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유서깊은 오페라 하우스들이 재정위기로 고사 위기에 놓여있다. 변화하는 시대와 관객 취향에 맞춰 스스로 변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이탈리아 오페라 계의 고답적인 자세도 현재의 심각한 위기에 한 몫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임금감축을 받아들이지는 않고 파업을 일삼는 강성 노조문화 역시 이탈리아 오페라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오페라의 탄생지'로 불리는 국가이다. 주세페 베르디, 자코모 푸치니 등 수많은 작곡가들과 오페라 명작들을 낳은 곳이 바로 이탈리아다. 그러나 정작 오페라는 이탈리아 문화의 꽃으로서 명성을 급격히 잃어가고 있다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가장 큰 원인은 역시 경제위기이다. 독일 프랑스에 뒤이어 유로존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는 아직도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 이탈리아공업총연합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0.2%로 낮췄다. 이는 6개월전 예상치 0.7%보다 0.5%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각각 0.8%, 0.6%로 예상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국내총생산(GDP)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유로존에서 그리스 다음으로 높은 132.6%(2013년 말 기준)이다. 올해 말 쯤에는 이보다 더 늘어나 135.9%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처럼 재정적자가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지난해 말 정부는 오페라 계를 향해 칼을 빼들었다. 2014년 말까지 각 오페라 하우스가 균형재정을 이룩하지 못할 경우 정부 지원금을 끊겠다는 것이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대다수의 오페라 하우스들이 빚더미에 올라있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금이 중단된다는 것은 곧 문을 닫는다는 의미이다. 오페라 전문가인 엔리코 보티오 델 레페티에로는 올해 초 한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이탈리아에서 공연 후 2달 이내에 출연진과 제작진에게 임금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 오페라 하우스로 밀라노의 라 스칼라, 베네치아의 라 페니체, 토리노의 테아트로 레지오 3곳 만 지목했다.
<1737년 개관한 나폴리의 명물 산카를로 오페라하우스>
이탈리아 정부가 지난해 14개 오페라 하우스에 준 지원금은 총 1억 8300만 유로(약 2526억 원). 이탈리아 오페라 계 전체 매출의 약 35%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지난 2007년 오페라 지원금 2억 1500만 유로에서 약 3200만 유로가 줄어든 액수이다. 물론 각 지방정부들도 해당 지역의 유명 오페라 하우스에 상당 금액의 지원금을 주고 있다. 그러나 각 오페라 하우스들이 고질적인 적자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한 중앙 및 지방 정부의 지원금을 갈수록줄어들게 분명하다.
이같은 지원중단 위협에 각 오페라 하우스들은 생사를 건 몸집 줄이기를 단행하고 있다. 피렌체가극장의 극장장 프란체스코 비안치는 WSJ과 인터뷰에서 " 지난해 2월 극장장에 취임했을 당시 극장의 부채가 3500만 유로(약 483억 원)에 이르러 사실상 파산상태였다"고 털어놓았다. 비안치 극장장은 직원 55명을 해고하고 임금을 삭감했다. 이 것으로도 모자라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전 직원이 무급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임금만 1700만 유로가 들어갔다. 반면 입장권 판매 수입은 300만 유로에도 미치지 못했다. 오페라 극장 운영자 측에서는 강경 노조때문에 임금구조를 개선하고 싶어도 쉽지 않다며 화살을 노조에 돌리기도 한다. 노조원들이 '고통분담'을 거부하면서 , 극장에 작품을 올리면 올릴 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지원금 감축과 강경노조에 앞서, 이탈리아 오페라 하우스들의 변화를 거부하는 고답적인 자세가 근본적인 원인이란 비판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유럽 및 미국의 유명 오페라 하우스들이 적극적인 펀딩과 상품 개발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비해, 이탈리아 오페라 하우스들 중 개인 기부금으로 운영자금의 상당부분을 충당하고 있는 곳은 라 스칼라,라 페니체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의 극장장 피터 겔브는 WSJ와 인터뷰에서 " 오페라 입장권 판매 실적이 감소하는 것은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전세계 거의 모든 극장이 겪고 있는 일"이라면서, 이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극장들이 기부금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다양한 상품들을 판매하고 디지털용 컨텐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오페라 계에서는 기부 문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정부가 개인 기부금에 대해 감세혜택을 주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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