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영화 이야기

소설 <향수> 드디어 영화로 만난다

bluefox61 2006. 9. 13. 20:31

“독일 최대의 베스트셀러가 독일 영화사상 최대 블럭버스터로 온다! ”

가을 독일 극장가가 초대형 화제작의 개봉을 앞두고 술렁이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파트릭 쥐스킨트의 동명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전세계에서 최소 1500만부 이상이 팔려 독일 문학역사상 가장 성공한 소설로 꼽혀온 쥐스킨트의 <향수>가  5000만유로(약 610억원)짜리 영화로 만들어져, 9월 넷째주 독일 전역 700여개 극장에서 일제히 관객들과 만난다. 제작비 5000만유로는 독일 영화사상 최대규모다.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최근 기사에서 열성팬들 간에 그동안 <향수>의 영화화를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져왔으며, “과연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인지”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인기소설을 영화화한 것들 중 원작의 맛을 제대로 살려낸 작품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향수>가 과연 ‘제2의 다빈치 코드’가 될 것인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도 하다.



85년 출간된 <향수>가 20여년만에 영화화되기까지는 숱한 난관을 넘어야했다.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작가 쥐스킨스 자신. 출간 직후부터 <향수>의 독특한 내용에 반한 제작자 베른트 아이칭거는 쥐스킨스에게 영화화 판권 계약을 제안했다가 바로 거절당했다. 

당시 36세였던 쥐스킨트가 거절한 이유는 돈이 적어서도, 제작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도, 소설의 순수성을 고집했기 때문도 아니었다. 유난히 대인기피증이 심했던 그는 <향수>가  영화화돼많은 대중과 만남으로써 자신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게 되는 상황에 거의 공포와 다름없는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슈피겔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쥐스킨트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작품 속으로 사라지는 것뿐”이었다. 스탠리 큐브릭, 밀로스 포먼을 비롯해 할리우드의 쟁쟁한 제작자들이 수백만 달러를 싸들고 왔지만 쥐스킨트의 태도를 전혀 바뀌지 않았다.


그처럼 고집을 꺾지 않았던 쥐스킨트는 결국 지난 2000년 영화화에 동의하고, 판권을 독일의 저명한 제작자 베른트 아이칭거에게 넘겼다. 

아이칭거는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이사벨 아옌데의 <영혼의 집>, 페터 회그의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등 유난히 문학작품을 토대로 한 영화에 애정과 능력을 발휘해온 제작자다. 독일 영화계에서는 쥐스킨트가 영화화 판권계약금으로 아이칭거로부터 최소 1000만 유로 (약 120억원)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향수>의 감독은 <롤라 런>으로 잘알려진 톰 티크베르. 그에게는 <헤븐>이후 <향수>가 두번째 영어대사 영화연출이다. 무대는 프랑스 파리와 향수의 고장 그라스 등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주요 배역은 모두 할리우드와 영국 배우들로 캐스팅됐다. 

가장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주인공 장 밥티스트 그루누이 역은 <레이어케이크>로 영화팬들과 낯을 익힌 영국의 신예배우 벤 휘쇼가 맡았다. 80년생으로 올해 만 25세인 그는 올랜드 블룸 등 경쟁자들을 제치고 주역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아직 연기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휘쇼가 지상최고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25명의 아름다운 처녀들을 연쇄살인하는 복잡한 주인공의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해냈는지에 영화계 안팎과 소설 독자들의 관심이 집중돼있다. 그르누이의 천부적인 후각능력을 인정해 그를 최고의 향수제조자로 키워내는 스승 발디니로는 미국배우 더스틴 호프만이 등장한다. 

이밖에 <피터팬>에서 웬디를 연기했던 레이첼 허드 우드는 그르누이의 사랑과 살의(殺意) 대상이 되는 아름다운 로라로 등장한다. 스페인에서 주로 로케이션한 <향수>는 개봉전 시사회에서 평론가들로부터 화려한 볼거리, 그리고 무엇보다 톰 티크베르의 감각적인 연출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슈피겔은 영화개봉을 겨냥해 소설 <향수>가 재출판되고, 주제곡으로 사용된 너바나의 ‘냄새없는 도제(Scentless Apprentice)’가 담긴 OST음반도 출간돼 인기를 얻고 있는 등 <향수> 붐이 조성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은 자살하기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향수>를 꼽았으며, 책의 내용에 영감을 받아 만든 ‘냄새없는 도제’를 93년 발표했었다. 그런가하면, 패션 디자이너 티에르 뮈글러 역시 최근 <향수>를 모티프로 개발했다는 미니어처 향수 15종 세트상품을 시장에 내놓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