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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슬린 비글로 감독의 2013년작 ‘제로다크서티’에는 미 중앙정보국(CIA)요원들이 해외 모처에 마련된 비밀감옥에서 테러 용의자들을 쇠사슬에 묶어 고문하는 장면이 꽤 길게 등장한다.발가벗긴채 매달려있는 남성 테러용의자들에게 수치심을 안겨주기 위해서 일부러 여성 요원을 배석시키는 정신적 고문도 가해진다. 영화가 고문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쟁이 뜨겁게 일어났을 때 비글로 감독은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제로다크서티’가 힘의 사용에 관한 질문을 제기한 매우 도덕적인 영화라고 생각한다. 상원보고서가 공개되면 보다 명확한 사실들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문제의 보고서, 즉 상원의 CIA 고문보고서가 지난 10일 공개된 이후 미국 사회와  정계가 발칵 뒤집혔다.CIA의 격렬한 반박은 이미 예상했던대로이고, 공화당 지도부는 미국의 위상과 대테러전의 중대성, 동맹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10월 중간선거에서 대패한 버락 오마바 대통령이 공화당과 조지 W 부시 전 정권에 ‘보복’했다는 반응도 있고,상원 정보위원회 위원장직이 공화당으로 넘어가기 전 민주당이 보고서를 서둘러 공개했다는 지적도 있다. CIA 고문보고서 역시 워싱턴 파워게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고서가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국가적 치욕을 국민 앞에 공개한 미 정치인들의 역사의식과 원칙주의 때문이었다.국민과 역사 앞에 떳떳해야만 민주주의 수호국으로서 미국의 위상을 지켜낼 수있다는 확신을 끝까지 잃지않고 밀어부친 정보위와 다이앤 파인스타인 위원장의 의지는 진정 신선한 충격이었다. 파인스타인 위원장은 10일 동료 상원의원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역사는 미국이 과연 공정한 사회, 법치국가, 추악한 진실을 직시하고 다시는 그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진 국가인지를 판단하게 될 것이다."
 보고서가 공개된 후 CNN,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과 정치분석가들은  "많은 나라들처럼 미국 역시 많은 실수를 저질렀지만, 우리는 실수를 인정했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지난 날의 과오를 철저히 반성하는 것만이 진정성을 인정받고 국가의 도덕성을 회복하는 최선의 길, 최고의 힐링이라는 것이다.독일이 그랬듯이 말이다.
 위선적인 미국의 민낯을 공개한 CIA 고문보고서를 계기로 역사왜곡을 일삼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를 향한 질타가 나오고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잣대는 우리 스스로에게도 엄정하게 적용돼야 한다. 우리 역시 한 시대를 고문의 공포와 함께 살았고, 국가안보란 이름으로 많은 의혹이  덮어지는 일들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CIA 고문보고서가 공개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정당·정권에 앞서 국민이 있으며 그 누구도 역사의 엄중한 심판을 피할 수없다는 노정치인의 통찰이 통하는 미국 정치가 부럽게 느껴졌다. 우리는 도대체 언제까지 남의 나라를 쳐다보면서, 정치가 때론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야하는가. 

Posted by bluefox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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