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이탈리아, 반쪽 정부냐 재총선이냐

bluefox61 2013. 3. 27. 11:20
"재총선을 막아라." 


지난 24∼25일 치러진 이탈리아 총선결과 어떤 정당도 안정된 새 정부를 출범시키기 힘든 상황이 초래되면서, 지난해 그리스처럼 재총선까지 가는 최악의 국면만은 피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이탈리아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다. 

하원(총630석)의 다수당(340석)이 된 중도좌파 민주당의 피에르 루이지 베르사니 당수는 26일 라스탐파 등 현지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나는 배를 포기하는 선장이 아니다"면서, 연정협상이 난항을 겪을 경우 소수정부 형태라도 출범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엔리코 레타 민주당 부당수 역시 "이탈리아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상원(총 315석)의 다수당(116석)인 우파 자유국민당(PDL)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역시 "재총선은 유용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젤리노 알피노 PDL 사무총장은 "연정구성협상이 수주간 진행될 것"이라며서 민주당과 선뜻 손잡을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베르사니 민주당 당수는 일단 마리오 몬티 과도총리가 이끄는 중도연합 쪽에 연정참여 사인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도연합은 이번 총선에서 하원 45석, 상원 18석을 확보했다. 상원 경우 민주당과 중도연합의 의석을 합쳐도 과반(158석)에는 모자란다. 

민주당은 PDL와 함께 '대연정'을 구성하는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일단 부정적이다. 따라서 중도연합과 힘을 합해 소수연정이라도 출범시키겠다는 방안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몬티가 과연 이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그는 유세과정에서 "좌파와는 공통점이 없다"면서 민주당과 거리를 뒀던 것이 사실이다. 
 

총선에서 최대 돌풍을 일으킨 오성운동의 베페 그릴로는 26일 인터뷰에서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나 자신도 모르겠다"면서 "실패한 정당과는 어떠한 연대도 하지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오성운동의 정책과 공통점이 있는 다른 정당과 대화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오성운동과 민주당은 의회개혁, 부패일소, 선거법 개정, 긴축완화 정책 등에서 일부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현지언론과 전문가들은 이탈리아의 새 정부가 4월쯤에야 출범할 수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때까지는 몬티가 과도 총리로 내각을 이끌 예정이다. 하지만 가까스로 소수연정 출범해도 1년 이상을 버티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경제전문가 로레타 나폴레오니는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오성운동의 궁극적인 목적은 재총선"이라면서 "의회를 완전히 새로운 사람들로 뒤바꿔 놓겠다는 것이 그릴로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그릴로 자신도 26일 총선개표가 나온 직후 " 새 정부가 출범해도 6개월 이상 버티지 못하며 3년내에 우리가 최강 세력될 것" 이라고 기염을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