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저가의류 붐의 불편한 진실

bluefox61 2013. 4. 30. 10:15

'패스트패션(fast fashion)'을 주도하고 있는 저가의류 산업의 어두운 이면이 방글라데시 빌딩붕괴 참사를 계기로 새삼 드러나고 있다. 

 

29일 현재 약 380명의 목숨을 앗아간 방글라데시 사바르 건물붕괴 참사는 저가의류 생산국가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열악한 근로환경의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경고와 우려가 한꺼번에 터져나오고 있다. 근로환경감시단체들은 이번 사건이 터지기 이전에도 방글라데시 의류공장에서 유사한 사건이 잇달았음에도 불구하고 저가의류브랜드들이 생산현장에 대한 감시감독에 눈감아왔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비정부기구(NGO) '라벨 뒤의 노동(Labor Behind Label)'의 애너 맥멀런은 CNN 온라인판에 기고한 글에서 방글라데시 참상에도 불구하고 "월요일(29일) 아침이 되면 방글라데시에서 수십만명의 의류공장 근로자들이 또다시 일터로 향할 것"이라며서 "이번 사태는 방글라데시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에도 사바르 인근 의류공장에서 화재로 112명이 사망했지만 이후 달라진게 없었다는 것이다. 

맥멀런은 "지난 10년간 방글라데시에서만 근로자 700명이 사망했다"면서 "서구 저가의류브랜드의 인기가 계속되는 한 더 싼 생산비용을 위한 업계의 경쟁은 계속되고 생산공장의 열악한 근로환경도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4일 사바르의 8층짜리 건물인 라나플라자가 붕괴된 이후 이곳에 있던 5개 의류생산공장과의 연관성을 시인한 의류회사는 영국의 프리마크와 스페인의 망고가 사실상 유일하다. 

영국은 물론 아일랜드 등에서 의류 유통체인을 운영하고 있는 프리마크는 "우리도 큰 충격과 슬픔에 빠져있다"면서 "다른 유통업체들과 협력해 생산공장의 근로환경 및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월마트는 "사바르 공장에서 의류를 납품받지 않고 있다"면서도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불법 하청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테스코, 카르푸르, H&M, JC페니 등은 이번 사건과의 연관성을 일체 부인하고 있다. 


붕괴 현장에서 장부가 발견됐던 이탈리아 베네통 사도 연관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방글라데시에서 하청업체들이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불법으로 또다시 하청을 주는 것이 관례화돼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사실은 서구 회사들이 알고있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수출의 80%를 의류에 의존하고 있다. 의류업계 종사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37~38달러 정도이다. 의류 수출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워낙 높다보니 정부는 의류생산공장의 근로환경 감시에 소극적이고, 부패한 업자들은 관료들에게 뇌물을 주며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 

라나 플라자 역시 취약한 습지 지반임에도 불구하고 건축허가를 받았고, 8층 중 3개 층은 불법증축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집권 아와이연맹당의 당원인 건물주 무하마드 소헬 라나는 28일 인도로 도망치려다가 국경근처에서 체포돼 수도 다카로 압송됐다. 무너진 건물에 입주해있던 2개 공장의 소유주 3명, 라나의 부인, 경찰간부도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현지언론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