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호화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 좌초사건을 계기로 초대형 유람선의 안전성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유람선은 날로 대형화되는 반면, 과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고 안전하게 승객들을 대피시킬 수있는 한계점이 어디까지인가는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자 기사에서 이번 사건을 통해 유람선업계의 뿌리깊은 고민인 안전문제가 새삼 급부상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최대 규모의 유람선 오아시스호>
승객, 승무원 약 4300여명을 실은 코스타 콩코르디아호가 좌초됐음에도 불구하고 사망자가 15일 현재까지 5명에 '불과'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른 유람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를 지목하고 있다. 세계최대 크루즈선으로 꼽히는 '오아시스 오브 더 시즈(Oasis of the Seas)'호 경우 최대승선 인원이 9400명이며, '얼루어 오브 시즈(Allure of the Seas)'호는 최대 8500명이 승선할 수있는 규모이다. 코스타 콩코르디아는 이런 선박들에 비해 절반 규모인 셈이다.
이번 사고의 사망자,실종자가 비교적 적은 원인으로는 풍랑 등 기상악화가 전혀 일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육지와 매우 가까운 곳에서 좌초해 신속한 구조작업이 이뤄진 점도 빼놓을 수없다. 한 업계관계자는 FT와 인터뷰에서 " 폭풍우가 몰아치는 카리브해나 지중해 한가운데에서 코스타 콩코르디아호가 만약 좌초됐다면 희생자가 얼마나 될지 상상조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아시스호의 데크 모습>
<바다위에서 인공파도를 즐기는 승객들의 모습>
유람선이 갈수록 대형화되는 것은 경제적 이유때문이다. 중형 유람선 여러대를 운행하는 것보다 초대형 한대를 띄우는데 돈이 적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유람선 위에서 온갖 스포츠와 여흥, 호사를 누리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취향도 유람선의 대형화를 부추긴다. '오아시스 오브 더 시즈'호는 2700개의 객실과 축구장만한 공원, 수영장, 3D 영화관, 아쿠아 공연장 ,스케이트 장, 쇼핑센터 등 갖춘 '바다에 떠있는 소도시'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문제는 유람선이 커지면 커질수록 탑승객이 늘어나게 마련인데, 물리적으로 대규모 인원을 짧은 시간내에 대피시키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선박업계 전문 변호사인 클레이 메이틀랜드도 FT와 인터뷰에서 "탑승자 대피에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초대형 유람선이 과연 완벽한 대피장비를 갖추고 있는가도 의문이다. 선박안전 전문가들은 유람선 사고시 탑승객과 선원들이 구명정을 타고 빠져나와야 하는 피신 방식은 1912년 4월 15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타이태닉호 사고때나 지금이나 근본적으로 달라진게 없다고 지적한다.승무원들의 안전교육에도 우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유람선 특성상 식당 운영자, 공연자 등 선박운행과 무관한 수많은 승무원들이 탑승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안전수칙 교육은 탑승전 4∼5일간 기초수준에서 이뤄지는게 업계의 관행이다. 업계 관계자는 FT와 인터뷰에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초대형 유람선의 유사시 탑승객 대피방식에 대한 새로운 논의와 발상전환이 요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서부 티레니아해 질리오섬 부근에서 암초에 충돌한 뒤 좌초된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의 사망자가 5명으로 늘어났다.
현지 안사통신은 15일 잠수부들이 유람선의 물에 잠긴 선실 안에는 두명의 남성 시신을 인양해냈다고 보도했다. 두 남성의 신원은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적의 노인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탈리아 노인은 아내, 아들내외, 손자손녀 2명과 함께 여행에 나섰다가 혼자 목숨을 잃었다. 잠수부들에 따르면, 두 남성 모두 발견 당시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지만 목숨을 구하지는 못했다. 실종자는 15∼17명이다.
사고는 13일 오후 7시 30분 이탈리아 반도 서쪽 항구도시 치비타베치아를 출항한 유람선에서 승객들이 만찬을 막 즐기기 시작하던 순간 암초에 부딛히면서 발생했다. 당시 배 안에는 승객과 승무원 4234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사고 유람선은 2006년부터 항해를 시작했으며, 이탈리아 시칠리아 항구를 출발해 치비타베치아, 사보나, 프랑스 마르세유, 스페인 바르셀로나, 마요르카섬, 자르데니아섬을 거쳐 출발지로 돌아오는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안사통신은 사고 발생 48시간이 지나면서, 해안경비대 소속 잠수부들이 혹시 선내에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생존자 수색을 위한 시간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유람선내 탑승했던 한국인은 승무원 2명을 포함한 35명 중 한명이 다리 골절상을 입었지만 모두 무사하다고 외교통상부는 밝혔다.
사고원인은 아직까지 미스터리 투성이이다. 목격자들은 문제의 유람선이 사고당시 질리오 섬 해안선과 불과 15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점을 운항했다고 전했다. 섬 인근 바다 밑은 수많은 암석으로 울퉁불퉁하고 산호초로 가득해 항해하기가 매우 위험하다. 문제의 유람선은 한해 52회나 똑같은 항로를 운항해왔다. 선장,항해사의 실수가 있었거나 네이게이션 장치 고장 등이 사고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확한 원인은 잠수부들이 인양한 블랙박스의 기록분석을 통해 밝혀질 예정이다.
선사인 코스타 크로시에레 SpA사 측은 15일 성명을 발표해 " 항로가 해안으로부터 매우 가까웠다"며 "선장의 판단실수로 심대한 결과가 초래됐다"고 밝혔다.회사측은 또 탑승객 전원이 대피하기전 프란체스코 스케티 선장과 승무원들이 먼저 대피한 사실을 인정했다. 스케티 선장은 심지어 해안경비대가 다시 배로 돌아가 탑승객 대피를 지휘하라는 요구조차 거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지언론들은 "법에 따라 의무를 다하라"는 해안경비대 관계자의 요구를 선장이 무시했다고 전했다. 선장은 "해안선으로부터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운항했다"면서, 자신이 승객보다 먼저 대비한 사실도 부인하고 있다. 선장은 현재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으며, 과실치사 혐의 등이 인정될 경우 15년형에 처해질 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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