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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를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놀랬던 것은 스코틀랜드만의 화폐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1999년 영국이 스코틀랜드에 자치의회와 자치정부를 허용하기도 훨씬 전에 있었던 일이다. 물론,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사이를 넘나들 때 환전할 필요는 없다. 단 잉글랜드 파운드는 스코틀랜드에서도 통용되지만  스코틀랜드 파운드화는 잉글랜드 지역에서 쓸 수 없다. 에든버러의 상점에서 잉글랜드 파운드를 내고 거슬러 받은 스코틀랜드 지폐를 들여다보면서, " 영국 돈을 그냥 쓰지 번거롭게 왜 따로 화폐를 찍어낼까" 하고 궁금해했던게 아직도 기억난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렇게 '무늬만 자치권'을 인정받아온 스코틀랜드인의 오랜 불만과 자존심이 이번 분리독립 주민투표로 이어진게 아닌가 싶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보듯 21세기에도 '분리 열망'이 뜨거운 지금, 스코틀랜드 국민들은 '민족'보다 '실리'를 선택해 국제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독립한 지 70여년이난 지난 지금도 일본과 날선 민족갈등을 벌이고 있는 우리에겐 더 그렇다.투표가 끝난 후 많은 유권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은 "영국에 대한 증오는 표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였다. 독립찬성을 던진 사람도, 반대 표를 던진 사람도 모두 '민족 자존심'보다는 한 국가로서 스코틀랜드의 경제미래를 고민했다는 이야기이다. 미국 하버드대 역사학과의 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교수가 이번 투표결과를 '유럽 포퓰리즘의 패배'로 정의하고,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분리주의에 대한 다원주의의 승리'로 격찬한 것도 일리가 있다. 


 문제는 스코틀랜드 주민투표, 그 이후이다. 이번 투표를 계기로 드러난 영국의 '정체성'위기와  연방 내 권력배분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범세계적인 민족 분리 열망, 기득권층과 비기득권층 간의 갈등 등 숱한 난제들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기득권층과 비기득권층의 갈등은 영국과 스코틀랜드의 관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보다 넓게는 '현상유지'를 원하는 '있는 자'와 '변화'를 원하는 '없는 자' 간의 갈등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스코틀랜드사태를 분석한 최근 기사에서 " 엘리트들이 보다 책임있는 정부를 국민에게 제시하지 못할 경우 '배척의 정치'가 휩쓸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은 바로 이런 맥락 때문이다.
 

스코틀랜드 주민투표 이후 유럽의 관심은 오는 11월 9일 치러질 스페인 카탈루냐주의 분리독립 주민투표의 시행여부에 쏠려있지만, 정작 그보다  더 중대한 문제는 내년 5월 영국 총선 후 치러질 유럽연합 탈퇴 주민투표이다. '유럽통합주의'와 사사건건 맞부딛혀온 캐머런은 내년 총선에서 보수당이 승리하면 영국의 유럽연합 회원국 자격의 유지여부를 국민들에게 직접 묻겠다고 약속한 상태이다.만약 영국 국민이 EU 탈퇴를 가결할 경우, 20세기 후반 이후 이어져온 유럽 통합의 중단이 불가피해진다. 주민투표를 앞두고 스코틀랜드를 찾은 캐머런 총리는 지난 수백년동안 영국과 스코틀랜드가 함께 이룩한 수많은 업적들을 강조하면서 통합의 가치를 역설했다. 캐머런이 내년 5월 총선에서 정권재창출에 성공하고  EU 국민투표가 현실화된다면, 이 말은 캐머런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격변의 유럽 정치드라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Posted by bluefox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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