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아파르트헤이트 체제가 무너지고 흑인 정권이 들어선지 꼭 20년이 되는 해이다. 이 기간동안 남아공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지만, 흑백 간의 경제불평등은 더 악화되면서 계층간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20년간 이어져온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정권의 부정부패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도 높다.
만델라의 타계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내년에 대선과 총선을 앞둔 제이컵 주마 대통령이다. 주마 대통령이 그동안 비판을 받으면서도 병석의 만델라를 무리하게 언론의 카메라 앞에 세우는가하면, 노쇠한 만델라의 생명연장에 지나칠정도로 매달려왔던 것은 그만큼 '만델라'라는 브랜드가 그에게 미치는 정치적 효과가 엄청났기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남아공에서는 ANC 핵심인사들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저명한 흑인 여성 인권운동가 맘펠라 람펠레와 ANC 청년동맹 지도자 줄리어스 말레마가 독자적으로 당을 만들어 돌풍을 일으키고 있고, 지난 5월 데스먼드 투투 주교는 " 총선 때 ANC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혀 충격을 던졌다.그는 " ANC가 아파르트헤이트와 맞서 싸운 '프리덤 파이터(자유의 투사)'이기는 했지만 집권당으로서 국가를 이끄는데는 한계를 나타냈다"면서 "현재 남아공은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하며 부패와 범죄가 만연한 국가"라고 비판했다.
ANC는 장기집권으로 인해 썩어들어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기사에서 남아공에 '입찰사업가(tenderpreneur)'란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사업 입찰(tender)에 관여해 기업가(entrepreneur)처럼 부를 축적하는 정치인이나 관료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ANC 기득권층에 대한 이같은 불만은 흑인대중을 급진정치로 치닫게 할 우려가 있다. 실제로 급진파 말레마는 가난한 흑인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백인을 배척하는 인종주의적 언사를 남발하고, 이웃 나라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독재 정권을 옹호하기도 한다. 현재로선 내년 대선·총선에서 ANC의 승리가 분명해보이지만, 과연 '만델라없는 ANC'과 과거처럼 전폭적인 지지를 끌어 낼 수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브릭스 5개 국가 비교>
(*자료=2012년 10월 20일자 이코노미스트)
<남아공 인구비율>
흑인 79.2% /백인 8.9% / 혼혈 8.9%/ 아시아 및 인도계 2.5% /기타 0.5% (2011년 인구센서스 기준) *자료=남아공통계국
<아파르트헤이트 철폐 이후 소득 변화(1995~2005. 가장의 인종기준. 인플레이션율 감안)> *자료=OECD
백인 40.5% 증가/ 혼혈 35.2% 증가/ 아시아 및 인도계 7.2% 증가/ 흑인 -1.7%
<인종별 빈곤인구(2007년 기준 .빈곤선 이하 인구 퍼센트)> *자료=OECD
흑인 39.6%/혼혈 15.5%/아시아 및 인도계 5.8%/백인 0.9%
<총기 살인사건 (인구 10만명당 기준. 2007년)> *자료=UN마약범죄국
미국 4명/ 남아공 17명
세계 총기살인사건 순위 = 6위(브라질 /콜롬비아/멕시코/베네수엘라/미국 / 남아공)
<최다범죄지역>
고텡주( 남아공 9개 주 중 하나. 요하네스버그와 프리토리아 등 대도시 포함.최대인구주로 인구 1220만명. )
남아공 전체 중 가택도난사건 1위. 2011~2012년간 6만4714건. 지난 5년간 가택 도남사건 증가율 88%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소득불평등을 가늠하는 남아공의 지니계수는 0.63(2011년 기준)으로, 1994년 만델라 정권이 출범하기 직전인 1993년 0.59보다 오히려 더 악화됐다. 흑인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빈곤선 이하에서 살아가고 있는 반면, 백인 극빈층 인구는 1%도 안된다. 공식적인 실업률은 25%선이지만, 실제로는 40%선을 넘나든다는 분석도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기사에서 "아프리카대륙 경제 1위 대국인 남아공에서 상위 10%는 갈수록 부유해지고 하위 50%는 하루 2달러로 생계를 연명한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전국적인 파업이 이어지면서 해외투자가 빠져나가고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어, 만델라 사후 남아공이 극도의 혼돈국면을 맞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않다.
이와함께 지난해 육상선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의 여자친구 살해 사건에서 보듯 , 세계최악 수준의 치안 불안도 남아공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최근 타임지는 피스토리우스 사건을 계기로 남아공의 극심한 폭력범죄 실태를 분석하면서, "남아공에서는 일단 총부터 쏘고 생각은 그 다음에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남아공을 대표하는 도시 중 하나인 케이프타운 중심가는 여느 유럽의 도시처럼 아름다운 풍광과 풍요가 넘친다. 그러나 케이트타운 주민 350만명 중 약 200만명이 시 동부지역의 함석과 지푸라기로 만든 가옥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만큼 빈부격차가 극심하고, 범죄가 기승을 부린다.
UN 마약범죄국은 지난 2011년, 남아공을 세계 10위 살인률의 국가로 지목한 바있다.특히 여성에 대한 폭력이 극심해 케이프타운 남성 중 27.6%가 성폭력을 저지른 적이 있으며, 피해자들 중 46.3%는 16세이하, 22.9%는 11세 이하, 9.4%가 6세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권력의 부패와 범죄도 극심하다. GDP의 약 1/10(약 500억달러)이 뇌물 및 범죄로 가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청장 2명이 부패로 물러났고, 2012년에는 더반에서 경찰 30명이 연루된 조직범죄가 적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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