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임신중절 선택권을 인정해 미국 사법역사와 여성인권사에 한 획을 그었던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Roe vs Wade)'판결이 내려진지 22일로 40주년을 맞았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이 판결에 대한 미국 시민들의 지지율이 사상최고치인 70% 안팎을 기록하고있으나 '프로 초이스( 낙태선택권 지지)'와 '프로 라이프( 생명 지지)' 진영 간의 충돌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에만 19개 주에서 임신중절을 규제하는 법적 조치가 43회나 취해지는 등 사회분위기는 점점 더 보수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1973년 당시의 제인 로(왼쪽. 로마 리 맥코베이>
<낙태 반대 운동가로 변신한 현재의 모습>
트리트저널/NBC 공동여론조사에서 임실중절에 대해 '지지한다'는 응답이 39%, '반대' 18%, '모르겠다' 41%로 나타났다. 하지만 '로 대 웨이드' 판결에 대한 번복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무려 70%가 '번복 반대'로 답해, 연방대법원의 기존 판결에 대한 강한 지지를 나타냈다. 특히 이중 57%는 '강력히 반대'로 답했다. '번복 찬성'은 24%에 머물렀다. 퓨리서치 조사에서도 '번복 반대'는 63%, '번복 지지'는 29%로 나타났다. 특히 공화당 성향의 응답자 중 48%가 '번복 반대'로 답했다. AP통신, CNN 등은 출산여부를 여성 스스로 선택할 수있도록 인정한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미국 국민들이 확고부동한 지지의사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번복하려는 보수진영의 공세 역시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린 21일, 워싱턴DC는 물론이고 캔사스주,캘리포니아주 일부 지역에서 임신중절 반대시위가 열렸다.
'전국 프로 라이프 종교위원회'는 전국의 회원 및 기독교 신자들에게 22일 오후 3시부터 1시간동안 중절로 태어나지 못한 생명을 추모하는 기도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강력한 반임신중절 조치들을 취해온 샘 브라운벡 캔사스주 주지사는 이날 토페카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 직접 참석해 "생명의 문화를 창조하기 위해 계속 전진하자"고 역설했다. 반면 각종 여성단체들은 이날 워싱턴DC 대법원에서 40주년 축하 촛불집회를 가졌다. 오바마 대통령도 성명을 통해 "여성은 자신의 신체와 보건문제에 대한 선택권을 가져야 한다"는 말로 '로 대 웨이드'판결에 대한 지지의사를 나타냈다.
1973년 1월 22일, 연방대법원은 수정헌법 14조의 적법절차조항에 의한 사생활 권리를 근거로 여성은 임신후 6개월까지 중절여부를 선택할 권리를 지닌다고 판결했다. 단 출산 전 3개월 내 중절은 금지했다.
재판기간 내내 '제인 로'란 가명으로 불렸던 원고 노마 리 맥코베이(65)는 강간에 의한 임신이라며 낙태권을 주장하면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사회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 끝에 결국 낙태권을 인정받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자신은 낙태를 하지 않고 아이를 출산했다. 그에게는 세번째 아이었다.
그 이후 그의 행보는 좀 혼란스럽다. 느닷없이 동성애자임을 선언하더니, 1990년대 초반에 복음주의 목사와 친분을 맺어 세례를 받았고, 이후 아예 가톨릭으로 개종을 해버렸다. 이후 이번에는 동성애자가 아니라고 앞서 자신의 말을 번복에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다. 가톨릭 신자가 된 이후 열렬한 반낙태운동가로 변신한 그는 공화당 보수파인 론 폴 의원을 대통령후보로 지지하기도 했다. 한때 낙태권리를 주장하는 여권투사였다가 반낙태운동가로 변신한 이유에 대해서는 자서전에서 "병원에 갔다가 우연히 10주된 태아의 사진을 보고 나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주장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