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안간힘 쓰고 있는 그리스 정부가 국민 시청료로 운영하는 공영 방송사 헬리닉 라디오 텔레비전(EPT.영어식 표기로는 ERT)를 11일 잠정폐쇄했다. 현지 최대일간지 카티메리니와 BBC 등은 정부가 EPT 잠정 폐쇄를 발표한지 수시간만에 모든 방송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카티메리니는 수일전부터 EPT에 대한 모종의 조치설이 돌기는 했지만, 정부의 전격적인 '폐쇄'카드에 국민들이 충격을 나타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자정쯤부터 아테네 EPT 방송사 앞에서는 정부의 조치에 반대하는 직원 및 시민 수천명이 모여 시위를 벌이고 있다.
ERT는 75년의 역사를 지닌 유서깊은 공영방송사이다. 1938년 라디오 방송국으로 시작된 EPT는 2차세계대전 당시 나치점령치하에서 모진 탄압을 당했으며, 전후 다시 방송을 시작해 1966년 TV 방송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하면서 그리스 국민들의 일상생활 속에 깊이 파고들었다. 4개의 전국 라디오 방송채널과 음악전문 코스모스, 다언어 채널 파리아, 해외 청취자들을 위한 단파방송 '보이스 오브 그리스'를 비롯해 지방 라디오 중계사 19개를 가지고 있다. 전국 TV채널은 3개(ET1, NET,ET3)가 있다. 그리스 국민들은 EPT시청료로 매달 4.30유로를 내고 있다.
안토니스 사마라스 총리는 11일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EPT는 투명성이 부족하고 신뢰할 수 없는 쓰레기의 전형"이라며 "다른 TV 방송보다 비용은 3~7배, 인력은 4~6배 더 많지만 시청률은 민영방송 평균의 절반"이라고 폐쇄이유를 밝혔다. 또 경영합리화를 이루는 소규모 채널들의 경우 단계적으로 방송을 재개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고 전했다. 트로이카(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2015년까지 공공부문에서 일자리 1만5000개를 줄이겠다고 약속한 정부가 공영방송을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첫 케이스로 삼은 것이다. EPT 직원 2700명은 해고가 불가피하게 됐다. .
이번 조치에 EPT노조와 야권은 물론 연정 파트너인 사회당과 민주좌파 지도부도 한목소리로 비난하고 있다. 사회당과 민주좌파는 사마라스 총리가 EPT 폐쇄계획을 밝히기는 했지만 반대했다며, "공영방송을 문닫게 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극좌파 시리자당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당수는 '쿠데타'로 규정하기까지 했다. 카티메리니는 이번 조치로 연정 균열이 심화할 것으로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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