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테러리스트 벨모크타르

bluefox61 2013. 1. 21. 11:37

알제리 인질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돼온 모크타르 벨모크타르가 20일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이번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인정하고, 외부세력이 말리에 대한 개입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추가테러를 감행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번사태를 계기로 국제적인 테러리스트로 급부상한 벨모크타르가 과연 어떤 인물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십대시절 아프가니스탄 대소투쟁에 참여한 후 고국 알제리로 돌아와 테러리스트가 됐으며, 인질과 밀수로 돈을 벌어 '미스터 말보로'로 서방 정보기관 관계자들 사이에서 불리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보도된 내용이다. 말리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현지 이슬람 여성 및 투아레그 족 여성 4명과 혼인을 맺어 지역기반을 다졌고, 오사마 빈 라덴을 추종하는 의미로 아들이름을 오사마로 붙였다는 것도 알려져있다.

 


<사하라미디어에 게재된 벨모크타르의 비디오 성명> 


그러나 모든 테러조직 지도자들이 그렇듯이 과연 그가 어떤 인물이고, 어떤 성향을 가졌으며, 최근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게다가 북아프리카 테러조직들의 뿌리와 관계가 상당히 복잡한만큼 , 벨모크타르에 대해서 좀더 깊이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알려진대로, 벨모크타르는 알제리 남부에서 태어나 십대시절 아프가니스탄 전에 참여해 오사마 빈라덴과 연관된 조직에 들어가 소련군과 맞서 싸웠던 그는 1990년대 고국 알제리로 돌아온후 이슬람세력을 탄압한 알제리 세속정부와의 투쟁에 투신했다. 당시 '무장이슬람그룹(GIA)'에 들어가 활동했고, 이후 살라피스트조직인 '설교와 전투를 위한 살라피스트그룹(GSPC) 대원이 됐다.

                       


<'사막의 빈라덴' 압델하미드 아부 자이드>



벨모크타르를 말할때 빼놓을 수없는 인물이 바로 현재 이슬람마그레브알카에다(AQIM)의 지도자이자 '사하라의 빈라덴'으로 불리는 압델하미드 아부 자이드이다. 두 사람모두 알제리 남부출신이고, 똑같이 GIA와 GSPC에서 활동했다. GSPC는 이후 마그레브 지역의 알카에다조직인 AQIM에 통합됐는데, 벨모크타르와 아부 자이드는 똑같이 각자 카티바(여단)의 사령관으로 활동했지만 지난해 12월 지도부 선출과정에서 벨모크타르가 밀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벨모크타르는 자신의 조직인 물라타민여단을 결성했고, 몇 주만에 이번 알제리 인질극사태를 벌이는 대담성을 나타냈다. 이처럼 조직을 만든지 얼마되지 않아 신속하게 움직일수있었던데에는 벨모크타르가 지난 10여년동안 이른바 '인질사업'으로 수백만달러를 벌어들이는 등 만만치않는 '머니 파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있다.

 

벨모크타르와 아부 자이드의 경쟁관계는 북아프리카 지역 정보관계자들과 외교관들 사이에서 꽤 알려진 일인듯 하다. 아부 자이드가 이슬람근본주의의 '순수파'라면 벨모크타르는 그에 비해 훨씬 '실용파''협상파'로 불리고 있다. 테러보다 돈을 더 좋아하는 테러리스트란 말이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지난 2008년 니제르에서 벨모크타르에 납치됐다가 수개월만에 풀려난 캐나다 외교관 로버트 파울러가 '지옥에서의 한철'이란 회고록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벨모크타르는 아부 자이드 부하들이 서양 여성 2명을 인질로 붙잡아 오는 것을 보고 엄청난 혐오와 분노를 표출했다. 두 여성의 상태를 살펴보고 돌아오는 벨모크타르의 얼굴 표정이 마치 '번개라도 맞은 듯' 분노에 차있었다는 것. 두 여성 중 한명은 전갈에 팔이 물려 엄청나게 붓고 일부가 검게 변색됐을 정도로 매우 심각했고 둘다 이질에 걸려 상태가 매우 나빴는데, 아부 자이드가 아무런 조치도 취해주지 않자  벨모크타르가 이질 약을 가져다 여성들에게 주기도 했다는 것이다. 

 

북아프리카리스크컨설팅사의 제프 포터는 20일 AP통신과 인터뷰에서 " 벨모크타르에 인질로 잡히면 살고, 아부 자이드에 잡히면 죽는다는 말이 돌았다. 2006~2012년 사이에 피살당한 인질들은 모두 아부 자이드에 의해서였다. 벨모크타르는 아부 자이드에 비해 이념적으로 덜 왜곡된 것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벨모크타르는 십년넘게 인질사업을 벌여오면서 인질을 죽인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있는 반면, 아부 자이드 조직은 2010년 영국인과 프랑스 인질을 단두처형하는 잔혹성을 나타냈다.

 

각종 증언들을 근거로 할때 벨모크타르는 AQIM의 다른 지도자급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과격한 인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가 자신의 세력을 넓히기 위해 아부 자이드와 유사한 전략을 택하면서 급격히 폭력적인 테러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AQIM으로부터 떨어져 나오면서 '범사하라 테러네트워크'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는 벨모크타르의 행보를 주지해봐야할 이유이다.


알제리 천연가스전 인질극 참사를 일으킨 극단이슬람 무장조직 지도자 모크타르 벨모크타르(40)가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이번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인정했다. 

