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땅투기 내각’‘1% 내각’비판론이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사이에, 미국에서는 <1%>란 독특한 제목의 다큐멘터리 한편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제목 그대로, 미국사회의 1%를 차지하고 있는 ‘초(超) 부호’들의 삶과 빈부격차의 심각성을 고발한 작품이다. 뉴욕 등 주요도시에서 현재 상영 중인 이 작품이 특히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감독 자신이 바로 1% 출신이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부호집안 출신의 제이미 존슨 감독이 어떻게해서 미국사회의 지나친 부(富) 집중화와 빈부격차 고발자로 나서게 됐는가를 최근 상세히 보도했다. 저널은 그에게 ‘부자 마이클 무어’란 별명까지 붙여줬다.
올해 나이 28세인 제이미 존슨(위 사진)은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존슨&존슨 설립자의 증손자. 5년전인 2003년 <부자로 태어나다( Born Rich)> 란 장편다큐멘터리로 데뷔한 그는 두번째 작품으로 <1%>를 발표했다.
<부자로 태어나다>는 자신의 부자 친구들의 일상을 있을 그대로 필름에 담은 작품으로, 패리스 힐튼은 저리가라 쯤으로 돈을 펑펑 써대는 젊은 부자들이 무엇을 입고 먹고 마시며 생각하는지를 보여준다. 여기에는 성생활, 마약, 기업인수합병 계약서보다 더 세밀하게 준비하는 혼전계약서 작성 과정 등도 등장한다. 이 작품이 공개되자, 존슨의 카메라 앞에서 뜻하지 않게 너무 많은 것을 드러냈음을 뒤늦게 깨닫은 친구 몇몇은 그를 고소하기도 했었다.
<1%>가 언론의 관심을 끈데에는 , 저명한 투자자이자 자선사업가인 워렌 버핏때문이기도 했다. 버핏은 자신의 양손녀인 니콜이 영화 속에서 집안이야기를 이것저것 떠들어댄 데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으며, 심지어는 니콜에게 법적으로 자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편지까지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니콜은 워렌 버핏의 아들이 입양한 딸이다. 소박하기로 유명한 버핏이 이 영화를 통해 사생활의 일부가 공개된 것을 기분나빠했을 정도면 다른 부호들의 반응은 어떨지는 쉽게 짐작이 간다. 감독은 자신의 아버지 제임스 존슨를 비롯한 친지들을 직접 인터뷰하면서 사회불평등 실태를 놓고 토론을 벌이는가 하면, 그들의 안이한 사회의식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2006년 작고하기전 인터뷰를 가진 저명한 경제학자 밀튼 프리드먼이 존슨감독에게 “당신은 사회주의 신봉자다”라고 말하며, 녹화도중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나가버리는 장면도 영화 속에 등장한다. 제이미 존슨 감독은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주변 부자들에게 수백통의 인터뷰요청 편지를 보냈고, 번번이 거절을 당해야만 했다. 그 중에는 진보정치운동에 적극 기부해오고 있는 조지 소로스 같은 인물도 포함돼있다.
존슨 집안 상속자로 태어난 감독이 영화와 사회적 불평등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데에는, 사실 아버지 제임스의 보이지 않은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임스 존슨 자신이 젊은시절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실상에 관한 다큐멘터리 제작을 후원했을 정도로 영화와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것.
그러나 제임스 존슨은 이 영화 때문에 부모와 회사 측으로부터 큰 비난을 받아 곤란한 처지에 놓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들인 제이미 존슨 감독을 이 사실을 최근에야 어머니로부터 들어 알게됐으며, 비록 아버지로부터 영화를 위해 직접적인 도움을 받지는 못했을지라도 같은 관심사를 공유했었다는 사실을 뜻깊게 여기고 있다.
그는 월스트리저널과 인터뷰에서 “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나 자신이 집안의 부 덕분에 좋은 교육을 받았고 많은 곳을 여행할 수있었으며 무엇보다 영화를 할 수있게 됐다”면서 “내가 문제시 하는 것은 바로 부자들이 부를 독차지하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 너무 지나치다는 사실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부자들 중 일부가 자선사업에 적극 투신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대다수 부자들은 자신의 재산을 지키고 더 많은 부를 차지하는데에만 관심이 있다고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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