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영화 이야기

멜 깁슨 취중 난동사건과 할리웃의 유대계 파워

bluefox61 2006. 8. 2. 17:35

멜 깁슨의 ‘취중진담’으로 할리우드가 발칵 뒤집혔다.


음주운전으로 체포되는 과정에서 경찰관들에게 유대인 비하발언을 퍼붓고 기물파손까지 저지른 깁슨에 대해 할리우드의 유대계 큰 손들이 보이콧 움직임을 가시화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깁슨은 지난달 30일에 이어 8월 1일에도 사과성명을 내고 “나의 반유대인적인 발언은 용서의 여지가 없는 것이었다”며 “유대 종교지도자들과 만나 (편견을 바로잡을 수있도록) 도움을 요청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오랫동안 알코올중독에 시달려왔다는 것도 고백했다.그러나 깁슨에 대해 비판적인 영화계 인사들은 “폭탄을 터트려놓고 그렇게 큰 피해가 초래될지 몰랐다며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꼴”이라면서 냉담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뉴욕타임스 등은 할리우드의 1급 제작자, 감독 겸 배우인 멜 깁슨의 영화계 활동이 이번 사건으로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고 전망했다. 월트디즈니사는 파장이 걷잡을 수없을 정도로 확산되자, 지난 2년동안 깁슨의 영화사 ‘아이콘’과 추진중이었던 홀로코스트 관련 TV미니시리즈 프로젝트를 취소한다고 1일 발표했다. 


미국의 권위있는 유대단체인 시몬 비젠탈센터의 설립자이자 유대교지도자 랍비인 마빈 히어는 “깁슨에게 홀로코스트 드라마를 맡기는 것은 KKK 단원출신에게 흑인민권운동 드라마를 맡기는 것과 같다”고 주장하며 디즈니사에 깁슨과의 협조관계를 끊도록 꾸준한 압력을 넣어왔다.


할리우드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른바 ‘멜 깁슨 만취 난동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멜 깁슨은 지난달 27일 밤 로스앤젤레스 인근 말리부 해안가의 레스토랑인 문섀도우스에서 술을 마셨다. 혼자였는지, 아니면 동석자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자정을 넘겼을 쯤 깁슨은 만취상태였다. 종업원이 택시를 타든지, 대리운전을 시키라고 권유했지만 깁슨은 이를 무시하고 자신의 렉서스 승용차를 몰고 떠났다. 출발한지 얼마되지 않아 깁슨은 과속으로 제임스 미 경관의 단속에 적발됐다.

미 경관의 증언에 따르면, 만취한 깁슨은 욕을 퍼붓는 등 처음부터 매우 폭력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심지어 도망치려 하는 바람에 미 경관은 그에게 수갑을 채운후  경찰서로 연행했다. 이곳에서도 깁슨은 의자를 발로 차고 전화를 내동댕이 치는 등 기물을 파손하며 난동을 부렸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유대인 비하 발언. 눈에 띄는 경찰마다 “너 유대인이지”라고 윽박지르면서 “유대놈들이 이 세상의 모든 전쟁을 일으키고 있다”며 상소리를 험한 욕을 해댔다. 여성 경찰에게는 성추행적 발언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새벽, 경찰은 깁슨 측 변호사와의 법적 절차를 거쳐 그를 가석방했다.

 

유야무야 묻혀버릴뻔했던 이 해프닝은 한 연예뉴스전문 인터넷사이트에 의해 세계적인 특종으로 비화했다. TMZ닷컴의 한 기자가 28일 아침 경찰서에 들렀다가 우연히 간밤의 소동을 전해듣었고, 4페이지짜리 조서 전문을 사이트에 게재해버렸던 것. 평소 점잖고 가정적인 이미지로 알려져왔던 깁슨의 욕설로 뒤범벅된 폭언들은 24시간이 채지나지 않아 인터넷망을 타고 전세계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유대인 파워가 막강한 할리우드에서는 깁슨의 발언에 대해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유대인들이 예수를 잔혹하게 고문하는 장면을 리얼하게 묘사하는 등 논란을 일으켰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개봉 때부터 깁슨의 실체를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는 것. 그런가하면, “성서에 나와 있는 그대로 그렸을 뿐”이라고 주장하면서 유대비하설을 극구 부인했었던 깁슨의 진짜 속마음이 술의 힘을 빌어 이제야 있는 그대로 표출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동료영화인에 대한 공개적 비판을 꺼려온 할리우드의 분위기가 이번에는 180도 달라졌다.


<시애틀의 잠못드는 밤>등으로 잘알려진 노라 에프론 감독은 최근 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제야말로 멜 깁슨이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가 나왔다”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소니픽쳐스의 에이미 파스칼 회장은 “(중동분쟁으로) 민감한 이때에 깁슨이 그런 발언을 한 것은 매우 실망스런 일”이라고 말했다. <미스터 앤드 미세스 스피스>의 제작자인 아론 밀찬은 “ 할리우드 유대인들로부터 돈을 벌어들인 사람이 유대인을 증오하는 발언을 한 것은 쇼킹하다”며 “유대인이 그렇게 싫으면 함께 일하지 않으면 될 것 아닌가”라고 힐난했다. 

<스파이더맨>의 제작자 로라 지스킨 역시 “증오와 폭력으로 가득한 이 세상이 너무나 슬프다”라고 말했다.

할리우드의 저명한 에이전트인 아리엘 에마뉘엘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할리우드 사람들이 유대인 여부를 떠나 모두 직업적으로 깁슨을 배제함으로써 이번 사안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임을 보여주어야 한다”며 영화계가 힘을 합쳐 깁슨을 보이콧할 것을 제안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아론 밀찬,로라 지스킨 등 많은 유대계 영화인들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내일 당장 멜 깁슨이 내게 전화를 걸어와 함께 일하자고 제안한다면 내 대답은 ‘노(No)’이다”라며 반감을 감추지 않았다.  멜 깁슨과 <레썰 웨폰>시리즈를 만들었던 리처드 도너 감독이 “ 그토록 오랜세월 깁슨과 일해왔지만 한번도 유대인을 비하하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두둔한  발언은 할리우드의 안티(Anti) 깁슨 분위기 속에서 힘없이 묻혀버리고 있다.  “유대교 지도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는 깁슨의 1일 사과성명에 대해서도 “알코올중독처럼 반유대주의 역시 보도자료 하나 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치유될 수는 없는 것”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유명한 깁슨은 현재 잉카문명을 주제로 한 신작 <아포칼립토(Apocalypto) >의 후반작업 중이다. 배급사인 디즈니측은 이 영화의 연말 개봉 일정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영화계 관계자들은 안티 깁슨 바람이 이번에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