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인류최초 겨울철 남극도전

bluefox61 2013. 3. 22. 11:13

 

겨울철 남극대륙 횡단에 인류 최초로 도전하는 '아이스 팀(Ice Team)'이 21일 크라운베이 베이스캠프를 출발해 목숨을 건 4000km의 여정을 떠났다.
 

영국인 4명, 캐나다인 1명으로 구성된 탐험팀은 21일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 떠난다(We're Off)!"면서, 이날 정오(그리니치평균시·GMT 기준·한국시간 21일 오후 9시)에 베이스캠프를 출발한다고 알렸다. 

며칠전부터 현지에 2m가 넘는 눈이 내려 장비들이 파묻히는 바람에 출발지연이 예상됐지만, 20일 오후부터 기상조건이 급속히 좋아지면서 당초 예정대로 출발하게 됐다고 탐험팀은 전했다. 5년간의 준비과정 내내 탐험팀을 이끌었다가 심각한 동상으로 지난 2월 탐험을 포기했던 라널프 파인스 대장은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대원 한명 한명의 이름을 부르면서 "오늘 중대한 도전이 시작됐다"며 "그대들의 놀라운 헌신에 감사하며 신과 함께 항상 뒤에 있겠다"며 격려했다. 홈페이지에는 전세계인들의 축하와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메시지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원들은 21일 출발해 6월 중순쯤 남극점에 도달, 9월 21일쯤 맥머도사운드의 캠프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 기간은 해가 뜨지 않는 남극의 겨울철로 평균기온 영하 60도, 최저 영하 90도이다. 1909년 로버트 피어리의 북극점 도달, 1911년 로알드 아문젠의 남극점 도달 이후 극지탐험의 역사가 100년을 넘었지만 겨울철 남극탐험에 인간이 도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보다 더 무모할 수는 없다.
 
최소 6개월동안은 해가 뜨지 않는 암흑천지에 평균기온 영하 60도, 최저 영하 90도까지 떨어지는 겨울 남극 땅을 스키 하나 신고 가보겠다고 나선 사람은 지금껏 없었다. 혹시나 조난을 당해도 혹독한 기후조건때문에 구조 헬기조차 뜰 수없는, 그야말로 목숨을 내건 탐험길이다. 이동기간만 145일, 총 길이는 4000km에 이른다.
 
이들의 겨울 남극 도전 프로젝트는 일명 '세상에서 가장 추운 여행(The Coldest Journey)'. 탐험대의 명칭은 '아이스 팀(Ice Team)'이다. 남극점을 향해 출발하는 D데이는 21일. 남극의 겨울은 공식적으로 3월 20일 시작돼 9월쯤 끝난다. 지난 며칠동안 2m가 넘는 엄청난 눈이 쏟아졌지만, 20일부터 날씨가 호전되면서 21일에는 출발할 수있게 됐다고 대원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전했다.
 
▶왜 겨울 남극인가 =약 100년전 로버트 피어리의 북극점 정복과 로알드 아문젠의 남극점 정복 이후 수많은 탐험가들이 북극과 남극대륙을 밟았다. 그러나 기후조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여름철에만 탐험이 이뤄졌던게 사실이다. 지난해 최초로 노르웨이 탐험팀이 겨울 북극 탐험에 성공한 이후, 이제 극지 탐험의 사실상 유일한 영역은 겨울 남극만 남게 됐다.
 
인류의 탐험역사에 마지막 남은 터부에 도전을 선언한 사람은 영국의 저명한 탐험가인 라널프 파인스(69)경. 평생을 극지탐험과 에베레스트 등 고산 등정에 헌신해온 그는 5년전부터 정예조직을 모아 겨울 남극 탐험을 준비해왔다.
지난 수백년간 '탐험정신의 선진국'을 자랑해온 영국의 자존심을 다시한번 입증해내는 동시에 지구온난화로 인한 남극환경의 변화 등 과학적 데이터를 수집하고, 인터넷과 위성TV를 통해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과학과 탐험의 소중함을 알리겠다는 것이 파인스 경을 비롯한 탐험대의 목표이다. 
여기에 파인스 경이 오래 전부터 인연을 맺어온 시각장애자를 위한 자선단체 '보는 것이 믿는 것(Seeing is Believing)'을 위해 1000만달러의 자선기금을 모으는 것도 목적 중 하나이다. BBC, ITV 등 영국 매체들은 역사적인 탐험에 나서는 대원들을 연일 위성전화로 연결해 인터뷰하고 있으며, 탐험대 홈페이지와 블로그에는 성공적인 탐험과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5년에 걸친 준비기간 = 수년전부터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의 동토에서 추위에 견디는 훈련을 해왔던 대원들은 지난해 12월 6일 SA앵걸하스 호를 타고 영국 런던을 출발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케이프 타운에 도착, 이듬해 1월 7일 다시 배로 남극 대륙을 향해 떠났다. 
1월말 쯤 남극 크라운베이의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이들은 3월 21일 이곳을 출발해 6월 중순쯤 남극점에 도달, 9월 21일쯤 맥머도 사운드의 캠프에 도착할 예정이다. 크라운베이에서부터 남극점까지는 2223km, 남극점부터 맥머도 사운드까지는 1600km이다. 

일정대로라면 대원들이 하루 평균 스키로 35km를 달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홈페이지는 밝혔다. 대원들은 탐험이 끝난 이후에도 당분간 맥머도 사운드의 캠프에서 머물며 정리작업을 한 후 2014년 2월초쯤 다시 배를 타고 영국으로 귀환할 예정이다.
겨울의 남극은 상상을 초월하는 추위이다. 평균 기온이 영하 60도이지만, 최저 영하 90도까지 내려가는 경우도 많다. 눈과 바람도 엄청나다.  영하 60도의 환경에서 인간의 피부는 견뎌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찬공기때문에 호흡도 쉽지 않다. 

