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사통신 ,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는 총리직에서 물러난지 하루 뒤인 13일 저녁 로마의 자택에서 조기총선 실시 및 '자유국민당(PdL)' 승리를 촉구하는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성대한 파티를 즐겼다. 이날 그는 군소보수정당인 '우파'의 당 대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전례없는 국제적 위기를 겪었던 지난 3년6개월 동안 우리가 해낸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함께 정부로 향하는 길을 재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지지세력을 다시 규합해 정권을 재창출하겠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베를루스코니는 자신이 직접 창당한 제1여당 PdL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베를루스코니의 오른팔이자 PdL 사무총장인 안젤리노 알파노는 현지언론들과 인터뷰에서 "오는 2013년 봄으로 예정된 총선을 앞당겨 치르겠다"며 조기총선 의지를 재확인했다. 베를루스코니는 일단 조기총선에 직접 나서지는 않겠다고 밝힌 상태이다.
그러나 측근들은 그가 지난 12일 조르조 나폴리타노 대통령에게 퇴진의사를 전달하고 나오는 길에 마주친 시위대로부터 받은 모욕에 자존심을 크게 다쳐 분개하고 있으며, 의회 불신임 투표 과정에서 나타난 당의 분열을 막기 위해 직접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지는 보도했다.
베를루스코니 정치행보의 최대 걸림돌은 현재 밀라노에서 진행중인 미성년 성매수, 뇌물공여 및 권력남용 등에 관한 재판 결과이다.이탈리아에서 미성년 성매수 범죄는 최대 3년, 권력남용은 최대 12년의 징역형을 받을수있다.
좌초 위기에 직면한 '이탈리아호'를 이끌 새 선장으로 지명된 마리오 몬티(68) 총리 내정자가 과도정부 구성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안사통신, 코리에르 델라 세라 등 현지언론들은 몬티 총리 내정자가 14일부터 내각 인선작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며, 16일쯤 의회 신임표결을 거쳐 이번 주내 과도정부를 정식으로 출범시킬 것으로 13일 보도했다.
그러나 '몬티호'의 앞날은 격랑이 멈출새가 없는 거친 항해가 될 전망이다. 과도정부 구성부터 균형재정, 긴축정책, 멈춰선 성장엔진 재가동, 분열된 국론 봉합, 조기총선 실시 등 쉬운 과제는 하나도 없기때문이다. 평생을 유럽연합(EU) 경쟁부문 집행위원, 대학교수 및 총장으로 활동하면서 실물경제와 이론에 통달한 '슈퍼 마리오'이지만 과연 과도정부의 한계를 극복하고, 중병에 걸린 이탈리아를 수술대 위에 눕혀 환부를 과감하게 도려낼 수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국내총생산(GDP) 120%에 달하는 1조9000억유로에 달하는 공공부채, 10년 넘게 이어져온 제로(0)에 가까운 성장률( EU집행위의 2012년도 전망치는 0.1%) 을 바꿔놓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임무'란 지적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몬티 총리내정자는 13일 첫 언론인터뷰에서 "함께 노력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있다"면서 " 우리 세대는 다음 세대에 존엄과 희망의 공고한 미래를 물려줘야할 빚이 있다"며 국가적 단합을 촉구했다.
몬티 총리 내정자의 첫 과제는 내각 구성이다. 현지언론들의 분석에 따르면,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고 경제 등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는 전문관료 중심의 인사로 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경제장관에는 로렌조 비니 스마기 유럽중앙은행(ECB) 이사가 유력하다.제1야당 민주당과 최대노조 CGIL은 이미 과도정부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반면 제1여당인 자유국민당(PdL)의 안젤리노 알파노 사무총장은 "관료 중심의 내각이 꾸려지기를 희망한다"면서 "베를루스코니 총리에게 반대했던 야당인사들이 포함돼선 안된다"고 조건부 지지입장을 밝혔다.집권연정 파트너인 북부동맹의 움베르토 보시는 한발 더 나아가 "(과도정부에) 결코 백지수표를 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 국채 금리를 떨어뜨려 외자 도입 비용을 줄여나가야 하는 것도 과도정부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몬티호'에 대한 1차 평가는 14일 국제금융시장에서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로 입증될 것으로 보인다.또 당장 내년 4월 만기 도래하는 국채 2000억유로를 갚아야한다.
그러나 가장 무거운 과제는 지난 11일과 12일 상·하 양원을 통과한 경제 안정화 방안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국유재산 매각을 통한 150억 유로의 재원 확보, 2026년까지 연금 지급연령을 67세로 상향 조정, 노동시장 유연화 등이 포함돼있다. 연금 지급 시기 연기와 노동시장 유연화는 노동계와 서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