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통합이냐 분열이냐..2011년 다사다난 유로존

bluefox61 2011. 12. 14. 20:09

2011년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은 단어는 '전염(contagion)', '도미노(domino)',' 긴축(austerity)' 이였다.'잃어버린 10년'의 경제난이 유럽을 짓누르게 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쏟아졌고,그리스 등 최악의 재정위기 국가들을 퇴출시키고 차라리 '미니 유로존'을 만들자는 주장들이 제기되면서 유로존의 존폐와 미래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도 깊어졌다.

지난해 그리스와 아일랜드에 대한 구제금융으로 진화되는 듯했던 재정위기가 연초부터 되살아나더니, 포르투갈에 이어 그리스가 또다시 2차구제금융을 받자 스페인과 이탈리아 경제까지 붕괴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유럽은 물론 전세계를 휩쓸었다. 특히 유로존 1,2위 경제대국인 독일과 프랑스도 안심하기 어렵다는 경고가 쏟아지면서, 재정위기가 유럽을 넘어 미국과 라틴아메리카, 아시아까지 '전염'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 주요 일지> 

5월16일 포르투갈 780억유로 구제금융 

7월6일 무디스,포르투갈 신용등급을 정크수준으로 강등.2차 구제금융 필요성 제기 

7월21일 그리스 2차 구제금융 

8월7일 ECB, 재정취약국 국채매입 재개 

9월11일 ECB 수석이코노미스트 유르겐 스타르크, 국채매입 프로그램에 대한 항의로 사임 

10월12~13일 EU정상회의, 유로존 위기해소방안에 대한 이견으로 회의일정 연기 

10월20일 그리스, 1차 구제금융 6차분 받기 위한 정부의 추가긴축재정 패키지에 반대하는 총파업 

10월26일 EU 정상회의에서 그리스 민간채권 50% 상각, EFSF 1조유로 증액, 민간은행 자본확충 9% 상향조정 등 결정

11월 27일 무디스, EU 27개 회원국 신용등급 강등 경고 

12월 9일 EU 정상회의에서 영국 제외한 26개국이 재정통합을 위한 '안정 성장협약' 개정에 합의 

12월 13일 S&P, 5일 유로존 15개국에 이어 EU 25개국 및 역내 42개 은행 신용등급 강등 경고.


이런 가운데 유럽 각국과 대형금융기관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강등되는 도미노현상이 벌어졌다. 유로존에서 최상위 트리플A(AAA)  국가는 프랑스와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핀란드,네덜란드 등 6개국 뿐이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할 경우 유로존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27개 회원국 전체의 신용등급을 내년초쯤 강등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S&P는 지난 5일 유로존 15개국 신용등급 강등 경고에 이어 13일에 EU 25개국과 역내 45개 은행에 대한 등급 강등을 다시한번 경고했다.
 

신평사들의 이같은 경고가 겨냥하고 있는 곳은 독일과 프랑스이다. 유로존의 양대국일 뿐만 아니라 유럽재정안정기구(EFSF)를 지탱하는 핵심축이기 때문이다. ESFS가 유동성 확대와 시장대응 강화를 위해 올해부터 발행하기 시작한 채권은 최고등급인 트리플A 등급을 부여받고 있는데, 독일과 프랑스 등 유로존 초우량국가들이 공동보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나라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ESFS의 등급도 하락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EFSF를 통한 유로존 위기대응도 물거품이 될 위험이 커지게 된다.
 

졸라맨 허리띠를 더 졸라매는 '긴축'은 '99%' 서민들에게 고통을 안겼고, 국가시스템의 변화까지 초래했다. 그리스와 이탈리아에서는 추가긴축 재정안을 둘러싼 정치적 혼란으로 정부가 무너지고 과도내각이 들어섰으며, 스페인에서는 실업률이 20%선(청년실업 약 45%)을 넘어서면서, 이른바 '분노한 사람들'의 대규모 시위가 수도 마드리드를 넘어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 등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2차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유럽은 청년세대가 부모세대보다 생활수준이 떨어지는 상황을 맞게됐고, 전후 70여년동안 이어온 '복지모델'이 수술대에 올랐다. 프랑스, 이탈리아 뿐만 아니라 비유로존 국가인 영국에서도 은퇴연령과 연금전액수령 연령이 늦춰지면서, 유럽인들은 더 오래 일하고, 더 적은 연금과 복지혜택을 받는 새로운 변화에 직면하게 됐다. 
 

