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메르켈, 7년만의 일본 방문..과거사 문제 거론할까

bluefox61 2015. 3. 9. 13:56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9일 도쿄(東京)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일본총리와 만나기 전 아사히(朝日)신문사 내 하마리홀에서 할 대중연설에 일본과 독일은 물론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메르켈 총리의 일본 방문은 공식적으로는 일본-독일 간 경제협력 강화와 일본-유럽연합(EU)간 자유무역협정(FTA)체결, 그리고 오는 6월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정상회의 준비 등이 목적이다. 하지만  7년 만의 일본 방문이 종전 70주년인 올해에 이뤄졌다는 점에서,메르켈 총리가  아사히 신문사에서 약 1시간 동안 행할 연설이 이번 방문의 하일라이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일본 시사주간지 겐다이(現代)비지니스는  메르켈 정부가 짧은 방문 일정 중 유일한 대중연설 장소로 아사히 신문사를 직접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방문을 앞두고 많은 언론사들로부터 강연 요청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사히 신문을 선택한 데에는 과거사 인식 문제에 대한 보도 성향을 참조한 듯하다고 겐다이 비즈니스는 분석했다. 쥐트도이체 자이퉁, 디벨트, dpa통신 등도 아사히 신문이 과거사를 왜곡하는 아베 정권과 일본 사회의 우경화를 강하게 비판해온 매체라는 점에서 메르켈 총리의 연설장소로 선택된데 상징성이 있다고 8일 일제히 지적했다. 쥐트도이체 자이퉁은 메르켈의 일본 방문 기사 제목을 아예 "도쿄가 메르켈의 과거사 비판을 두려워하고 있다(Tokio furchtet deutsche Kritik an Vergangenheitsbewaltigung)"고 뽑았다.디벨트는  " 독일과 일본이 표면적으로 ‘공동가치’를 강조하고 있지만, 독일은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 불신을 가지고 있다"고 일본 전문가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지난 7일 독일 정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영상 메시지에서  메르켈 총리는 "일본과 독일은 공동가치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공동가치와 아이디어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메르켈 총리는 나치 역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사과, 책임 표명으로 국제사회의 격찬을 받아왔지만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태도에 대해선 공개적으로 지적 또는 비판한 적이 거의 없다. "과거 잘못을 저지른 독일이 다른 나라에 무엇이라고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는 게 이유이다. 메르켈 총리의 일본 방문 계획이 공개됐던 지난 1월, 중도 우파 성향의 독일 유력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일본의 성노예’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일본의 국가주의자들이 2차대전을 재해석하고 있다"며  "3월에 일본을 방문하려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아베에게 어떻게 역사를 다뤄야 하는지 확실히 말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메르켈 총리는 9일 아키히토(明仁)일왕도 예방할 예정이다. 아키히토 일왕은 지난 1월 2일 신년사에서 "만주사변으로 시작한 전쟁의 역사를 바로 배우고 앞으로 일본의 존재 방식을 생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례적으로 일본의 ‘침략 전쟁’에 대해 언급했다. 또  "헌법을 준수해 일본이 국제사회의 우호와 평화 번영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밝혀 아베 총리의 군사력 강화노선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메르켈 총리와 아키히토 일왕의 만남에서 아베 정부의 과거사 왜곡 문제가 언급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