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치솟는 대학등록금..지구촌 몸살

bluefox61 2011. 9. 8. 14:16
재정위기 시대에 치솟는 대학등록금 문제로 지구촌이 몸살을 앓고 있다. 영국,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각국은 물론 대서양 건너 칠레, 브라질 등 남미에서도 정부의 교육예산 감축과 대학 등록금 대폭 인상안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격렬한 시위가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도 대학등록금이 치솟으면서, 대학생들의 학자금 융자 규모가 1조달러가 넘어서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8일 내년도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해 1조 5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방침이다. 정부 보조금의 축소 또는 폐지로 인해 치솟는 대학등록금은 적자재정을 극복하기 위해선 어쩔수없는 고육책이란 지적이 있는 반면, 교육의 빈부격차 악화와 고등교육의 위기를 초래하는 미봉책일 뿐이란 비판도 적지 않다. 대학 등록금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세계 각국의 상황을 알아본다.

▶유럽 = 지난 5일 영국 스코틀랜드 에딘버러대가 2012학년도 가을학기부터 적용될 등록금 액수를 발표했다. 연 9000파운드(약1540만원)씩 4년간 3만6000파운드(약6160만원)이다.
대상은 스코틀랜드를 제외한 잉글랜드, 웨일즈 학생이다. 인상전 등록금은 연 1820파운드였다. 대학측은 등록금인상 `폭탄'을 맞은 학생들을 위해 연 670만파운드(약 114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영국 사회는 충격을 받은 분위기이다. 지난해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가 정부의 대학지원금을 줄이는 대신 최대 연 9000파운드까지 등록금 인상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하기는 했지만, 정작 현실로 나타나고 보니 사태의 심각성이 새삼 피부로 느껴졌기때문이다.에딘버러대뿐만 아니라 해리엇와트대, 애버딘대 등 스코틀랜드에 있는 다른 대학들도 줄줄이 등록금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가디언, 텔레그래프 등 영국 언론들은 대폭 오른 등록금때문에 대학 입학예정자들 중 약 20만명이 진학을 늦추고, 많은 영국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학비가 싼 유럽대륙 대학으로 옳겨가는 `엑소더스'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일제히 전망했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영국대학에 진학하는 외국인 수도 급격히 줄어들 전망이다. 
최근 영국 고등교육정책연구소(HEPI)는 최근 보고서에서 대학들이 정원미달사태에 직면할 수있으며, 이같은 상황을 방지하려면 등록금은 연7500파운드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경고했다. 새학년이 시작된 9월 현재 대학생들은 특별한 등록금인하 투쟁활동을 벌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인상안을 발표했던 지난해말부터 올해초까지 런던 등 영국 주요도시에서 수만명의 학생들이 시위를 벌이고 자동차 등 기물을 파손하는 등 격렬하게 저항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당시 학생들은 찰스 왕세자가 탄 자동차를 공격하기까지 해 시민들을 깜짝 놀래켰다. 
에딘버러대 등 일부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잠잠한 것은 지난 8월 런던, 리버풀,버밍엄 등을 휩쓸었던 폭동이 사회에 미친 충격때문에 잇달아 집단행동에 나서기 부담을 느낀 탓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등록금 인상이 현실화한만큼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 학생시위가 불거질 가능성은 언제든 있다고 보고 있다. 
스코틀랜드 학생연합측은 최근 텔레그래프지와 인터뷰에서 "생활비까지 포함해 스코틀랜드에서 4년간 공부하다간 빚더미에 올라앉을 것"이라면서 " 대학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돈을 벌다가는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명성에 흠집만 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스페인 대학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부터 악화된 재정위기로 고등교육 예산이 약 10% 삭감되면서, 고등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이 고스란히 개인의 몫으로 돌아왔다. 특히 스페인에서는 학생들이 올 여름내내 수도 마드리드 중심가 광장을 점거한채 반정부 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큰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중 그리스에 이어 두번째로 구제금융을 받은 아일랜드 경우 15년전만해도 대학 등록금이 연 240달러 정도였지만 지금은 2000달러로 올랐다. 동유럽 라트비아는 2008년 뉴욕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이후 고등교육 보조금을 절반정도 줄였고, 폴란드 헝가리 에스토니아 등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학교측은 전기, 수도요금 등을 절약하기 위해 방학을 늘리는 편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유로존 재정위기로 인해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수준높은 고등교육을 제공해오던 유럽의 명성을 금이 간 상태이다. 등록금 인상을 해결할 마땅한 방안도 현재로선 없는 형편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경제난으로 기업의 대학연구지원금이 축소되는 등 유럽 대학들이 교육과 연구의 질적 면에서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국= 재정난으로 파산지경에 처한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최근 대학 관련 예산을 20%나 삭감했다. CNN 머니는 올들어  25개 주정부가 삭감한 대학예산지원액이 약 50억달러에 이른다고 최근 보도했다. 펜실베니아주에서는 올해 초 주지사가 교육 예산을 무려 54%나 삭감하겠다고 발표하자마자 대학생과 학부모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특히 한국교포가 많이 사는 캘리포니아주의 대학 등록금 인상이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 미 연방교육부가 웹사이트를 통해 국공립 4년제 대학 등록금 인상폭을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2007-08년도부터 2009-10년도까지 등록금이 가장 많이 오른 10대 대학들 중 6개가 캘리포니아주립대(CSU) 계열인 것으로 나타났다. 
