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반EU정당 돌풍, 심상치않다

bluefox61 2013. 5. 16. 10:55

유럽의 '유럽연합(EU) 회의주의', 즉 반EU정서가 심상치않다.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키프로스 등 남유럽 구제금융 국가들을 중심으로 확산되던 반EU정서가 이제는 EU 핵심국가인 독일, 영국, 이탈리아.프랑스 등에서도 본격화되는추세이다. 2017년 EU 탈퇴 국민투표를 추진해 다른 EU회원국들로부터 '고립주의자'로 낙인찍힌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정작 집권 보수당내 초강경파 의원들로부터는 온건주의자로  비난받을 정도이다. 

유럽정치 전문가들은 보수와 진보, 그리고 프랑스의 국민전선같은 일부 극우정당 정도로 나뉘어있던 지금까지의 유럽 정치지형이 이제는 보수, 진보, 극우, 반EU 등으로 세분화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반EU정당들의 최근 돌풍이 아직은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지만, 유럽 국민들의 EU체제에 대한 신뢰감이 급추락한만큼 향후 유럽정치의 중대 변수가 될수도 있다는 견해가 대부분이다. 



'영국독립당' 바람몰이


지난 2일 영국 지방선거에서 EU에 반대하고 폐쇄적 이민정책을 주장하는 극우성향의 영국독립당(UKIP)이 무려 147석의 의석을 차지하며 약진해 영국은 물론 전유럽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8석에 불과했던 정당이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보수당과 자유민주당에 도전할 수있을 정도로 급성장한 것이다. 보수당은 이번 선거에서 1116석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335석이나 잃어 이번 선거에서 사실상 패배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영국독립당은 지금까지 극우정당으로만 치부돼 정치적 파워가 미미했던 것이 사실이다. 지방의회와 유럽의회 의석은 있지만, 총선에서 의원을 배출한 적은 없다. 하지만 영국독립당은 이번 선거의 기세를 몰아 2015년 총선에서 보수, 노동, 자유민주당에 이어 제4정당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야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 선거결과에서 확인된 사실은, 영국 국민들의 반EU 정서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깊고 넓다는 점이다. 그리스발 유로존 위기로 영국경제가 더블딥(이중침체),트리플딥(삼중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유로존 파산위기국가를 위한 과도한 지원부담, EU집행위원회의 규제 및 통합강화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매우 강력한 것.
캐머런 총리는 지난 14일 2017년 12월 31일까지 EU탈퇴 국민투표 시행을 법으로 규정하는 입법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 법안에는 차기총선에서 보수당이 재집권하면 EU와 협정개정을 추진해 2017년 말까지 탈퇴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시행한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하지만 보수당내의 일부 강경파들은 이번 회기 중 국민투표 시행을 법제화할 것을 주장하면서 관련법안에 대한 표결을 강행하겠다는 의지이다. 물론 표결에 부쳐진다하더라도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EU내에서 영국이 차지하고 있는 정치적,경제적 비중을 고려할 때, 이같은 움직임은 EU체제와 역내협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을 위한 대안'돌풍


독일에서는 반유로를 강령으로 내세운 '독일을 위한 대안(AfD)'가 빠르게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집권 기민당(CDU),자유민주당(FDP) 등 기성정당들의 폄하에도 불구하고 AfD는 창당 7주만에 당원수가 1만명선을 넘어섰다. 함부르크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인 베른크 뤼케 당수는 "독일 납세자들이 나치 취급을 당하면서까지 남유럽을 구제해주고 있다""어떤 화폐를 쓸지 국민 스스로 결정하게 하자" 등의 발언으로 앙겔라 메르켈 정부의 유로정책을 뒤집으면서 유권자들의 마음을 파고들고 있다. 9월 총선에서 의회 의석을 차지할 수 있는 기준선인 5% 득표율을 얻은 다음 유로화 국민투표를 쟁취하겠다는 게 AfD의 최종 목표다.

물론 쉽지는 않은 일이다. 그러나 최근 연정파트너인 FDP 소속 헤세주 의원이 당적을 AfD로 바꾸는 등 집권당 일각에서 동요가 가시화되고 있다.CDU의 중진의원이자 하원 국내문제위원회 위원장인 볼프강 보스바흐는 지난 13일자 슈피겔과 인터뷰에서 " 아무도 AfD에 대해 말하지 않고 무시하는 (집권당의) 전략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있다"면서 " (AfD의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논쟁을 벌여야한다"고 촉구했다. 


반EU 아이슬란드 정권출범


지난 4월 28일 아이슬란드 총선에서 중도보수 독립당과 진보당이 승리한 결정적인 이유도 반EU노선 덕분인 것으로 분석된다. 집권당이었던 사회민주당은 EU 가입을 공약으로 내세운데 비해, 두 보수정당은 EU의 긴축정책을 거부하고 성장, 보다 나은 복지, 일자리 창출 등을 약속해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어냈다. 아이슬란드의 친EU 정당인 사회민주당이 참패한데 충격을 받은 노르웨이 보수당은 오는 9월 총선 때 EU가입문제를 공약으로 내걸려던 계획을 일단 백지화했을 정도이다. 

