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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과 매력'의 땅 발칸반도를 가다-보스니아 모스타르&드리나강 다리④

bluefox61 2024. 1. 14. 17:49

제게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다리의 나라'로 기억될 것같습니다. 주변 풍광과 어우러져 역대급으로 아름다운 다리가 유난히 많은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다리들 중 대표격은 바로 이곳에 있습니다. 모스타르이죠. 수도 사라예보 국제공항에 내리면 맨 처음 눈에 띄는게 벽 한면을 크게 자리잡고 있는 모스타르 다리 사진입니다. 대체적으로  한 나라의 수도 국제공항에 가장 크게 내걸린 사진이 그 나라의 대표 관광지이죠. 

 

바로 이 다리입니다.  일명 '스타리 모스트' 이죠. '스타리'는 다리, '모스트'는 오래된 이란 뜻입니다.너무나 아름다워서 , 카메라 셔터 누르기를 멈출 수없는 장관입니다. 

 

 

같은 다리를 밤에 찍은 사진도 있어요. 야경은 더 멋집니다. 

 

 

다리 아래를 흐르는 강은 이름도 멋진 네레트바 강입니다. 강물이 어찌나 깊고 차갑던지요. 한 여름 다리 위 기온과 물가 기온의 차이가 상당합니다. 

 

한 여름에는 다리 위에서 다이빙 묘기도 펼쳐집니다. 다이빙을 하는 사람은 전년도 다이빙 대회에서 우승한 사람들이라고 하는데, 다이빙 하는 모습을 보려고 서있으면 일종의 바람잡이가 돈을 걷으러 다닙니다. 

 

 

제가 모스타르와 스타리 모스트에 대해 알게 된 것은 1993년 국내 언론에 보도된 기사와 사진 때문이었습니다.  유고 내전으로 인해 유명한 이 다리가 폭격을 받아 부서졌다는 내용이었죠.  당시 사진입니다. 

 

 

스타리 모스트는 1557년에 오스만 제국의 술탄 슐레이만 1세의 명령에 따라 9년에 걸쳐 건설됐다고 합니다. 오스만 제국 최고건축가 미마르 시난이 건축했다고 하기도 하고, 그의 문하생 미마르 하이루딘이 건축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스타리 모스트는 건립 당시에 길이가 28m, 높이가 20m에 달했을 정도로 경이로운 건축물로 여겨졌다고 합니다. 완공 직후 부터 주변 지역은 물론 전 유럽에 명성이 자자했다고 해요. 스타리 모스트는 1993년 11월 9일에 크로아티아계 무장 조직인 크로아티아 방위 평의회 포병대의 공격을 받고 파괴되었습니다. 모스타르 내전은 가톨릭을 믿는 크로아티아계 사람들과 이슬람교를 믿는 보스니아인들 사이의 전쟁으로, 내전 속의 내전이었습니다. 다리는 전쟁 종식 후 유네스코, 세계은행 등이 지원해 재건됐죠.

 

다리 양옆으로는 작은 상점들과 식당들이 빼곡히 자리잡고 있고, 좁은 골목길은 늘 전세계에서 온 관광객들로 바글바글합니다.  아름다운 다리와 푸르른 강물, 높은 산, 이슬람 모스크와 정교회 교회당이 서로 어우러져 있는 모습은 정말 넋을 놓고 바라보게 만듭니다. 

 

 

16세기에 건설된 카라조지 베그 모스크 안에 전시된 사진들. 이 모스크의 미나레트(탑) 전망대는 모스타르 다리를 찍기 가장 좋은 포토 스팟입니다. 맨 위의 사진도 이 곳 미나레트에서 찍었어요. 위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니, 그동안 봤던 수많은 스타리 모스트 사진이 바로 이곳에서 찍은 것이었음을 알게 됐네요. 

 

관광객들로 바글바글대는 모스타르 구시가 모습.

 

관광 구역을 조금 벗어나면 내전 당시 총탄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는 건물들을 쉽게 볼 수있습니다. 

 

보스니아에서 스타리 모스트 다음으로 아름다운 다리는 바로 이 다리입니다.  '드리나 강'의 다리이죠. 정식 명칭은 메흐메드 파샤 소콜로비치 다리입니다. 오스만 제국 명건축가가 미마르 시난이 소콜로비치의 명령을 받아 16세기에 지은 건축물이죠. 소콜로비치는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가정에 태어나 이스탄불로 가서 오스만 제국의 군인으로 활동하다가 대재상으로 출세한 인물입니다. 

 

 

 

자동차를 타고 사라예보를 출발해 세르비아를 향해 산길 도로를 오르고, 계곡과 절벽, 호수들을 한참 지나면 비셰그라드라는 자그마한 도시가 나오고  그곳의 드리나 강 위에 걸린 다리가 바로 이 다리입니다.  보스니아 출신의 세계적인 문호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이보 안드리치의 소설 <드리나 강의 다리>의 배경이 되는 곳이지요. 소설 1장에 소콜로비치의 명령으로 다리가 건설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우여곡절이 자세하게 나옵니다. 

 

세상에나! 내가 이 다리를 직접 눈으로 보다니!  꿈을 꾸는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소설에는 다리 한가운데에서 결혼을 앞둔 한 여성이 마치 나비가 날듯 뛰어내려 강물로 떨어지는 장면이 나옵니다. 저도 다리 중간에 서서 드리나 강물을 내려다 봅니다. 

강 옆 공원에 세워진 안드리치 기념탑. 

 

안드리치를 기념하는 안드리치그라드도 있는데, 찾는 관광객이 그리  많지 않아서 인지 좀 썰렁합니다.

 

 

동서양의 화합을 상징하는 동상이 눈길을 끕니다. 

 

 

이제 저는 발칸 내전의 가해국 세르비아로 향합니다. 세르비아로 넘어가는 국경 검문소입니다. 왠지 긴장이 됐지만, 무사패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