지난 9일 영국을 제외한 EU 26개국 정상은 연간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최대 3.5% 이하, 누적 공공적자를 60% 이하로 유지하지 못하는 회원국을 자동제재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재정통합에 합의했다. '통화동맹'이었던 유로존이 한걸음 더 나아가 '재정동맹'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로써 유로존의 위기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란 점이다. 영국의 통합거부에서 보듯, 유럽이 두쪽으로 갈라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도 높아졌다. 2008년 뉴욕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견했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최근 유로존 붕괴가능성을 45%로 전망했다.


유로존의 본격적인 위기는 어쩌면 아직도 시작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세계는 불안감 속에 2012년을 주목하고 있다.



2011년 한해동안 EU 회원국들 중 정권교체가 이뤄진 곳은 아일랜드, 스페인, 포르투갈, 핀란드, 덴마크, 슬로비니아 등 6개국. 추가 긴축재정안의 국민투표 실시를 제안했다가 물러난 그리스의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정권과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정권까지 합치면 8개국이다. 과도정부가 들어선 그리스와 이탈리아에서도 조기총선 결과 야당이 승리할 경우, 유로존의 고질적인 재정위기 국가들을 가르키는 피그스(PIIGS :포르투갈, 아일랜드,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에서 모두 정권교체가 이뤄지게 된다. 



재정위기 속에서 유럽의 유권자들은 좌 , 우 이념에 상관없이 기존 정치권력에 극심한 불신을 나타냈다. 구제금융을 받은 아일랜드에서는 지난 2월 우파 성향의 집권 공화당이 중도좌파 통일아일랜드당에게 정권을 내줬고, 포르투갈과 스페인에서는 지난 6월과 11월 총선 결과 좌파 사회당이 중도우파인 사회민주당과 국민당에게 각각 패배했다. 


<2009년 이후 유럽 정권교체 현황>

그리스: 2009년 10월 중도좌 사회당(게오그리오스 파판드레우)->2011년 11월 과도 거국내각(2012년 2월 19일 조기총선)
아일랜드: 2011년 2월 우파 공화당->중도좌 통일아일랜드당(엔다 케니)
포르투갈:2011년 6월 좌파 사회당->중도우 사회민주당(페드로 파소스 코엘류) 

슬로바키아:2010년 6월 좌파 사회민주당->중도우 슬로박민주기독연맹(이베타 라디코바)
                 (2012년 3월 10일 조기총선서 야권 중도좌파 승리예상) 

핀란드:2011년 4월 중도 중도당->중도우파 국민연합당(지르키 카타이넨) 

영국:2010년 5월 중도좌 노동당->중도우파 보수당(데이비드 캐머런) 

덴마크:2011년 9월 우 자유-보수연정->중도좌파 사회민주당(헬레 토르닝 슈미트) 

스페인:11월 20일 좌파 사회당->중도 우파 국민당 

슬로베니아:12월4월 중도좌파 사회민주당 연정 ->중도좌파 성향 신생정당 '긍정적인 슬로베니아인'당 승리 

크로아티아(비 EU 회원국) :12월 4일 총선 중도우파 연정-> 중도좌파 연정 

프랑스:2012년 4월 대선(야당 사회당 승리예상)


지난 9월 독일 베를린 지방선거에서는 신생정당 '해적당'이  9% 득표율을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켜 유럽을 깜짝 놀라게 했다. 창당한지 4년된 해적당이 지방의회에 진출하기는 처음이다. 반면 집권보수연정의 파트너인 친기업 성향의 자유민주당은 2% 득표에 그쳐 지방의회 진출 자체가 좌절되는 수모를 당했다. 

현지 언론들은 진보적인 녹색당조차 이제는 기성 정치세력으로 뿌리내린 상황에서, 해적당의 약진을 인터넷 세대의 독자적인 정치적 진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분석하고 있다.슬로베니아에서는 지난 4일 창당한지 불과 몇개월 안된 중도좌파 성향의 '긍정적인 슬로베니아인'당이 집권 사회민주당 연정을 무너뜨렸다. 

 

유럽의 정권교체 바람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월 19일로 예정된 그리스 조기총선에서는 안토니스 사마라스가 이끄는 제1야당 신민당의 승리가 예상된다 프랑스에서는 내년 4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야당 사회당 후보 프랑수아 올랑드의 지지율이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