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하필이면 왜 홍콩인가

bluefox61 2013. 6. 11. 12:00

 미국 정보기관의 무차별적 통신 정보 수집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사진)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서니랜즈 정상회담에서 선언한 '신대국관계'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홍콩에 체류중인 스노든을 추방하라는 미 정부의 요구에 중국 지도부가 어떤 입장을 나타내는가가 양국 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있기 때문이다.

 

홍콩은 특별행정부로서 자치권을 인정받고 있지만, 스노든의 경우처럼 정치적 외교적으로 민감한 인물의 추방 또는 망명허용에 대한 최종결정은 베이징(北京) 지도부에 달려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시 주석으로는 미 정부와의 외교관계 강화를 위해서 스노든을 넘겨주고 싶겠지만, 자치권을 가진 홍콩 문제에 공개적으로 개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지도부로서는 스노든의 체류를 허용했다가 홍콩은 물론 중국내부에서 '시민자유권'요구를 촉발할 위험이 있고, 반대로 추방했다가는 국제사회로부터 인권탄압국이란 비판이 쏟아질게 뻔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홍콩은 지난 1997년 중국반환 이전에 미국과 범죄인 인도협약을 맺었다. 이듬해 협약이 정식으로 발효된 후 홍콩정부가 미국으로 범죄인을 추방한 건수는 현재까지 총 65건이다. 지난 2009년 홍콩체류 미국인 인도 관련 사건의 변호사였던 가일스 서먼은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홍콩정부는 미국과 맺은 이 협약을 충실하게 이행해왔다"고 밝혔다. 물론 홍콩정부가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거부할 수있는 근거는 있다. 협약에 따르면 "중국의 국방,외교, 공공이익, 정책에 영향을 준다고 판단될 시 인도요청을 거부할 수있다"고 돼있다. 중국 런민(人民)대 진 칸룽 국제학교수와 휴먼라이츠워치의 니컬러스 비켈런은 각각 워싱턴포스트와 WSJ 인터뷰에서 "(까다로운 상황인만큼) 중국 지도부가 직접 개입하기 보다는 홍콩정부의 판단에 맡길 듯하다"고 전망했다.

 

 스노든이 피신처로 홍콩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9일 영국 가디언 홈페이지에 게재된 인터뷰 동영상에서 "(홍콩은) 언론자유를 중시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던 그가 미국과 홍콩간의 협약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전세계에서 미국과 맞대결할 수있는 사실상 유일한 국가가 중국이란 점을 고려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보통신전문가인 그가 중국 정부가 인터넷 및 언론을 강력히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리는 없다. 다만 홍콩의 범죄인 추방 절차가 상당히 까다롭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해, 일종의 '시간벌기'로 홍콩을 선택했을 가능성은 있다. 홍콩 법원이 범죄인 추방결정을 내리는데에는 평균 수년이 걸리며, 한 미국인 불법이민브로커 경우 체포된지 3년 뒤에야 미국 사법당국에 넘겨지기도 했다. 스노든은 인터뷰에서 '망명지'로 아이슬란드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아이슬란드 정부는 "직접 (아이슬란드에) 와서 신청하거나 중국 공관을 통해서 하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스노든의 현재 상황으로 봤을때는,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사실상 아이슬란드가 망명 허용을 거부한 것으로 봐야한다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스노든은 묶고 있던 호텔에서 10일 체크아웃해 현재 행방이 묘연한 상태이다. 하루전 스노든의 신원이 공개된 후 홍콩 현지언론과 현지주재 외신기자들이 호텔들을 싹쓸이하다시피하며 수색한 결과, 침사추이의 미라호텔에 에드워드 스노든이란 이름으로 체크인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로이터, BBC, 뉴욕타임스 등은 10일 방으로 전화를 하자 한 남자가 받은 다음 "동명이인이다"라고 밝혔으며, 다시 전화를 걸었을 때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홍콩 RTHK방송과 로이터는 호텔 관계자 말을 인용해 "정오쯤 스노든이 체크아웃했다"고 전했다.

 한편 스노든의 사면을 촉구하라는 청원이 백악관에 쇄도하고 있다. 10일 백악관에 따르면 한 네티즌이 백악관 인터넷 청원사이트인 '위 더 피플'(We The People)'"에드워드 스노든을 사면하라"는 제목의 청원을 게재한 후 하룻만에 약 2만명이 서명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백악관이 청원에 공식 답변하기 위한 최소 조건인 '30일 이내 10만명 지지 서명'을 쉽게 채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그런가하면 오바마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는 청원도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