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프랑스 극우주의의 상징된 잔다르크

bluefox61 2012. 5. 2. 19:58

올해로 탄생 600주년을 맞은 '프랑스의 영웅' 잔다르크가 대선정국과 맞물리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잔다르크의 정치적 이용이 프랑스에서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들어 그 정도가 위험수위에 도달하고 있다는 학계 안팎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일 극우 국민전선 지지자들은 '근로자의 날'을 맞아 파리 중심가 피라미드 광장에 세워진 잔다르크 동상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가졌다. 80년대 중반부터 잔다르크를 아이콘(상징물)로 내세워온 국민전선은 매년 잔다르크의 탄생일로 추정되는 1월 6일과 5월 1일 두차례 자축행사를 갖고 있다. 마린 르펜 당수가 지난 4월 22일 치러진 대선 1차투표에서 역대최고인 17.9%의 득표율을 기록한데 힘입어 .특히 올해 행사는 정치적 자신감을 한껏 드러내는 분위기 속이 치러진 것으로 AFP통신 등이 전했다.

 


 

하루전인 지난 4월30일, 같은 장소에서는 좌파성향 비정부기구(NGO)들의 점거시위가 벌어졌다.에이즈환자 인권단체인 액트업파리(ActUp Paris) 등 3개 단체 회원 100여명은 잔다르크 동상 아래 드러누워 반극우주의 시위를 벌였다.국민전선이 잔다르크를 극우의 상징으로 이용하는 것을 더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 이들은 "1차 투표에서 무려 600만명이 넘는 프랑스 유권자들이 르펜에게 표를 던졌다"면서 "오늘 우리의 시위는 국민들에게 보내는 긴급한 호소" 라고 주장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잔다르크는 국민전선이 아니라 페미니즘의 아이콘"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도 했다. 앞서 지난 1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잔다르크의 고향 동레미를 방문, "잔다르크는 통합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에서 잔다르크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는 그 자체가 매우 정치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1412년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잔다르크는 100년전쟁에 신음하는 프랑스를 영국의 손아귀로부터 구해냈으며, 영국군에 붙잡힌 후 양국간의 복잡한 정치적 외교적 종교적 거래과 계산 속에 따라 1431년 5월30일 화형에 처해졌다. 

1,2차세계대전기동안 다시한번 '전쟁영웅'으로 추앙받은 잔다르크는 이후 극좌파에 의해 '민중을 이끈 무산계급의 상징"이 됐다가, 80년대 중반 극우주의자 장 마리 르펜이 자신이 창당한 국민전선의 상징물로 삼으면서 반외세, 반이민 영웅으로 변신당했다.

 

583년전인 1429년 5월, 잔다르크에 의해 영국군 포위로부터 해방된 오를레앙에서는 1일부터 약 한달간 다채로운 '잔다르크 탄생 600주년' 축제가 열린다. 장 피에르 가벨로 오를레앙 부시장은 워싱턴포스트지와 인터뷰에서 대선정국에 휘말린 잔다르크에 안타까움을 나타내면서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잔다르크를 진정 놓여야할 곳으로 되돌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