뿌리깊은 인연이 있는 마피아를 향해 공개적으로 파문하기까지 했다. 이같은 교황의 파격 행보는 전임 베네딕토 16세는 물론, 지금까지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있는 교황이었던 요한 바오로 2세도 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리더십에 주목하면서, 그의 리더십 스타일을 세속 정치인과 기업인들이 배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특히 문제가 많은 거대 조직의 책임자 자리를 넘겨받은 사람이라면 '교황 리더십'을 눈여겨보라는 것이다.
교황 리더십의 첫 번째 특징은 소박함이다. 교황은 즉위 직후부터 전임자들이 신었던 명품 브랜드 프라다의 붉은색 구두 대신 평소대로 검은색 구두를 착용하고 있으며, 교황궁 대신 바티칸 내 게스트 하우스에서 지내고 있다. 언제어디서나 자신의 서류가방을 직접 들고다니며, 자동차 역시 전임 베네딕토 16세가 타던 메르세데스 벤츠 대신 포드사의 중형차 포커스를 탄다. FT는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이 같은 행동들이 일반 대중들의 신뢰를 얻는 데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물론 지도자의 소박함이 반드시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다. FT에 따르면, 미국 국민들이 1970년 말 이란 주재 미국대사관 인질사건 등으로 깊은 회의주의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의 소박한 리더십은 오히려 역효과를 냈고, 후임자인 로널드 레이건에게 쏠리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행보와 반응을 볼 때 교황이 제2의 카터가 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FT는 덧붙였다.
두 번째는 신속하고도 대담한 과오 인정이다. 교황은 연설에서 "교회가 딱딱한 공식의 죄수가 돼버렸고, 과거에 매달려 새로운 문제에는 답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하곤 한다. 교황은 이처럼 교회의 문제점을 솔직하게 인정함으로써, 새로운 출발의 명분과 힘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FT는 평가했다.
세 번째는 겉치레를 버리고, 조직의 세부사항에 집중하는 점이다. 첫 번째 '소박함'과 일맥상통하는 것이지도 하지만, 교황은 겉치레를 과감히 타파하고 조직을 꼼꼼히 챙기며 장악하는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난 1년반이 일종의 '허니문 기간'이었다면, 본격적인 도전은 이제부터이다. 교황청 은행을 비롯한 교회 개혁 과제가 산더미인데다가,가톨릭 사제 성추행 스캔들에 대해 보다 과감히 나서야한다는 요구도 많다. 여성, 피임, 낙태, 동성애 역시 교황이 앞으로 풀어내야할 난제들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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