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영화 이야기

멜 깁슨 <아포칼립토> 도박 성공할까

bluefox61 2006. 9. 22. 17:38

멜 깁슨은 과연 미친 천재인가, 아니면 진짜 미치광이인가. 


베르너 헤어조그가 아마존 열대우림 한가운데에서 악전고투 끝에 걸작 <아귀레 ,신의 분노>를 창조해냈던 것처럼 , 깁슨 역시 또 한편의 광기로 똘똘 뭉친 문제작을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그는 <지옥의 묵시록(아포칼립스 나우)>에서 메콩강 정글 깊숙한 곳에 은둔한채 자신만의 광기 속에 빠져들었던 쿠르츠 대령의 운명을 따르게 될 것인가. 깁슨은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놀라운 흥행기록을 또다시 작성할 수 있을까.


멜 깁슨의 문제작<아포칼립토>가 12월초 개봉을 약 두달이나 앞둔 벌써부터 미 영화계 안팎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워낙 미국 영화계의 ‘상식’을 벗어나는 발상의 작품인데다가, 최근 깁슨의 만취난동과 반유대발언 파문이 컸던터라 흥행성공여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아포칼립토>에 대해 ‘도박에 가까운 영화’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리스어로 ‘새출발’이란 의미의 <아포칼립토>는 15세기 몰락의 위기에 처해있던 마야문명을 배경으로, 제물이 될뻔했던 ‘재규어의 발’이란 이름의 한 남자가 극적으로 탈출해 겪는 모험을 그린 작품.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배우들이 이제는 사어(死語)가 된 고대유대어인 아람어로 말했던 것처럼, <아포칼립토>의 모든 대사는 마야어인 유카텍 방언으로만 이뤄져있다. 

출연진 중 유명 배우는 한명도 없을 뿐만 아니라  2/3는 실제 마야 족의 후손으로 캐스팅해 사실감을 강조하고 있다. 멜 깁슨 영화사 아이콘이 일부 공개한 비디오 클립에 따르면, ‘재규어의 발’이 아마존 정글 속에서 횃불을 든 전사들에게 쫓기는 장면 등 깁슨감독은 특유의 긴박감 넘치는 액션연출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깁슨 감독은 지난 5월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아포칼립토>가 단지 옛날 마야 족의 생활상을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 21세기를 사는 현대인들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영화 속에서 묘사되는 폭력과 파괴에 대한 공포는 21세기 부시 행정부와 네오콘주의자들이 테러와의 전쟁을 통해 불러일으키는 공포와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멜 깁슨이 주변의 우려를 뿌리치고 ‘영화적 도박’을 감행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93년 감독 데뷔작 <얼굴없는 남자>는 1968년 동부 메인주의 한 도소시를 무대로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진 남자가 한 십대소년과 맺는 ‘스승-제자 관계’를 다룬 특이한 소재의 작품이었다. 2년뒤 발표한 <브레이브하트>는 결과적으로 아카데미감독상을 그에게 안겼지만 , 제작단계 과정에서는 “갑옷과 칼이 등장하는 한물간 시대극”이란 악평에 시달렸었다. 

<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역시 “종교영화는 더 이상 흥행에 성공할 수없다”는 업계의 불문률을 깨 영화계 고수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아무도 투자하지 않는 바람에 사재 2500만달러를 쏟아부었던 깁슨은 개봉후 무려 6억달러를 벌어들였다.

 

깁슨의 영화들은 특이한 소재와 흥행면에서 뿐만 아니라, 철학적인 면에서도 늘 논쟁의 한 가운데 놓이곤 했다. <얼굴없는 남자>는 동성애적 관계를 암시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불러일으켰고, <브레이브 하트>는 영국국왕이 동성애자인 왕자에 대한 분노에 휩싸여 그의  동성애인을 탑위에서 밀어 떨어뜨려 죽게하는 장면 때문에 전작(前作)과는 정반대로 ‘호모포비아(동성애공포증)’란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유대인 병사들이 예수를 채찍질하고 고문하는 장면을 지나치게 리얼하게 묘사했다는 이유로 반유대주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지난번 깁슨의 만취난동을 통해 그가 실제 반유대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뉴욕타임스는 스타배우들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데다가 영어대사조차 한마디없는 <아포칼립토>에게 멜 깁슨이란 이름은 최대 무기이자 , 곧 최대 걸림돌이 될 수있다고 분석했다. 그의 탁월한 연출력에 대한 영화팬들의 기대와 신뢰가 이미 탄탄한만큼 흥행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악화된 깁슨의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영화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관객들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란 이야기이다.

 

 ‘할리우드 최대 도박꾼’멜 깁슨은 이번에도 과연 <아포칼립토>로 자신에 대한 비판자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 수있을까. 올 연말쯤 미국 등 전세계 극장가에서 <아포칼립토>를 둘러싸고 벌어질 영화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스크린 뒤 드라마를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