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마라톤 테러사건에 사용된 폭발물은 압력솥 폭탄인 것으로 드러났다.
리처드 데스로리어스 미 연방수사국(FBI) 보스턴 지부장은 16일 브리핑에서 "폭발물을 넣은 6리터짜리 압력솥들이 검정 더플백에 담겨 결승선 주변 도로 위에 놓여 있었다"면서 "더플백에는 금속, 못, 쇠구슬인 볼 베어링도 담겨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방대한 제보를 받았고 목격자 진술 분석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지구 끝까지 추적해 범인을 밝히고 그들이 정의의 심판을 받도록 모든 것을 하겠다"고 말했다.
폭발물의 정체가 압력솥 폭탄으로 드러나면서, 대테러 당국이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지난 2010년 국토안보부가 긴급성명을 통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테러 훈련소에서 압력솥을 급조폭발물(IED)로 만드는 방법을 훈련시키고 있다"고 밝히고 테러현장에서 발견된 잔해사진을 공개한 적이 있을만큼, 압력솥 폭탄은 대테러 전문가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압력솥 폭탄은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아시아, 유럽, 중동지역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지난 2010년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퀘어에서 테러를 기도하려다 체포된 남성도 압력솥 폭탄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같은 해 파키스탄에서는 압력솥 폭탄이 터져 기독교계 구호기관 요원 6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역시 2010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는 자살폭탄테러범이 압력솥 폭탄테러를 시도한 적이 있다. 2011년에는 나세르 제이슨 앱도란 미군 병사가 텍사스주 포트후드 영내에서 압력솥 폭탄을 터트리려다가 체포됐다.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에서도 압력솥 폭탄테러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알카에다 예멘지부인 '아라비아반도 알카에다(AQAP)'은 영문 온라인 잡지 '인스파이어(Inspire)'를 창간, '엄마의 주방용품으로 폭탄만드는 법'이란 기사를 올린 적이 있다. 압력솥, 비료통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있는 물건들로 IED를 제조하는 방법을 안내한 것. '외로운 지하디스트'들이 이 기사를 보고 지하드(성전) 를 펼치는데 도움이 되기 위해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 인스파이어의 주장이었다.
실제로, 미군 병사 앱도 경우 인터넷을 통해 스스로급진이슬람주의를 학습하며 폭탄을 제조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 당국은 그의 홈페이지에서 문제의 기사가 링크돼있는 것을 발견했다. 인스파이어 홈페이지는 각국이 테러방지차원에서 차단하고 있기때문에 현재 접속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엄마의 주방용품으로 폭탄만드는 법'이 인터넷상에서 은밀하게 전파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알카에다와 압력솥 폭탄 간의 연관성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 보스턴 마라톤 테러가 알카에다와 같은 국제테러조직의 소행이라고 단정짓기는 아직 이르다. 정교한 군용 폭탄과 달리 제조방식이 비교적 쉽고, 제조방법에 관한 정보 역시 용이하게 얻을 수있기 때문이다.
탈레반 측은 이미 "우리는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FBI는 현장 주변의 폐쇄회로TV(CCTV)에 녹화된 비디오 화면과 현장에서 거둬들인 잔해 및 파편 등의 정밀 분석 작업을 계속 하고 있으며 마라톤 대회를 관전했던 시민 등에게 직접 촬영한 영상 등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한 상태이다. 테러 전문가인 마크 엔살라코는 16일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와 인터뷰에서 "퓨즈 등 잔해 하나하나가 결정적인 수사단서가 될 수있다"고 말했다.
압력솥은 종종 발생하는 폭발사고에서 보듯, 주방용품들 중 가장 위험한 물건 중 하나이다. 압력을 이용해 폭발시키면 큰 파괴력을 얻을 수 있고, 살상무기로도 충분히 역할을 할 수있기 때문에 1990년대부터 네팔,인도, 파키스탄, 말레이시아 등에서는 분리주의 무장단체들이 폭탄을 제조하기 위한 도구로 압력솥을 자주 사용해왔다.
기본 원리는 파이프 폭탄과 유사하다. 파이프 폭탄은 배관용 파이프 안에 폭발물질이나 쇠못, 베어링 등 금속물질 등을 넣고 이것을 격발시킬수있는 화약과 타이머 장치를 넣은 다음 뚜껑을 닫은 후 용접해 내부압력을 높혀 터뜨리는 방식이다.
여러 개의 파이프 폭탄을 연결해 터뜨리면 가공할만한 위력을 얻을 수있다. 제조방법이 비교적 간단한데다가 모든 재료를 일상생활 속에서 손쉽게 구할수 있기 때문에 보안당국에 사전적발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점도 장점이라면 장면이다. '스피드' 등 테러를 소재로 한 할리우드 영화에는 범인이 대형마트에 진열된 배관 파이프를 사들인 다음 집에서 직접 폭탄을 제조하는 장면이 흔하게 등장한다. 다만 정확하게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여러차례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번 보스턴 마라톤 테러에서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압력솥 폭탄이 어떤 방식으로 제조됐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파이프 폭탄과 원리는 유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워낙 강력한 압력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파이프 폭탄보다도 내부 압력을 높이기가 용이한 있다.
이런 폭탄이 터지면 굉음과 함께 불꽃이 일어나가 흰 연기가 치솟는다. 보스턴 테러가 발생한 직후 폭발물 전문가들이 파이프 폭탄류를 지목한 것도 바로 이런 특징때문이다. 압력솥 폭탄의 위력은 솥의 크기에 따라 다르다. 보스턴 경찰 당국은 이번 사건에 이용된 압력솥은 6리터짜리로 밝혔다. 대용량이면서도, 큰 사이즈의 백팩이나 더플백에 넣어 가지고 다니기에 적절한 크기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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