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이크 하마드 빈 칼리파 알 타니(61) 카타르 국왕이 25일 오전 8시 전국으로 생방송된 대국민 TV연설을 통해 왕세자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33)에게 왕위를 이양한다고 공식발표했다. 80대 국왕이 즐비한 중동에서 60대초반의 국왕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지난 1995년 즉위해 재위기간이 18년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번 퇴위 발표는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카타르 도하에 본사를 둔 아랍위성TV 알자지라는 국민들이 아쉬움을 나타내는 한편 젊은 국왕이 이끌 새로운 시대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셰이크 하마드는 아라비아반도 동쪽 끄트머리에 붙어있는 미니 국가 카타르를 중동의 신흥 맹주로 키워낸 주인공이다. 인구 204만명인 카타르는 세계최대 천연가스 수출 실적에 힘입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1846억달러, 1인당 GDP가 10만2800달러를 기록했다. GDP 성장률은 6.3%나 된다. 1인당 GDP는 미국, 중국, 독일 등을 제치고 세계 1위이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정치,외교 영향력도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고 있다. 카타르는 지난해 중동 최초로 2022년 월드컵을 유치한데 이어 최근에는 '시리아의 친구들' 국제회의,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간의 평화회의 등을 중재하는 등 중동의 전통적인 맹주국가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넘어서는 분위기이다.
이같은 카타르의 급성장 배경엔 셰이크 하마드 국왕의 '실용주의'가 있다는 게 공통된 분석이다. 지난 150년 카타르를 지배해온 알 타니 왕조의 왕세자였던 그는 지난 1995년 무혈 왕실쿠데타를 일으켜 아버지를 제치고 왕좌에 올랐다.
국왕이 되자마자 그는 수도 도하에 아랍권 최초의 24시간 뉴스채널 알자지라를 세워 독립적 보도를 보장함으로써 미국은 물론 중동국가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는가 하면, 1998년에는 절대왕정을 입헌군주제 국가로 바꿔놓았다. 이스라엘과의 관계정상화는 물론 아랍 국왕으로는 최초로 가자지구를 직접 방문했고, 도하 외곽에 대규모 미국 공군기지를 유치하는 등 미국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여권 신장은 물론 브루킹스연구소 등 해외 싱크탱크를 유치하는 등 '소프트 파워'도 막강하다. '아랍의 봄'으로 이집트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가 축출되자 혁명정부에 축전을 보냈고 리비아와 시리아 내전에서는 반군을 지지하고 있다.
따라서, 셰이크 하마드 국왕의 자진퇴위 결정 역시 평화로운 권력이양과 새로운 리더십을 통해 카타르의 안정과 번영을 이어가려는 그의 실용주의 국정철학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로이터, BBC, 파이낸셜타임스는 새 국왕체제의 출범과 함께 현 총리 셰이크 하마디 빈 자심 알 타니도 퇴진하고, 보다 젊은 정부조직이 출범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25일 보도했다.
<새 국왕 셰이크 타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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