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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결코  피해갈 수없는 이름이 바로 버나드 루이스이다. 현존하는 최고의 중동역사가이자 저술가이며, 에드워드 사이드와 그 유명한 ‘오리엔탈리즘’논쟁을 벌인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의 책은 이미 국내에도 여러권 번역 출간돼있다. 오래전 출간돼 지금은 절판된 ‘이슬람 문명사’와‘중동의 역사’, 9·11테러 이후 출간돼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던 ‘무엇이 잘못되었나’를 비롯해, 비교적 최근에 나온 ‘암살단’ ‘이슬람 1400년’ 등이 그의 대표적인 저서들이다. 이슬람에서의 암살 전통이란 주제 하나만을 깊이있게 파고든 ‘암살단’은  11세기 시아파의 한 갈래인 이스마일파의 폭력투쟁 조직인 ‘아사신(assassin)’과  21세기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자살폭탄 테러가 겹쳐지면서 마치 소설처럼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독자들을 매료시켰다. 


물론 서구 중심적이란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하지만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중동 통사부터 종교이자 하나의 이념으로서 이슬람, 그리고 이슬람권의 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들을 일반독자들도 알기쉽게 풀어낼 수있는 학자를 꼽으라면, 단연 루이스가 첫번째 손가락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지난 2012년 출간된 ‘100년의 기록’은 영국에서 태어나 학자로 성장한 후 미국 프린스턴대로 자리를 옮겨 당대 최고의 중동사 학자가 된 루이스의 100여년에 거친 인생 역정, 학자로서의 성장과정을 솔직하게 써내려간 자서전이다. 1916년생인 그의 나이가 올해로 99세이니, 비록 공동필자의 도움을 얻었다고는 하나 방대한 분량의 자서전을 집필한 노익장이 놀랍다. 중동에 대한 깊고 뜨거운 사랑, 그리고 역사연구에 대한 노학자의 신중하고도  겸허한 자세는 감동적이다.
 

루이스의 책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이 자서전을 통해 그가 왜 터키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됐으며 유명한 저서들을 어떤 상황에서 집필했는지 등 흥미로운 정보들을 얻을 수있다. 하지만 가장 눈길이 가는 대목은 역시 책 후반부에 등장하는 격동의 중동지역 변화에 대한 저자의 목격담과 평가들이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부터 아프리카 수단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이슬람권을 종횡무진 여행하거나 방문하면서 그가 항상 ‘현재’를 놓치지 않은 역사학자였음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중동 하면 전쟁과 테러부터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루이스가 들려주는 아프가니스탄 인 특유의 통렬한 직설화법 에피소드나 이집트 인들의 유머감각 등은 신선하면서도 재밌다. 그는 1979년 이란 혁명으로 인해 미국이 비로소 ‘정치적 이슬람’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이슬람 세계가 먼지 가득한 기록보관소의 문서와 학문적 세미나의 주제에서 벗어나 저녁뉴스에 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었다고 회상하고 있다.  


9·11테러에 대해서는 "이슬람 세계의 사건과 담론을 면밀히 분석해온 학자로서 경악하기는 했지만 놀라지는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이슬람 과격 무장단체의 시각에서 이는 무슬림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향하는 길의 첫단계가 완성된 것일 뿐"이며, 이슬람 과격세력의 국제적 무장 투쟁은 "7세기 이슬람의 등장으로 시작된 갈등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이다.
 

루이스는 자신과 오리엔탈리즘 논쟁을 벌였던 사이드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는다. 사이드의 책을 처음 읽었을 중동 역사뿐만 아니라 유럽의 역사에도 무지한데 대해  충격을 느꼈다는 것이다. 루이스는 사이드가 편견과 무지에 찬 주장을 한 이유에 대해 답을 찾았다면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시각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이집트에서 자란 아랍 출신 영어교수로서 그(사이드)는 아랍어를 연구하는 영어권 교수들도 자신과 같은 (편견에 찬) 시각을 가졌다고 생각한 것같다."
 

이 책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이라면,조지 W 부시 행정부와의 관계를 다룬 대목일 것이다. 루이스가 부시 대통령, 딕 체니 부통령과 가까운 사이였던 것은 이미 알려진 일이고, 따라서 중동전문가인 그가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전 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설이 학계 안팎에 널리 퍼졌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그는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있다. 자신이 부시 ,체니, 콘돌리자  라이스 등과 여러 차례 만난 적이 있지만 이라크보다는 이란 독재 체제와 핵개발 문제에 대해 더 많이 제기했고, 이라크를 상대로 한 전쟁을 반대했었다는 것이다. ‘아랍의 봄’ 이후 혼란에 대해서도 " 서구의 개입은 중동의 위기를 더 악화시켰으며, 아랍인들만이 자신들의 위기를 극복할 수있다"고 말한다.
 

‘100년의 기록’은 자서전으로서의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저자와 함께 격동의 20세기 유럽과 중동을 여행하는 재미가 크지만 한가지 주제를 깊이 파고드는 연구가 아니라 에피소드로 이어지는 형식이다 보니 산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작가가 아니라 학자이기 때문인지 아름답고 유려한 문장의 맛은 솔직히 좀 떨어진다. 따라서 루이스의 자서전과 함께 국내 출간된 그의 연구서를 함께 읽어보기를 권한다.


필자 역시 ‘100년의 기록’을 읽으며 서가에 꽂혀있던 그의 책들을 다시 들춰봤다. 만약 더 파고 들고 싶다면,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이 루이스를 비롯한 이른바 ‘오리엔탈리스트’ 역사학자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를 비교해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Posted by bluefox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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