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 인질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돼온 모크타르 벨모크타르가 20일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이번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인정하고, 외부세력이 말리에 대한 개입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추가테러를 감행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번사태를 계기로 국제적인 테러리스트로 급부상한 벨모크타르가 과연 어떤 인물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십대시절 아프가니스탄 대소투쟁에 참여한 후 고국 알제리로 돌아와 테러리스트가 됐으며, 인질과 밀수로 돈을 벌어 '미스터 말보로'로 서방 정보기관 관계자들 사이에서 불리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보도된 내용이다. 말리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현지 이슬람 여성 및 투아레그 족 여성 4명과 혼인을 맺어 지역기반을 다졌고, 오사마 빈 라덴을 추종하는 의미로 아들이름을 오사마로 붙였다는 것도 알려져있다.
<사하라미디어에 게재된 벨모크타르의 비디오 성명>
그러나 모든 테러조직 지도자들이 그렇듯이 과연 그가 어떤 인물이고, 어떤 성향을 가졌으며, 최근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게다가 북아프리카 테러조직들의 뿌리와 관계가 상당히 복잡한만큼 , 벨모크타르에 대해서 좀더 깊이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알려진대로, 벨모크타르는 알제리 남부에서 태어나 십대시절 아프가니스탄 전에 참여해 오사마 빈라덴과 연관된 조직에 들어가 소련군과 맞서 싸웠던 그는 1990년대 고국 알제리로 돌아온후 이슬람세력을 탄압한 알제리 세속정부와의 투쟁에 투신했다. 당시 '무장이슬람그룹(GIA)'에 들어가 활동했고, 이후 살라피스트조직인 '설교와 전투를 위한 살라피스트그룹(GSPC) 대원이 됐다.
<'사막의 빈라덴' 압델하미드 아부 자이드>
벨모크타르를 말할때 빼놓을 수없는 인물이 바로 현재 이슬람마그레브알카에다(AQIM)의 지도자이자 '사하라의 빈라덴'으로 불리는 압델하미드 아부 자이드이다. 두 사람모두 알제리 남부출신이고, 똑같이 GIA와 GSPC에서 활동했다. GSPC는 이후 마그레브 지역의 알카에다조직인 AQIM에 통합됐는데, 벨모크타르와 아부 자이드는 똑같이 각자 카티바(여단)의 사령관으로 활동했지만 지난해 12월 지도부 선출과정에서 벨모크타르가 밀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벨모크타르는 자신의 조직인 물라타민여단을 결성했고, 몇 주만에 이번 알제리 인질극사태를 벌이는 대담성을 나타냈다. 이처럼 조직을 만든지 얼마되지 않아 신속하게 움직일수있었던데에는 벨모크타르가 지난 10여년동안 이른바 '인질사업'으로 수백만달러를 벌어들이는 등 만만치않는 '머니 파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있다.
벨모크타르와 아부 자이드의 경쟁관계는 북아프리카 지역 정보관계자들과 외교관들 사이에서 꽤 알려진 일인듯 하다. 아부 자이드가 이슬람근본주의의 '순수파'라면 벨모크타르는 그에 비해 훨씬 '실용파''협상파'로 불리고 있다. 테러보다 돈을 더 좋아하는 테러리스트란 말이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지난 2008년 니제르에서 벨모크타르에 납치됐다가 수개월만에 풀려난 캐나다 외교관 로버트 파울러가 '지옥에서의 한철'이란 회고록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벨모크타르는 아부 자이드 부하들이 서양 여성 2명을 인질로 붙잡아 오는 것을 보고 엄청난 혐오와 분노를 표출했다. 두 여성의 상태를 살펴보고 돌아오는 벨모크타르의 얼굴 표정이 마치 '번개라도 맞은 듯' 분노에 차있었다는 것. 두 여성 중 한명은 전갈에 팔이 물려 엄청나게 붓고 일부가 검게 변색됐을 정도로 매우 심각했고 둘다 이질에 걸려 상태가 매우 나빴는데, 아부 자이드가 아무런 조치도 취해주지 않자 벨모크타르가 이질 약을 가져다 여성들에게 주기도 했다는 것이다.
북아프리카리스크컨설팅사의 제프 포터는 20일 AP통신과 인터뷰에서 " 벨모크타르에 인질로 잡히면 살고, 아부 자이드에 잡히면 죽는다는 말이 돌았다. 2006~2012년 사이에 피살당한 인질들은 모두 아부 자이드에 의해서였다. 벨모크타르는 아부 자이드에 비해 이념적으로 덜 왜곡된 것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벨모크타르는 십년넘게 인질사업을 벌여오면서 인질을 죽인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있는 반면, 아부 자이드 조직은 2010년 영국인과 프랑스 인질을 단두처형하는 잔혹성을 나타냈다.
각종 증언들을 근거로 할때 벨모크타르는 AQIM의 다른 지도자급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과격한 인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가 자신의 세력을 넓히기 위해 아부 자이드와 유사한 전략을 택하면서 급격히 폭력적인 테러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AQIM으로부터 떨어져 나오면서 '범사하라 테러네트워크'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는 벨모크타르의 행보를 주지해봐야할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