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점점 닮아간다... 에르도안과 푸틴

bluefox61 2013. 6. 12. 15:25

레지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결국 탁심광장 점거시위대에 강공으로 맞섰습니다. 강경진압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이었지만, "시위대와 대화하겠다"고 말한지 불과 몇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렇게 전격적으로 진압을 단행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현지일간 후리예트는 11일 오전 7시쯤 중무장한 경찰들이 굴착기로 바리케이트를 무너뜨리며 탁심광장에 진입해 물대포와 최루탄 등을 쏘며 시위대를 진압한데 이어 이날 저녁 8시 20분 2차 진압 작전을 펼쳤다고 전했습니다. 경찰에 밀려광장 옆 게지공원쪽으로 밀려났던 시위대 중 일부는 12일 오전 1시쯤 다시 광장에 모여 점거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결국엔 강경카드를 사용한 에르도안에 대해 영국 가디언지는 "경제발전을 이룩해 높은 지지율을 얻어온 에르도안이 국민과의 소통보다는 진압을 택했다는 점에서 갈수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닮아간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실 에르도안은 터키 경제를 비약적인 발전 궤도에 올려놓았고 인기도 높다는 점에서 '터키의 룰라'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의 행보를 보면, 분명 '터키의 룰라'는 아닌 것같고 오히려 '터키의 푸틴'으로 가는게 확실한 듯합니다.

 

두사람은 나이도 비슷하고, 정치적 문화적 성향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스타일도 비슷합니다. 게다가 야심도 비슷한 것으로 보입니다.

 

에르도안은 1954년 2월 26일 생입니다. 터키의 제2 도시인 이스탄불 인근에서 태어났고, 이스탄불 시장을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운동을 좋아해서 축구광이라고 합니다.2002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이듬해 초 총리에 정식 취임했고, 2007년 총선에서도 승리해 올해로 10년째 터키 최고 권력자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푸틴은 에르도안보다 2살 많습니다. 1952년 10월 7일 러시아 제2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그는 군인과 KGB 요원을 거쳐 상트페테르부르크 부시장을 역임합니다. 에르도안처럼 운동광으로 소문나있는데, 유도선수였던 적이 있습니다. 2000년 대통령에 당선돼 2004년 재선했고, 2008년 총리로 4년간 있다가 2012년 3선에 성공했으니, 에르도안처럼 국가최고 지도자 지위에 있은지 올해로 10년째네요. (총리 4년 빼고)

 

두사람의 가장 큰 공통점은 총리와 대통령 재임기간동안 자국 경제를 비약적으로 발전시켜 놓았다는 점입니다. 터키는 유럽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고, 러시아 경우도 2000년대 오일달러가 쏟아져들어오면서 부국의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그 결과 중산층이 국가 경제와 사회의 중추로 등장하게 됩니다. 결국 에르도안과 푸틴은 자신이 키운 중산층의 자유,평등,민권의식이 높아진데 따른  저항에 똑같이 부딛히게 된 것이지요. 지난 2011년 러시아 총선과 2012년초 대선때 러시아 전역에서 대규모 반푸틴 시위가 일어났던 것이나, 현재 터키에서 반에르도안 시위가 일어나는 배경은 어찌보면 거의 비슷하다고 할 수있습니다.

 

게다가 두사람은 정치적 야욕도 비슷합니다. 에르도안은 올해 또는 내년 중에 개헌을 해 터키의 정치체제를 현재의 총리 중심제에서 실질적인 대통령 중심제로 바꾼다음 , 자신이 대통령이 되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에르도안은 총리 10년에다가 대통령 재임기간까지 합쳐 거의 20년간 최고권력을 휘두를 수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푸틴의 야심이야 이미 널리 알려져있는 바입니다. 대통령 8년, 총리 4년, 다시 대통령 8년, 이후 또다시 총리로 잠깐 물러나있다가 또 대통령....이런 식으로 죽을때까지 대통령과 총리를 번갈아 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진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을 다시없는 애국자로 생각하는 것도 비슷한 듯합니다.

에르도안은 탁심광장 점거시위가 발생한 이후 한 연설에서 " 자나깨나 나라 걱정과 나라를 위한 헌신뿐인 나를 어떻게 독재자라고 부를 수있냐"며 울분을 터트렸습니다. 후세인, 알 아사드, 심지어 전두환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독재자치고 자기를 독재자라고 하는 사람은 거의 본적이 없습니다. 둘도없는 애국자, 자기 자신이 없으면 나라꼴이 말이 아닌 지경이 돼버릴거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는거죠.

 

푸틴도 똑같습니다. 그역시 자나깨나 나라걱정뿐이랍니다.

그는 3기 정부를 출범시키자마자 애국주의를 들고 나오면서 각종 법안을 통과시켰고, 반정부 시위자들을 일종의 매국노로 몰아부쳤습니다. 해외로부터 펀드, 재정지원을 받는 NGO를 '해외기관'으로 등록하게 하는 법을 만든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러시아에서 해외기관이란 곧 외국 스파이를 의미한다고 하는데, 외국과 연관된 NGO는 스파이와 다름없다는 발상이라고 하겠습니다.

 

에르도안과 푸틴은 민주주의관이나 문화의식도 매우 비슷해보입니다.

터키는 터키만의 민주주의, 러시아에는 러시아만의 민주주의가 있으니 서방국가들은 이래라저래라하지말라고 못박고 있습니다. 이것 역시 전세계 독재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죠.

 

두사람은 문화적으로는 매우 복고적인데, 에르도안은 총리 취임 직후부터  공공장소에서 여성들에게 히잡을 쓰게하는 것이라든지 최근 문제가 된 저녁 10시~다음날 오전 6시까지 주류판매 금지를 도입한 것이라든지 세속주의 전통이 강한 터키에 이슬람주의를 주입하려는 노선을 뚜렷하게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푸틴은 소련시대 노동영웅제도를 다시 복구시킨 바있습니다.

 

터키와 러시아의 진보세력은 에르도안이 오토만 제국의 부활, 푸틴이 짜르시대로의 회귀를 꿈꾸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제국시대의 최고권력자가 누렸던, 헌법을 초월하는 절대적 권력을 누리고 싶은 것이겠지요.

법따위로 어찌 나를 규정하려하는가...이런 심정인 듯합니다.

 

에르도안은 터키의 술탄, 푸틴은 러시아의 짜르가 되려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