탐험기간 내내 해가 한번도 뜨지 않는 암흑천지라는 점도 대원들이 우려하는 점이다. 브라이언 뉴엄 대원은 19일 BBC와 인터뷰에서 "유일한 빛은 달빛과 머리 위의 극광, 그리고 트레일러의 불빛 뿐일 것"이라면서 "철저하게 준비했지만 극한의 조건 속에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돋보이는 과학장비들 = 탐험대가 영국 정부의 허가를 받는 것은 쉽지 않았다. 죽을 것이 뻔한 길을 가라고 허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낸 비결은 과학적 장비였다. 대원들은 스키를 신고 이동하지만, 식사와 취침 및 데이터 정리작업 등은 뒤따르는 트레일러에 들어가서 해결한다. 
홈페이지에 공개된 하루 일정에 따르면,매일 오전 6시 30분에 기상해 8시 30분부터 2명의 대원이 스키를 신고 선두에서 출발하면 나머지 대원들은 트레일러를 타고 뒤따른다. 이동이 끝나는 시간은 오후 4시 30분. 그때부터는 전 대원들이 트레일러에서 휴식을 취한다. 

다음날에는 전날 쉰 대원들이 선두에 서서 대열을 이끈다. '아이스 트레인(Ice Train)'란 이름이 붙은 이 트레일러는 혹한의 기온에도 견딜 수있게 설계돼있으며 첨단 통신 장비와 간단한 과학실험실,연료와 식품 등을 실을 수있는 공간 등을 갖추고 있다. 대원들이 입는 옷,신발,장갑 등은 특수발열 소재로 제작됐다. 이런 장비들이 혹한의 조건에서 얼마나 차질없이 작동되는가를 테스트하는 것도 이번 탐험의 목표 중 하나이다.
대원들의 생존에 필수적인 식량은 13개월분이다. 만약 조난될 경우 구조 헬기가 뜰 수없기 때문에 남극의 여름이 시작될 때까지 버티기 위해서는 넉넉한 식량이 필요하다. 식량은 쌀, 말린 야채, 말린 고기, 국수, 비스킷,초콜렛 등 대부분 건조된 것들이다. 수분이 많으면 금방 얼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원들이 14가지 메인코스 메뉴와 7가지 디저트를 즐길 수있을 것으로 홈페이지는 소개했다.

▶용감한 대원들 ='세상에서 가장 추운 여행길'에 오르는 일명 '아이스 팀(Ice Team)'은 총 5명이다. 대장 라널프 파인스(69)가 지난 2월말 남극대륙 크라운베이 기지에서 극심한 동상에 걸려 탐험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서,당초 6명이었던 대원 수가 5명으로 줄었다. 한명이 줄었다는 것은 나머지 대원들이 감당해야할 부담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의미이다.
파인스 대신 대장이 된 브라이언 뉴엄 대원은 지난 19일 BBC와 인터뷰에서 "대장이 빠지게 되면서 남극 도전 자체를 포기해야하는 것은 아닌가 고민했지만 결국 우리끼리라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며 "팀 분위기는 기대와 열의로 가득차있다"고 전했다. 50대 중반인 뉴엄은 남극에서 20번의 계절을 보낸 경험이 있는 탐험가이다. 그는 "길고 힘든 6개월이 되겠지만 우리는 도전할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나머지 대원들은 모두 20∼30대로, 뉴엄처럼 극지탐험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아이스 팀'의 정신적 지주인 파인스는 1960년대부터 40여년동안 북극과 남극점 탐험(여름시즌)성공을 비롯해 숱한 기록을 세운 '극지탐험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지난 2000년 북극 단독횡단 때에는 동상에 걸린 손가락을 직접 톱으로 잘라버렸을 만큼 강한 정신력의 소유자이다. 탐험과 과학, 자선 분야에서 이룩한 공헌으로 왕실로부터 작위를 수여받아 '파인스경'으로 불린다. 
그는 5년간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온 탐험을 중도포기하기 며칠 전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겨울 남극도전은 미친 짓 아니냐"는 질문에 " 노르웨이팀이 겨울에 북극을 건너는 기록을 세운 뒤 겨울 남극만이 미지의 영역으로 남게됐다"며 "과학자들에게 남극환경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자라나는 수많은 어린이들의 교육을 위해 도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7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체력적 한계를 느끼지 않는가"란 질문에는 "모든 탐험이 다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60대가 되니 더 힘들기는 하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는게 무섭지 않느냐"는 물음엔 "젊었을 때는 죽는 것보다 다치는게 더 두려웠는데 심장마비로 3일 밤낮동안 사실상 죽어있다가 깨어난 이후로는 걱정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한 언론 인터뷰에서 '무모한 도전'에 임하는 대원들의 심경을 이렇게 대변했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 무조건 시도하면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말이 맞다면, 인간은 달에 가지 못했다. 남극을 아는 사람이라면 우리를 미쳤다고들 말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최후의 위대한 극지탐험, 죽을지도 모르는 미지의 세계로 들어간다."  


* 2013년 3월 출발한 탐험팀은 영하 50도의 혹한 속에서도 앞으로 나가가다 뜻하지 않은 대형 크레바스 지역에 부닥쳐 7월에 탐험을 중단했다. 무거운 장비들이 크레바스를 통과할 수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