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거대 제약사 약값 횡포.

bluefox61 2013. 4. 26. 11:04

"미국 백혈병 환자의 생존율이 기대치보다 낮은 것은 지나치게 높은 약값과 연관성이 있다. 다국적 거대 제약사들은 도덕관념을 상실했다. 현재의 약값은 환자는 물론 의사 입장에서도 지속불가능할 뿐더러 비도덕적이다." 



전세계 15개국의 저명한 암 전문의와 연구자 120여명이 공동명의로 권위있는 미국 혈액학회지인 '블러드' 26일자에 거대 제약사들의 약값 횡포를 맹렬히 비판하는 글을 게재했다. 그동안 환자 가족들을 중심으로 약값인하운동이나 일부 의사들의 제약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전문의들이 암치료제 가격인하를 위해 전면에 나서기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들은 "미국 암환자가 약값으로만 쓰는 비용이 연간 10만달러"라면서 "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와 가족들을 상대로 제약사가 엄청난 이득을 취하는 것은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생필품 가격을 올려 떼돈을 벌는 행동과 마찬가지"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이번 기고문의 공동필진에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세계적인 암전문병원 MD앤더슨의 하곱 칸타쟌 박사, 미국 오리건주 보건과학대의 나이트 암연구소 소장 브라이언 드러커 박사, 영국 임페리얼컬리지의 존 골드먼 박사 등 쟁쟁한 전문의들이 포함돼있다. 이들은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으로 연간 수십억달러를 벌고 있는 노바티스 사를 향해 "매년 30억 달러 이상을 벌고 있는데 20억 달러만 벌어도 되지 않느냐"면서 가격 인하를 촉구했다. 



지난 2001년 신약 글리벡을 내놓은 노바티스는 지난 한해에만 이 약 한가지로 47억 달러를 벌어들였으며, 지난 2009년 만성골수성 백혈병 신약 타시냐를 내놓아 연간 10억 달러 이상을 버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바티스는 2015년 글리벡의 특허 시한이 만료될 경우를 대비해 타시냐의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필자들은 저개발 또는 개도국의 환자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암환자들도 천문학적인 액수의 약값때문에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일부 약 경우 미국내 가격이 일부 외국에서의 가격보다 배 이상 비싸다고 지적했다. 제약회사들을 상대로 정부가 적극적인 압력을 행사하는 국가의 경우 약값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공급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세계 곳곳에서 제약회사의 특허약 가격 횡포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뉴욕의 슬론 케터링 암센터 내과의사들은 뉴욕타임스(NYT)오피니언면에 기고한 공개서한에서 직장결장암 치료제 잘트랩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는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를 맹비난해 의료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효능 면에서는 다른 약과 별차이가 없는데도 가격은 2배 비싸다는 것이다. 결국 사노피는 손을 들고 약값은 낮췄다. 최근 인도 대법원은 노바티스가 제기한 글리벡 특허권 소송을 기각해하기도 했다. 
 

드러커 박사는 25일 NYT와 인터뷰에서 "일부 연구자들은 공동기고문에 이름을 올렸다가 제약사의 연구비 지원을 받지 못할 것으로 우려해 동참을 거절했다"며 "내 연구에도 피해가 적지 않을 듯하지만 이제는 (의료계가 나서서) 말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