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리먼 브러더스 파산 후 5년...세상은 달라졌을까

bluefox61 2013. 9. 10. 12:00

5년전 9월 15일,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한국은 평화로운 추석연휴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13일은 토요일, 14일은 일요일, 15일은 월요일이었습니다.

연휴 마지막 날인, 15일 뉴욕에서 날벼락같은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세계 4위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것이죠. 리먼브러더스가 위험하다, 한국의 외환은행이 인수하려다가 무산됐다 등등 흉흉한 말들이 나돌았지만 진짜 파산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같습니다. 한마디로 충격이었죠.

 

미국 동부시간으로 9월 15일 새벽 1시반쯤 리먼브러더스는 파산신청서를 냈습니다. 이른바 '피의 일요일'로 불리는 리먼 브러더스 파산 결정을 거쳐, '검은 월요일'의 동이 튼 것이었죠.

파산 신청이 발표된날, 리먼브러더스 뉴욕 본사 앞에는 전세계 언론들이 장사진을 쳤고, 월가를 활기차게 돌아다니던 엘리트 사원들이 짐을 싸가지고 줄줄이 문을 나서는 장면들이 목격됐습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나는 동안, 세계는 뉴욕발 경제위기다, 유로존 붕괴다, 이머징마켓 위기다 등등 참 많은 일들을 겪었습니다.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실업 상태이며, 주택부금을 내지 못해 살던 집에서 쫓겨 나갔고, 주식에 연금을 넣었던 노인들이 파산했으며,

많은 이들이 고통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제서야, 미국 등 선진국 경제가 다소 회복세를 나타내고있고 유로존 위기도 끝이 보인다는 소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머징마켓의 위기가 우려되고 있기는 하지만,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때와 같은 엄청난 충격을 초래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리먼 사태 후 5년, 세상은 과연 달라졌을까요. 금융비리가 척결되고, 규제와 안전망이 이뤄졌을까요.

아쉽게도, 그렇지는 못한 모양입니다.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2008년 9월 15일) 으로 뉴욕발 금융위기와 유로존 붕괴 등 전세계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은지 5년이 지났지만, 제2의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막기 위한 금융 안전망 구축은 아직도 충분하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분석과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7∼13일자)는 '5년후, 다음 리먼은 어디에?'란 제목의 커버스토리에서 글로벌 금융이 5년전보다 안전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또다른 위기가 닥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바젤3협약(금융기관의 자기자본비율을 대폭 강화한 국제협약) 등으로 금융규제가 상당히 강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의 위기대응능력 부문은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예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10년 7월 광범위한 금융개혁법안인 '도드-프랭크 법'을 발표했지만, 월가의 치열한 로비에 막혀 약3년이 지난 현재까지 발효되지 못한 상태라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 2008년과 같은 대규모 금융위기가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작은 규모의 위기는 관측되고 있다"면서, '아베노믹스'를 밀어부치고 있는 일본 정부의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50%에 이르고 중국의 부채 규모가 정확하게 규명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 등을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9일자 '리먼브러더스 파산 5년' 특집기사에서 "금융 개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분석했으며,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월가 금융기관들이 5년전에 비해 덩치가 더 커졌으며, 월가의 살찐 고양이들이 경제를 카지노처럼 가지고 놀고 있고, 대마불사는 여전하다"고 비판했다.

 

 미 상공회의소의 '자본시장경쟁센터'책임자인 데이비드 허시먼은 9일 USA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문제와 위기를 미리 찾아낼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가란 점에서 아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도드-프랭크법'의 입안자인 크리스 도드 전 상원의원은 "다음 위기는 유럽 미국뿐만 아니라 인도 브라질 중국도 포함되는 위기가 될 것"이라면서 "주요 경제국에서 벌어지는 위기는 전세계인 모두에게 영향을 줄 수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9일자 기사에서 리먼브러더스 비리를 조사한 연방검찰과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2011년 단 한명의 간부도 기소하지 못한채 조사를 종결했다고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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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뉴욕발 금융위기'의 주역들은 과연 법의 공정한 심판을 받았을까.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미국은 물론 전세계 경제가 완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지만, 정작 금융위기의 주역들 중 법적 처벌을 받은 사람은 사실상 한명도 없다. 지난 2008년 말 '폰지 사기( 나중에 투자하는 사람의 원금으로 앞사람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일종의 다단계 사기수법)'사건으로 버나드 메이도프 전 나스닥 증권거래소 위원장이 쇠고랑을 찼고, 지난 8월 파브리스 투르 전 골드만삭스 부사장이  부실 모기지 상품을 투자자들에게 떠넘겨 10억 달러 이상의 손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유죄 평결을 받은 것을 제외하고 월스트리트의 '거물'들은 하나같이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갔다.

 

                                                                          <리처드 풀드>
 뉴욕타임스(NYT)는 9일자 기사에서, 미 연방검찰과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리먼브러더스의 비리증거를 잡기 위해 무려 1500만건의 내부 문서를 검토하고 직원 수십명을 직접 면담 조사해놓고도 리처드 풀드(67) 당시 최고경영자는커녕 간부급 인사들 중 단 한명도 기소하지 못한채 2011년초  조사를 종료했다고 폭로했다. 지금까지 SEC가 리먼브러더스 조사를 종료한다고 공식발표한 적이 없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2년전 조사를 끝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SEC의 리먼브러더스 조사를 이끌었던 조지 캐널로스 단장은 풀드를 포함한 리먼브러더스 간부들의 기소가 법적으로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메리 샤피로 위원장에게 공식 보고했다. 풀드가 회사를 잘못 관리하기는 했지만, 투자자들에게 의도적으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법적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게 이유였다. NYT에 따르면, 샤피로 의장은 " 세상이 (불기소 결정을) 어떻게 이해할 수있겠는가"라며 캐널로스 단장에게 이의를 제기했지만 조사단의 결론을 뒤집지는 못했다. 풀드가 이른바 '레포(Repo) 105'거래수법으로 리먼브러더스의 부채비율을 목표수치까지 낮추도록 직원들에게 독려했다는 정보에 대해서도 SEC는 입증하지 못했다. 풀드는 의회청문회에 출두해 "레포 105란 말은 들어본 적도 없다"며 강하게 부정한 바있다.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풀드는 리먼브러더스 파산이후 한동안 외부 활동을 중단했다가 2010년쯤 투자사인 레전드 시큐리티에 들어가면서 금융계에 복귀했다. 지난해 퇴사한 후 현재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모질로>

 

 2007년 파산위기에 처한 베어스턴스를 JP모건체이스에 떠넘겨 월가 위기를 촉발했던 제임스 케인(79) 전 최고경영자(CEO)는 안락한 은퇴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의 선구자로 꼽히는 안젤로 모질로(74) 전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 CEO는 지난 2010년 내부거래와 사기혐의로 6750만달러의 벌금형을 받기는 했지만, 현재 자선사업가로 활동하며 존경받고 있다.
 존 테인(58) 전 메릴린치 CEO는 2009년 1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의 합병 후 거액의 상여금과 퇴직금을 받아 챙겨 회사를 떠났고, 현재는 투자 그룹 CIT를 운영하고 있다. 2008년 연방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던 AIG의 로버트 윌럼스태드(68) 역시 투자사를 창업해 월가를 지키고 있고, BOA의 케네스 로이스(66) 전 CEO는 은퇴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