아프리카 사하라 지역을 근거지로 관광객 납치, 밀수, 테러 등을 자행해온 벨모크타르가 사태발생 후 비디오메시지를 발표하기는 처음이다. 대서구 저항운동의 국제적인 지도자로서 자신의 위상을 과시하고, 서구 및 아프리카정부들을 겨냥한 심리전을 본격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벨모크타르는 20일 모리타니의 뉴스웹사이트인 사하라미디어에 공개한 메시지에서 "우리 알카에다가 축복받은 작전을 수행했음을 발표한다"면서  "말리 무슬림에 대한 폭격을 중단할 경우 우리는 서구 및 알제리 정부와 협상할 준비가 돼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또한 인아메나스 가스전을 공격한 조직원들을 " 이슬람국과 서구 국가출신의 지하디스트 40여명"으로 밝혔다. 그는 이날 모리타니 국영매체인 ANI통신에도 성명서를 보내  " 알제리 인들은 외국시설에 접근하지 말라"는 말로 추가 테러를 경고했다. 

인아메나스 가스전을 공격한 이유에 대해선 "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다른 파트너들과 운영하는 곳이었기 때문"이란 말로, 처음부터 다국적 산업시설의 외국인 근로자들을 타겟으로 삼았음을 드러냈다. 또한 "우리는 (가스전을 포위한) 알제리 군대에게 물러설 것을 요구하면서 협상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했고, 인질들과 무슬림신도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시설로 이동시키려하던 중 알제리 군의 헬리콥터의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인명피해는 생명에 대한 알제리군의 무관심을 나타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벨모크타르가 이번 메시지에서 '알카에다'를 명시한 것으로 볼 때, 북아프리카의 알카에다 연계조직인 '이슬람마그레브알카에다(AQIM)'과의 관계를 회복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벨모크타르는 AQIM의 사령관으로 활동하다가 지난해 12월 지도부 선출때 배제된데 반발해 따로 떨어져나와 독자적인 '물라타민여단'을 결성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서구언론들은 '물라타민여단'을 '복면여단'또는 '혈서여단' 등의 이름으로 번역하고 있다. 
 

인아메나스 인질극사태에 따른 인명피해는 최소 81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일부 인질범들은 외국인 근로자들은 끌고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모하메드 사이드 알제리 공보장관도 이날 공영 '채널3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실종된 외국인의 행방을 찾고 있다며 사망한 인질 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말리에서 반군과 교전을 벌이고 있는 프랑스군는 "목표는 말리의 완전 재정복"이라고 밝혔다. 장 이브 르 드리앙 국방장관은 20일 프랑스5와 인터뷰에서 "목표는 말리를 완전 정복하는 것"이라면서 "반군을 조금도 남겨두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말리 반군이 온건무슬림 주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면서, 말리가 아프리카판 아프가니스탄이 될 것이란 우려도 일축했다. 프랑스 군은 이날 현재 남부도시 디아발리와 중부 요충지 코나를 장악하는 등 비교적 순조로운 군작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랍의 봄'으로 인한 자유화, 군·경조직 약화, 무기범람 등을 틈타 북아프리카 사헬(사하라사막일대) 지역에 뿌리내린 극단 이슬람 무장조직들이 세력확대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테러활동을 더욱 강화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중동지역 전문가인 윌리엄 로렌스는 20일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다양한 인종 및 부족 배경을 가진 무장조직들이 사헬 지역에 집중되면서 세력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리 정치연구소(IEP)의 장 피에르 필리위 역시 19일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사하라 지역의 지하디즘(성전)은 이슬람마그레브알카에다(AQIM)의 압델하미드 아부 자이드와 (알제리 인질사태 주범) 모크타르 벨모크타르 간의 경쟁구도"라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벨모크타르가 기세를 잡기 위해 알제리 인아메나스 천연가스전 공격을 단행했고, 이를 통해 말리전을 국제화하는데 사실상 성공했다는 것이다. 

 

지난 2010년 북아프리카 민주화 운동의 바람이 거세게 불 당시부터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이 가장 우려했던 것이 바로 이 지역의 테러조직 확산 가능성이었다. 특히 리비아에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무력투쟁이 거의 1년간 이어지면서 당시 쏟아져왔던 각종 무기와  극단이슬람세력이 이후 인근 알제리, 모리타니, 말리, 니제르 등으로 급속히 확산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지역에 집중된 무장조직들의 뿌리가 매우 복잡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말리 북부지역을 장악한 무장조직 안사르딘 경우 지역 소수부족인 투아렉이 중심이 됐으며, AQIM 경우에도 살라피스트 계열인 '알제리 살라피스트 설교와 전투그룹(GSPC)' 등 다양한 분파를 포함하고 있다. AP통신은 미국 정부가 지난해 리비아 벵가지 미국 영사관에서 발생했던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대사 피살사건의 주범을 아직도 정확하게 가려내지 못하고 있는 것에서 보듯, 사헬 지역의 무장조직들이 매우 혼재돼있어서 각국의 대응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앞으로 북아프리카에서 테러가 급속히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의 북아프리카 전문가 리카르도 파비아니는 AP와 인터뷰에서 말리,알제리와 국경을 맞대로 있는 모리타니를 '다음 테러 타깃'으로 지목하면서 "모로코,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 회원국들, 리비아 등도 테러조직의 목표물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