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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해전 소설가 한수산 씨를 만났을 때 자연스럽게 도쿄(東京)에서 열렸던 출판기념회 이야기가 나왔다. 마침 일본에서 그의 작품 ‘까마귀’가 ‘군함도’라는 제목으로 번역돼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터였다.  60대 중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소년다운 느낌을 지닌 그는 " 일본의 한 평론가가 내셔널리즘을 넘어선 작품이라고 칭찬하는데 계면쩍게 앉아만 있었다"며 쑥스러워했다. 

 

 


 ‘까마귀’는 일제에 징용된 한국인 탄광 노동자들의 눈물과 절망, 원한이 서려있는 하시마를 무대로 한 소설이다.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르는채 하시마로 끌려와 해저 수백m 탄광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리며 절망 속에 죽어간 한국 노동자들의 심정을 작가는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갱 안에서의 노동이 가혹해질수록 거기 비례해서 자해행위가 늘어갔다... 참담한 하루하루를 견디다 못해 다이너마이트로 자신의 몸을 묶고 불을 지를 사건이 있었고, 바다에 투신하는 사람들도 나왔다."

 하시마를 소재로 한 영화도 있다.대표적인 예가 2012년 개봉한 007 제임스 본드 영화 ‘스카이폴’이다. 영화 속에서 제임스 본드가  폐건물들이 숲처럼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황폐한 섬에서 테러리스트 라울 실바와 대결하던 장면의 무대가 바로 하시마였다. 그로테스크하기 짝이 없는 하시마의 이미지가 테러리스트의 근거지로 딱 어울렸다. 하시마를 무대로 한 태국 호러영화도 있고, 일본 등 여러 나라 가수들이 뮤직비디오를 하시마에서 찍은 적도 있다. 일본인들조차 완전히 잊었던 하시마가  최근 수 년간 눈에 띄게 대중문화에 자주 노출되고 있다는 것은,일본이 이 곳을 하나의 문화 코드 또는 역사적 유물로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본이 하시마와 함께 나가사키(長崎)조선소 등 23개 건물을 ‘메이지(明治)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 규슈(九州)와 야마구치(山口)관련지역’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요청했고, 최근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사전심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으면서 등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자 국내에서 일본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또다시 터져나오고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드는 솔직한 생각은 "도대체 우리는 왜 맨날 뒷북만 치나’이다. 하시마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만들자는 일본 내 움직임은 이미 십 여년 전인 2000년대 중반부터 있었다.하지만 일본에서 ‘군함도’초판이 20여일 만에 매진되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한국 징용인들과 소설을 언급한 칼럼을 게재했던 것으로 볼 때 하시마에 서린 잔악한 역사를 인식하고 있는 지식인, 양심적  일본인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 수있다.
 그런 소중한 인적자원과 시간을 다 허비한 채 이제와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막겠다는 우리 정부의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건 어쩔 수없다.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사사건건 일본의 트집만 잡는 국가 쯤으로 비춰질 것도 걱정스럽다. 최근들어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 일본의 과거사 왜곡을 물고 늘어지는 한국에 대한 피곤증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목소리만 높고, 정작 대응은 소극적이고 부실하기 짝이 없는 우리 정부의 대일 외교를 바라보는 국민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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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luefox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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