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크림반도 러시아합병 1년..대대적 사유재산 몰수 국유화

bluefox61 2015. 3. 2. 16:14

 러시아 품에 안긴 지 1년이 돼가는 크림 반도가 경제부흥의 꿈은 커녕 친러 정부의 대대적인 국유화 조치로 경제기반이 급격히 와해되고 있다. 지난 1년동안 크림 정부에 강제 몰수된 기업 및 기업활동이 4000건이 넘으며, 액수로는 10억 달러(약 1조 1100억 원)가 넘는다. 러시아 시민이 되면 당장 부유해질 것으로 기대했던 크림 주민들은 지난 1년 동안 38%나 되는 살인적 인플레이션율에 허덕이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및 서방 경제권과 단절되면서 식료품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18일은 크림 반도가 러시아 연방에 합병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이에 앞서 16일은 주민투표에서  96%지지율로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분리독립이 승인된 지 1년째 되는 날이기도 하다. 러시아의 진보성향 영자신문 모스크바타임스, 블룸버그, 뉴욕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크림 경제가 악화되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특히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 기업들조차 국제사회의 제재를 우려해 크림 진출을 외면하는 바람에 크림 경제가 ‘노 맨스 랜드(No Man’s Land·무인지대)’로 변해가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친기업 성향 야당 야블로코의 세르게이 미트로킨 당수는 모스크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지를 등에 업은 크림 정부가 "개인의 재산을 빼앗아 자기 네와 가까운 사람들에게 주고 있다"고 비난했다.지난해 무장세력에게 케르치 잘리프 조선소를 빼앗긴 니콜라이 쿠즈멘코 회장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 보상없는 국유화는 강도 짓"이라며 크림과 러시아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하지만 크림 정부는 "친서방 우크라이나 정부와 올리가르히(신흥재벌) 간 부당한 거래로 인해 빼앗겼던 크림 국민의 재산을 되찾아오는 것일 뿐"이라며 불법적 강제 재산몰수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지난 1년여 동안 크림 정부는 에너지회사, 은행, 호텔, 조선소, 전화회사, 농장, 주유소, 영화제작소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국유화를 단행했다. 지난해 3월 천연가스기업 체르노모르네프테가스를 압류한 것을 비롯해, 지난해 12월말에는 우크라이나 최대은행 프리바트의 사주 이고르 콜로모스키가 가진 지분 83%를 비롯해 호텔, 사무실 및 아파트 건물, 리조트 등이 크림 정부의 손에 넘어가는 등 국유화는 매우 조직적이며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NYT는 러시아에서 유코스 오일 등 정부에 밉보인 사주들의 기업이 국유화된 사례가 적지 않지만, 지난 1년간 크림반도에서 이뤄진 국유화 조치는 1917년 소련 혁명 이후 유례를 찾을 수없을 정도라고 지적했다.우크라이나 법무부는 크림에서 이뤄진 국유화 조치를 약 4000건, 토지 액수만 최소 1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최근 추정했다.


 크림 정부의 국유화는 지난해 8월 크림 의회(국가위원회)가 통과시킨 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이 법은 정부가 ‘(경제적)핵심 활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재산을 취할 수있다고 규정해놓고 있다. 문제는 ‘핵심활동’이란 애매모호한 표현때문에 사실상 무소불위의 재산몰수 또는 국유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국유화 조치를 당한 버스티켓 판매회사 크리마프토트란스의 변호사 잔 자프루타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크림 정부가 재정확보를 위해 (의회로부터) 백지수표를 받았다"며 "정부와 의회 편이 아닌 기업들이 특히 표적이 되고 있는 것같다"고 말했다.기업인들은 보상없는 국유화는 러시아연방법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불만을 나타내면서도 법적 소송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심지어 러시아 기업인 소유였던 얄타 영화 스튜디오조차 지난해 10월 국유화됐을 정도다.크림 정부는 해외기업 특히 러시아 기업들의 투자를 자신하고 있지만,정작 러시아 기업인들은 미국 등 서방의 제재 대상이 될까봐 크림 진출을 극히 꺼리고 있으며 이미 현지에 있던 러시아 기업조차 속속 철수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갈수록 나빠지는 경제사정에 고통을 겪는 것은 크림 주민들이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신용카드업체들이 영업을 중단하면서 크림 경제가 현금 중심으로 바뀌었고,식료품 부족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 합병 후  푸틴 대통령이 크림 연금수령자 56만 명, 공공부문 근로자 20만 명의 연금 및 임금을 2배로 올려줬지만,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식료품 가격이 이전에 비해 절반 이상 오르는 등 인플레이션율이 38%를 기록해, 그 효과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러시아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크림에 6819억 루블(약 12조  2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지만,유가 추락과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해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약속이 제대로 이행될지는 미지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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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대신 서방을 택한 우크라이나도 심각한 경제위기에 신음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총재는 지난 2월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크라이나에 175억 달러(약 19조4582억원)의 구제금융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구제금융 패키지가 IMF의 175억 달러를 포함해 400억 달러 정도 규모이며 나머지는 유럽연합(EU) 등 다른 곳에서 조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경제는 지난 1년여 동안 이어진 동부지역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과의 내전으로 산업생산이 마비되고 최대교역국 러시아와의 교역이 중단되면서 파탄지경에 이른 상태이다. 통화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무려 67%나 추락했고,지난해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7.5%를 기록했다. 국가부도위험을 나타내는 국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연 26.71%에 달한다.인플레이션율도 28%(크림 38%)를 기록하고 있다.
 우크라의 총외채는 1359억 달러로 이중 정부외채가 350달러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정부채는 이자를 포함해 총 135억 달러. 외환보유고는 1월말 현재 64억 달러에 불과해 최소 150억 달러의 추가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지난 해(170억 달러)에 이어 올해도 IMF 등 서방의 ‘수혈’로 일단 위기국면을 넘길 수는 있겠지만,시장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올해 안으로 디폴트(채무상환불이행)에 처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