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된 무장조직이 16일 프랑스의 말리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알제리 천연가스개발현장을 급습해 다국적 근로자 41명을 인질로 잡으면서, 이번 사태가 서구 대 극단이슬람 세력 간의 정면충돌 양상으로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인질들의 국적이 미국 노르웨이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일본 등 다양한 것으로 알려져 해당국 정부들도 비상사태를 맞게 됐다.
알제리는 프랑스군의 말리 공습을 위해 자국내 기지를 제공한 국가이다. 소말리아에서는 북동부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무장조직 알샤바브가 16일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에 대한 보복으로 수개월째 인질로 잡고 있는 프랑스군 비밀요원 드니 알렉스에 대한 '처형판결'을 발표했으며, 나이지리아에서도 악명높은 보코하람이 심상치않은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알제리 천연가스개발현장은 리비아 국경으로부터 약 100km 떨어진 인아메나스 인근의 티간투린에 위치한 소나트라슈 가스전이다. 이곳은 알제리 국영 석유회사 소나트라슈와 영국의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가 합작해 공동개발하고 있는곳으로, 현장작업은 노르웨이의 에너지회사 스타토일이 맡고 있다.
알제리 근로자만 약150명이며, 외국인 근로자의 정확한 숫자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일부 현지언론들은 외국인 인질규모를 약 100명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확인되지는않았다.현재까지 사망자는 영국인 1명, 프랑스인 1명, 알제리인 1명으로 보도되고 있다. 다흐 울드 카블리아 알제리 내무장관은 국영 APS통신과 인터뷰에서 "16일 오전 5시쯤 무장조직원 약 20명이 차량 세대에 나눠타고 가스전을 급습했다"면서, 습격작전을 이끈 대장은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에 맞서 싸웠던 알제리인 모크타르 벨모크타르"라고 밝혔다.
<물라타민여단의 모크타르 벨모크타르>
대소투쟁 과정에서 눈한쪽을 잃은 벨모크타르는 '알카에다이슬람마그레브(AQIM)'과 손잡고 활동하다가 최근 사이가 다소 틀어지면서 따로 떨어져나와 사하라 사막을 근거지로 하는 무장조직 '물라타민(아랍어로 '마스크를 쓴'이란 의미)여단'을 결성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프랑스와 알제리 정보기관이 이미 오래전 테러범으로 지목해 추적해온 인물로, 신출귀몰한 행각으로 인해 프랑스 정보요원들 사이에서는 '언캐처블(잡을수없는 사람)'이란 별명으로 불린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번 작전에 AQIM이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량의 폭탄은 물론이고 박격포와 지대공미사일까지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질범들은 16일 성명을 통해 "말리 공격 중단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모든 책임은 프랑스와 알제리 정부가 져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랑스인 인질 한명은 이날 보도채널 프랑스24와 전화인터뷰에서 " 중무장한 사람들이 유전내 시설물 2곳을 동시에 공격하면서 쳐들어와 모든 사람들을 인질로 잡았다"면서 "일부 인질들에게는 폭탄 벨트를 채워놓았다"고 전했다. 모리타니의 ANI통신은 유전 시설 곳곳에도 폭발물을 설치돼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한편 소말리아의 알샤바브는 16일 자체 트위터계정에 올린 성명에서 "프랑스인 드니 알렉스를 처형하겠다" 고 밝혔다. 프랑스군 정보요원 알렉스는 지난 2009년 7월 수도 모가디슈에서 소말리아 정부의 권력 이양 작업을 지원하다가 알샤바브에 납치됐으며, 프랑스 정부는 지난 12일 구출작전에 실패한 것도 모자라 작전중 피살된 자국 군인 2명의 시신이 공개되는 수모까지 겪었다.
프랑스군은 16일 현재 6일째 반군지역에 대한 공습을 퍼붓는 한편 지상군 작전을 개시했다. 미국, 독일, 이탈리아 등 각국이 추가지원을 약속했지만 직접적 개입에는 소극적인 자세를 나타내고 있어 올랑드 정부가 '아프리카판 아프간전'의 수렁을 끌려들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프리카의 극단이슬람 테러조직 분포>
알제리에서 발생한 외국인 근로자 인질사건의 주범이 '이슬람마그레브알카에다(AQIM)'와 연관된 무장조직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아프리카 대륙의 북서부 마그레브(아랍어로 '해가 지는 곳'이란 의미로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등이 포함된 지역)와 사헬(사하라사막 주변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AQIM에 또다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프리카의 이슬람 신자 분포도>
<아프리카 북부지역에서 발생한 프랑스인 납치사건>
원래는 1998년 알제리 반군 단체 사라피스트그룹으로 결성됐으나, 2007년 1월 알카에다와 연계를 강화하고 조직명을 바꾸면서 북아프리카지역에서 가장 위협적인 테러 조직으로 떠올랐다.2007년 모리타니에서 프랑스 관광객 4명을 살해한 것부터 같은해 알제리 유엔사무소를 공격하는 등 최근 수년간 테러 활동을 강화해 왔다.
미 군정보당국은 지난해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국 영사관 습격 사건에도 AQIM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전문가들은 서아프리카 모리타니의 북동부 지역과 말리, 니제르의 북부 지역에 있는 광활한 사막지대에서 활동하는 AQIM 조직원들이 수백 명 가까이 될 것으로 추정한다. AQIM의 일부 산하 조직은 최근 서구인을 납치해 몸값을 요구하는 범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