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적 장애에도 불구하고 공직을 훌륭하게 수행한 지도자들이 전세계적으로 적지 않다. 그중 첫 손 꼽히는 인물은 프랭클린 D 루즈벨트전 미국대통령.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에 의존해야했던 그는 "용감하고 끈질기게 뭔가를 시도하라. 만약 실패하면 다른 방법으로 다시 하라.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포기하지 않고 끝없이 시도하는 것"이란 말을 늘 입버릇처럼 해왔다고 한다. 국가지도자로서는 결정적인 단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의 장애는 오히려 국민들에게 어떤 역경도 견디고 일어설 수 있다는 불굴의 정신과 자신감을 심어 주는 힘이 됐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총리 정권 때 교육장관과 내무장관을 역임했던 데이비드 블렁킷은 태어날때부터 앞을 전혀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다. 매우 가난한 노동자집안에서 태어나 중증장애에도 불구하고 자수성가한 그가 평생 가슴에 새겨온 신조는 "앞을 보지 못하는 건 약간의 불편일 뿐 결코 장애가 아니다"란 것이었다.
게다가 그는 "밤에 불을 켜지 않고도 책을 읽을 수 있고, 원고를 보지 않고 청중을 바라보며연설할 수 있는 건 나만의 장점"이라고 말할 정도로 낙천적이다. 그가 장관으로 재직했을 당시,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했던 것이 앞 못보는 공직자에 대한 영국언론의 반응이었다. 하지만 , `불순한 궁금증'을 푸는데 실패했다. 영국 언론 인터넷사이트를 아무리 뒤져도 그의 장애를 언급한 기사를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였기 때문이었다.
93년부터 10년간 캐나다총리를 지냈던 장 크레티엥은 어린시절 질병으로 인해 얼굴의 절반이 마비되고 한쪽 청력까지 잃었다. 그가 국민들에게 내세운 슬로건은 "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는 유일한 정치인"이었다. 왼쪽 얼굴에 마비증세가 있는 탓에 오른쪽 입술을 움직여 말해야 하는 크레티엥이 얼마나 적극적이며, 날카로운 풍자정신의 소유자인가는 이 한마디로 알 수있다. 그런가하면 볼프강 쇼이블레 전독일내무장관은 승승장구하던 중 총에 맞아 하반신이 마비된 후에도 휠체어를 타고 공직에 복귀했다.
장애를 장점으로 바꿔놓은 또 한명의 정치인이 탄생됐다. 성추문으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사퇴한 엘리엇 스피처 미국 뉴욕주지사의 후임인 데이비드 패터슨이다. 평소라면 미국 주지사 교체가 국제적으로 눈길을 끌기 어렵겠지만, 이번에는 스피처의 극적인 몰락과 패터슨의 특별한 배경때문에 화제가 되고 있다.
올해 54세인 패터슨 현 뉴욕부지사는 어린시절 한쪽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나머지 한쪽 눈으로 형체를 알아볼 수 있다지만, 그는 법적 시각장애인이다. 오는 17일 뉴욕주 역사상 최초, 미국 역사로는 세번째 흑인주지사로 취임할 예정인 패터슨은 앞으로 버락 오바마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흑인지도자로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패터슨이 현재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장애를 딛고 일어서고자하는 본인의 강력한 의지와 긍정적인 마인드, 그리고 주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그는 " 앞을 볼 수없기 때문에 좋은 경청자가 됐다"말한다.
뉴욕마라톤 완주자인 패터슨은 " 장애(Disability)가 나에겐 능력(Ability)"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마리오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패터슨과 농구경기를 했던 일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 그 친구(패터슨)가 상대편 선수로 나오길래 "여기서 뭐하는거야 ,넌 앞 못보자나"라고 농담했더니 "내가 네 수비담당이야"라고 대답하더군요. 속으로 "옳다구나" 싶었던 순간, 바로 공을 뺐겼답니다." 패터슨이 가장 좋아하는 글귀는 마리오 푸조의`대부'에 등장하는 문장이라고 한다.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당신의 장점을 과소평가하는 친구와 약점을 과대평가하는 적수다." 패터슨의 시각장애 약점을 과대평가했던 정치적 적수들이 지금쯤 어떤 기분일까.
한 나라의 건강성을 평가하는 기준은 여러가지이지만, 그 중 하나가 바로 장애인 또는 소수자와 사회 간의 통합이다. 패터슨의 화려한 부상을 지켜보면서, 우리 사회의 건강성은 과연 어느 정도인지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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