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그리스와 한국..그리스 국민투표와 한국 무상급식 주민투표

bluefox61 2011. 11. 3. 12:09
그리스와 한국은 비슷한 점이 많은 나라입니다. 

우선 펠로폰네소스 반도와 한반도에 자리잡고 있는 지정학적 위치가 비슷합니다. 대륙의 강대국 영향력도 많이 받았지요. 그리스는 터키,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내전과 이데올로기 갈등의 경험도 비슷합니다.
그리스는 2차세계대전 중인 1946년부터 3년간 정부군과 공산군 간의 내전을 겪었는데, 이 기간동안 사망자가 최소 3만명 , 난민은 수십만명이 이를 정도로 전쟁이 남긴 상흔은 엄청났습니다. 지금까지도 그리스는 이데올로기 갈등이 심합니다. 좌파와 우파 간의 갈등 골이 매우 깊어서 1974년 군사정권 붕괴로 권력공백상태가 벌어졌을때 딱 한차례 '거국정부'가 들어섰는데, 그 마저도 좌우로 갈려 싸우는 통에 4개월만에 무너졌을 정도입니다.

그리스는 한국처럼 군사쿠데타와 독재의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1967년 요르요스 파파도풀로스(사진 가운데) 등 일단의 군인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좌파정권을 무너뜨리고 74년까지 정권을 잡았지요. 이 기간을 '대령들의 정부'로 부르기도 합니다. 
한국처럼 그리스 현대문학,영화 등에 군사독재와 싸우는 소재가 많은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코스타 가브라스의 영화 'z', 앙겔로폴로스 감독의 영화들에서 우리는 그리스 독재정권과 인권문제의 일단을 들여다볼 수있습니다.

그리스는 이른바 IMF 사태를 맞았다는 점에서 한국과 또하나의 공통점을 갖게 됐습니다. 물론 IMF사태의 원인과 국민들의 대응은 많이 다릅니다. 그리스의 이른바 '지중해기질'과 한국국민성도 많이 다르고요.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가 2차 구제금융을 국민투표에 붙이겠다고 밝히면서, 전세계의 시선이 다시 그리스에 쏠리고 있습니다.

그리스 국민투표를 살펴보니,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의외로 많은 공통점이 있네요. 

우선은 '문안'문제입니다. 오세훈 전시장은 당초 무상급식 반대를 외쳤지만, 정작 주민투표에서는 '단계적 무상급식'을 문안으로 가지고 나왔지요. 그리스에서도 이 '문안'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리스 헌법은 국민투표를 붙일 수있는 안건을 '국가적, 사회적'중대사안으로 지정해놓고 있습니다. 나라의 살림살이인 '재정'은 일단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재정'관련문제를 국민투표를 붙일 수있는데, 대신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의회의 5분의 3 지지를 받아오라는 거지요. '국가적,사회적' 사안 경우엔 의회 과반 지지를 받아야 합니다. 파판드레우 총리 입장에서는 '재정'을 문안에 포함시켜서, 5분의 3 지지를 받을 이유가 없을 겁니다. 지금 여당인 사회당의 일부 의원들까지 자기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판에, 5분의 3 지지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재정'을 들고나오기보다는 가능한 '국가적,사회적'사안임을 국민투표 문안으로 만들어서, 의회의 과반 지지를 받으려는게 파판드레우의 계획인 것으로 보입니다. 2차구제안이 곧 '긴축재정'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정면으로 들고 나올 수없으니 결국엔 '유로존 잔존' 여부가 문안이 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파판드레우가 4일 의회에서 과반득표로 재신임을 받고, 국민투표안도 과반득표로 승인을 받게 된다면, 그 다음 수순은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정식으로 공표하는 일입니다. 
제1 야당인 신민당이 현정부 불신임, 국민투표 부결에 모두 실패할 경우 택할 수있는 행보는 바로 '투표율'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그리스 헌법에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경우, 투표율 40%를 넘어야 개표할 수있도록 규정돼있습니다. 우리나라 주민투표 경우는 투표율 33.3% 였지요.

신민당의 안토니오 사마라스 당수는 국민투표를 할때가 아니라 조기총선을 할때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 사마라스 당수는 주민투표 거부운동을 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현재 그의 제1 목표는 4일 의회 재신임투표에서 파판드레우 정권을 붕괴시키는 것입니다. 과연 그 목표를 달성할 수있을지 ,  실패할 경우 그 다음 수순은 무엇이 될지 궁금합니다.

'그리스 드라마'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