지난 2월 이탈리아 총선에서 3위를 차지한 '오성운동'당, 그리스의 극좌파 시리자 등도 신생 반EU 정당으로 분류된다. 이밖에 프랑스의 국민전선, 네덜란드 자유당, 벨기에의 '플래미시 이권'당, 헝가리의 요빅 등 기성 극우정당들 역시 강력한 반EU 노선을 취하고 있다. 


급추락하는 EU 지지율


유럽에서 반EU 정당들이 약진하고 있는 핵심적인 이유는 지난 5년간 이어져온 극심한 경제위기 때문이다. 일반 국민들은 살인적인 긴축정책과 실업률로 고통받고 있는데, 정작 EU는 사태해결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EU에 대한 지지율은 역대 최저수준으로 급락한 상태이다. 퓨리서치가 지난 3월2일부터 27일까지 독일,영국,프랑스, 이탈리아,스페인, 그리스, 폴란드, 체코 등 8개국 국민 7646명을 대상으로 EU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평균 60%에서 45%로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프랑스는 지난해 60%에서 올해 41%로 떨어져, 가장 급격한 하락율을 나타냈다. 8개국 중 지지율이 가장 낮은 국가는 그리스로, 37%에 머물렀다. 지난해와 비교해 4%포인트만 떨어졌지만, 기본적으로 EU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 퓨리서치는 경제난이 장기화하면서 각국 정부와 EU공동체에 대한 회의주의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위스, 노르웨이가 EU 가입을 거부하는 이유


지리적으로 유럽에 위치하면서도 유럽연합(EU)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가 의외로 많다. 서유럽 쪽에서는 아이슬란드,노르웨이,스위스,모나코, 리히텐슈타인, 산마리노,안도라, 바티칸 등이 있고, 동유럽 쪽에서는 세르비아,몬테네그로, 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마케도니아, 벨라루스, 몰도바, 우크라이나 등이 있다.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있는 터키는 오랫동안 EU가입을 원해왔지만 아직도 그 꿈을 이루지 못한 상태이다. 

노르웨이와 스위스는 EU에 가입하지 않고도 잘나가는 대표적인 국가들이다.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유럽 중앙집권체제에 뿌리깊은 반감을 가진 국가들인만큼, EU회원국이 될 날은 아직도 요원한 상태이다. 노르웨이 경우 덴마크 스웨덴, 독일 등 주변 강국의 침략을 받아온 경험때문에 주권의식이 강한 데다가, 자국 경제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어업과 유전업 분야의 자율권이 침해될 것을 우려해 EU가입을 꺼리고 있다. 오랜 중립주의 전통을 가진 스위스도 사정을 비슷하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은 비EU회원국이지만 유럽경제지역(EEA)에는 가입해있어서, 경제적으로 사실상 준EU 국가라고 할 수있다. 1994년 1월 1일 결성된 EEA의 회원국은 EU 27개 회원국을 포함해 총 30개국. 농업과 어업과 관련된 법을 제외하고 유럽 단일시장과 관련된 거의 모든 EU규약을 따라야한다.

노르웨이 입장에서는 EU의 정식회원국이 되면 스발바드 제도 어장에 대한 어획량 쿼터를 적용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EEA에만 가입함으로써, 까다로운 의무는 피하고 유럽단일시장에는 손쉽게 접근할 수있는 길을 찾은 셈이다. 
노르웨이에서는 지난 1972년과 1994년, EU가입에 관한 국민투표가 실시됐지만 모두 과반 찬성표가 나오지 않아 부결됐다. 오는 9월 총선서 승리해 차기 총리가 유력시되는 보수당의 에드나 솔베르그 당수는 친EU주의자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최근 아이슬란드 총선에서 반EU정당들이 승리를 거둔 이후, 최소 수년간 EU가입문제를 정치 이슈화하지 않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EU 가입 지지율은 20%에 불과한데 비해, 가입반대율은 무려 70%로 나타났다. 20%지지율도 그나마 2011년 5월 조사 이래 가장 높게 나온 수치이다. 

 
스위스의 반EU정서는 노르웨이보다 훨씬 더 강하다. 스위스는 아예 EEA에도 가입해있지 않다. 지난 1992년 당시 정부가 EEA 가입을 추진해 국민투표에 부친 결과 반대율이 50.3%나 돼 부결됐고, 2001년과 2005년에도  EU가입에 관한 국민투표가 실시됐다가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위스는 다양한 방법으로 EU와의 경제협력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EU는 스위스의 주요 수출수입 대상지역인 동시에 핵심산업인 금융업의 고객이기 때문이다.  

스위스는 지난 40년간 EU와 협력을 통해 관세장벽을 해소함으로써 무역규모 증진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최근 EU의 탈세뿌리뽑기 정책에 동참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있다. 지난 2008년에는 EU와 양자협상을 통해 회원국간 자유로운 통행을 허용하는 솅겐조약에도 가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