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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 동안 끝없이 이어지는 그리스 경제위기를 지켜보면서, 저주스런 운명의 구렁텅이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길고 긴 고대 그리스 비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곤 했다. 주인공은 물론 그리스 국민들이다. 나라가 파산 지경에 놓이면서, 그들은 희망없고 고단하기 짝이 없는 삶을 하루하루 이어나가고 있다.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제위기를 겪어내고 있는 21세기 그리스 국민들은 죽을 힘을 다해 언덕 위에 올려놓기가 무섭게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돌덩이를 또다시 밀어올려야 하는 신화 속 시지프스와 닮았다.

 

그리스 경제위기 비극의 시작은, 유럽에서 유로존 출범의 기대감이 드높았던 199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도 그리스는 유럽의 문제국가였다. 유로존 회원국이 되기 위해서는 엄격한 재정건전성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그리스는 그 기준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결국 유로존은 1999년 그리스 없이 출범했고, 그리스에서는 유럽연합(EU)이 부당하게 차별하고 있다는 불만과 비난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른  2001년, 그리스는 드디어 유로존 입성의 숙원을 이뤘다. 그 사이에 그리스 경제가 유로존 회원국 자격을 얻을 수있을 만큼 탄탄해졌던 것일까. 진실은 10년 뒤인 2011년 드러났다. 오트마 이싱 전 유럽중앙은행(ECB)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당시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2001년 유로존에 가입하기 전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1%미만(유로존 기준은 3% 미만)으로 보고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고 폭로했다. 한마디로 그리스가 유로클럽에 가입하기 위해 엉터리 통계를 제출했다는 주장이었다. 


그같은 사실을 EU집행위원회가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내부 보고서를 통해 그리스의 재정적자가 3% 미만이었던 적이 한번도 없었던 사실이 드러났지만 가입 기준을 어긴 그리스를 제재할 수단도, 의지도 없었다. 앞서 2009년에도 그리스 역대 정부의 ‘고무줄 통계’가 국제사회에 큰 파문을 던졌다. 2008년 뉴욕발 금융위기가 유로존, 특히 그리스를 강타하면서 구제금융의 필요성이 대두되던 때였다. 총선에서 보수우파 집권당을 꺾고 승리한 사회당의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당시 총리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전 정권이 당초 발표했던 6%가 아니라 12.7%라고 인정했다.이 수치마저도 나중에 13.6%로 수정됐다. 
 

그리스 경제위기가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역대 정부의 포퓰리즘적인 퍼주기 복지 때문이란 지적은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여년전 일을 새삼 꺼내는 이유는, 지금의 그리스 위기가 어떤 특정 정부의 책임이 아니며,복지의 단물에 취한 몰지각한 국민들의 책임만은 더더구나 아니란 점을 이야기하고 싶어서이다. 건실한 국가경영을 외면한 역대 정부의 무책임, 부유층의 뿌리깊은 탈세문화, 정부를 제대로 감시하지 않은 국민, 그리고 원칙이 무너져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한 유럽연합의 무능의 합작품이 바로 그리스의 지금이다.  
 

"깨우침엔 반드시 고통이 따르는 법이니, 심지어 우리가 잠들어 있을때조차 잊을 수없는 고통이 우리 가슴 속으로 한방울, 한방울 떨어져 내리리." 아이스킬로스의 비극 ‘오레스테이아’에 나오는 대사다. 아이스킬로스가 남긴 이 뼈아픈 교훈은 2500여년이 흐른 지금도 우리 모두에게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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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luefox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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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장 2015.06.27 12: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느책에선가 세계 기축통화인 미국달러의 유일한 호적수인 유로화를 견제하기 위해 재정건전성이 미달된 그리스를 미국이 뒤에서 밀어줘서(환스와핑인가 뭔가) 유로회원국이 되었고(시한폭탄설치) 나중에 슬그머니 손을 빼서 그리스가 무너지고 EU가 흔들리게 됬다라고 본 적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