CSU에 포함된 23개 캠퍼스 중 하나인 샌디에고주립대 임페리얼 벨리 캠퍼스 경우 등록금이 무려 47%나 올랐다. 캘리포니아주의 또다른 주립대계열인 유니버시티 오브 캘리포니아(UC계열)대학들도 올 가을 신학기부터 등록금을 추가로 9.6% 인상하기로 해, 기존 8%인상과 합쳐 총 18.3%를 기록하게 됐다.  UC 계열 학부생은 캘리포니아 거주민 기준으로 2010-2011학년도보다 약 1920달러가 오른 연간 1만2200달러 이상의 등록금을 내야 한다. 생활비와 기숙사비, 교재비 등을 포함하면 연간 최대 3만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 지난 7월 UC 계열 대학들은 추가 인상 방침을 발표하면서 의회를 통과한 주정부의 예산안에서 교육 예산 지원액이 1억5000만달러 더 삭감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UCLA, UC버클리,UC어바인 등 10개 캠퍼스에 23만명의 학생들이 수학중인 UC 계열대에서 등록금 수입은 주정부 지원금을 앞지르고 있다. 올해 UC 등록금 수입은 총 29억달러인 반면, 주정부 지원금은 24억달러로 머물렀다. 이는 1869년 UC 개교이래 처음이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최근기사에 대학에서 등록금 수입이 주정부 지원금을 추월한 것은 공교육의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지적했다. 
주립대 등록금이 이처럼 대폭인상되자, 빚더미에 올라앉은 학생들이 급증하고 있다.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인 SAT 주관처 `칼리지보드'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학생들이 연방정부 등으로부터 받은 학자금 융자액이  총 1조달러에 이르고 있다. 1인당 평균 융자액은 2만7659달러로 나타났다.
문제는 학자금 융자를 받아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취업해 빚을 갚아나가기가 쉽지 않아졌다는 점이다.2010년도 졸업 학생들 중 졸업시점에 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약 56%에 머물렀다. 
미국 실업률은 공식적으로는 9.1%이지만, 실질적으로는 16.2%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연방정부 예산관리처(OMB)는 지난 1일 발표한 올해 예산에 대한 수정보고서에서 실업률이 올해 평균 9.1%를 유지하다가 내년에도 9.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업률은 2013년에 가서야 평균 8.5%로 낮아지겠지만, 2016년까지는 6% 아래로 떨어지긴 힘들 전망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8일 상하원 연설에서 일자리 창출방안을 내놓았지만 과연 실업률, 특히 청년실업을 얼마나 해소할지는 미지수이다.
등록금은 오르는데 일자리찾기는 어려워지면서 대학재학시절 융자받은 학자금을 갚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처지에 놓이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기사에서 교육부 자료를 인용해 사립대 졸업자 중 4분의 1이 융자금 상환이 시작된지 3년이내에 디폴트를 맞게 된다고 지적했다. 대학재학시절 학비를 벌기위해 온갖 아르바이트하고 학자금 융자까지 받아 졸업을 하지만, 정작  사회생활을 시작하자마자 빚에 눌려지내다가 신용불량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미국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NYT와 인터뷰에서 "앞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식이 대학에 들어갈때쯤에서야 학자금 융자액을 겨우 다 갚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라틴아메리카=칠레에서는 지난 5월 중순부터 3개월 넘게 공교육 개혁을 요구하는 학생과 교사들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들 시위대들은 무상 공교육을 보장하고 우수한 공립·사립학교에 예산을 더 많이 지원하는 `차등 지원제'를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1980년대 피노체트 군사독재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 소속으로 이관시킨 학교를 국립화할 것과 교육 영리활동에 대한 형사처벌제 도입 등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의 배경에는 심각한 교육 격차와 세바스티안 피녜라 정부의 교육 예산 삭감에 대한 불만이 자리잡고 있다. 칠레 정부의 대학교육 지원액은 국내총생산(GDP)의 0.3%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에 크게 못 미친다. 연 1000만원에 달하는 비싼 등록금도 원인이다. 한국의 서울대에 해당하는 국립 칠레대의 1년 학비는 200만∼450만 칠레페소(약 480만∼1080만원), 사립대는 연 700만 페소(약 1680만원)에 이른다. 
이같은 대중의 불만은 시위로 폭발했고 학생과 교사들이 솥과 프라이팬 등을 치며 불만을 표출하는 `까세로라소'라는 시위로 나타났다. 스튜를 끓일 때 쓰는 솥을 뜻하는 까세로라(Cacerola)에 어원을 둔 까세로라소 시위가 벌어진 것은 1980년대 말 피노체트 군사정권에 맞선 민주화 시위 이후 처음이다. 시위가 계속되면서 보수 우파 성향의 피녜라 대통령의 지지율은 26%까지 추락했다. 이는 1990년 이래 가장 낮은 대통령 지지율 수준이다.
칠레 공교육 개혁 시위에 영향을 받아 브라질에서도 열악한 공교육 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학생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8월 31일 브라질 최대 학생조직인 전국학생연합(UNE)이 주도해 1만여명이 참가한 시위에서는 교육 예산을 GDP의 10% 수준으로 늘리고 대서양 연안 심해유전 개발 이익의 50%를 교육 부문에 투자하는 한편 대학 등록금의 대출이자를 내릴 것 등을 요구했다.
이와함께 칠레와 브라질 학생조직은 연대를 통해 교육 개혁을 이루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칠레 학생 시위의 아이콘인  카밀라 발레호 칠레 대학생연합(FECh)회장이 8월 브라질 학생 시위에는 참가하기도 했다. 발레호 회장은 "칠레와 브라질의 학생 운동 통합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이 같은 움직임을 라틴아메리카 전체로 확대시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