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교황님의 새차는 30년된 중고차

bluefox61 2013. 9. 12. 16:37

시리아 사태다, 일본 원전 오염수다, 세상이 안팎으로 뒤숭숭한 때이지만 이 분을 보면 왠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바로 교황 프란치스코입니다.

처음 교황에 선출됐을때부터 심상치않더니, 이 분의 소탈한 행보는 멀리서나마나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미소를 짓게 하는 것같습니다.

 

 

솔직히, 저러다 얼마 못가겠거니..했습니다.

그런데, 교황이 된지 몇달이 지난 현재까지 이분은 여전히 소박한 숙소에서 지내면서 일반신도들에게 적극 다가가는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느닷없이 전화를 걸어서 "나 교황인데요" 하면서, 자신에게 고민상담 편지를 보냈던 신도들을 위로해주곤 한다지요.

전임자인 베네딕토 16세를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확실히 프란치스코는 예전의 요한 바오로 2세를 떠올리게 하는 점들이 많은 것같습니다.

정통유럽인이 아니라 변방인 폴란드와 남미 아르헨티나 출신이기 때문일까요.

 

교황이 신도들과의 소탈한 교류에만 치중하고 있다면 , 쇼맨십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교황은 지난 몇달간 바티칸 비리의 뿌리로 여겨져오던 바티칸 은행 개혁에 손을 댔고, 최근에는 바티칸의 총리격인 국무원장을 전격적으로 교체하기도 했지요. 고질적인 문제인 사제들의 성범죄에 대해서도 단호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고요.

 

                                      <교황이 된 후 숙소로 돌아와서 직접 돈을 내고 체크아웃을 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어느 영어신문이 달아놓은 캡션을 보니, 교황님께서 자기 이름을 잘 못찾는 매니저한테 , "맞아요, 제가

                 그 사람이예요. 체크인할때는 다른 이름(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이었거든요" 라고 말하고 있네요. >

 

그런가 하면, 교리적으로도 개혁적인 면을 나타내고 있지요. 동성애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동성애자 역시 신의 똑같은 자식이란 입장을 타내 논란을 일으켰는가하면, 이번에는 무신론자도 구원받을 수있느냐는 질문에 '양심에 거리낄 것이 없다면 구원받을 수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그런 교황이 지난 주말에 자동차 선물을 받았다고 합니다.

바로 1984년도에 나온 르노 자동차. 마일리지는 무려 18만6000마일. 킬로미터로는 거의 30만km에 가깝네요. (헉! 20만킬로도 안되는데 차바꿀 생각을 하는 나는 뭔지!!!)

 

사연은 이렇습니다.

 

69세된 이탈리아 시골사제 렌조 조카가 지난 초여름에 교황님에게 편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자기가 지난 30여년동안 가난한 시골마을에서 신도들을 위해 어떤 일을 했으며, 어떤 고난을 겪었고, 보람과 좌절을 겪었는지 등등에 대해 썼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 오랜 세월을 자기와 함께 하며 동고동락했던 르노 자동차를 교황께 선물하고 싶다고 한 것이죠.

교황님이 물론 전용차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혼자 차를 몰고 다니고 싶지 않을까..하는 마음에서 였다고 합니다.  

 

얼마뒤 , 조카 신부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그 유명한 , "나 교황인데요" 전화인거죠.

교황님은 조카 신부와 무려 30분넘게 전화를 했다고 합니다. 그의 노력을 칭찬하고 , 고민상담도 해주고 그랬다는거죠.

그러면서, 자동차를 선물해주는 건 고마운일이나 그걸 나한테 주면 당신은 어쩌려고 그러느냐..고 걱정을 했다고 합니다.

참, 섬세하기도 하셔라.

조카 신부는 괜찮다, 나는 다른 차가 생길거 같다..그랬고, 교황은 "그러면 바티칸으로 와라"라고 하셨답니다.

그렇게해서 지난 9월 7일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은거죠.

 

조카 신부님이 바티칸에 차를 가지고 오기는 했는데, 아마도 마을 신도들도 떼거리(?)로 따라왔던 모양입니다. 아예 버스를 대절해서 왔다네요. ^^

신부님이 교황께 이렇게 말했답니다. "저기 문 밖에 제 신도들이 있는데, 경비들이 들여보내 주지 않네요. .."

그러자 교황이 "그래? 그럼 내가 나가지 뭐!"이러면서 진짜 밖으로 나갔고, 진치고 있던 신도들은 교황이 모습을 나타내자 까무러치듯 열광했다고 합니다.

 

교황님은 이날 직접 시운전까지 했다네요. 옆에는 조카 신부를 태웠고, 뒷자리에는 경호원 1명과, 조카 신부의 보좌신부 1명이 탔다고 합니다. 교황께서 좀 밟으셨던 모양입니다. 경호원이 "속도 좀 줄이세요"라고 했답니다.

 

조카 신부님이 나중에 언론과 인터뷰에서 뭐라 했게요?

"제가 뒤를 보니까, 경호원이 근심걱정하는 표정이더라고요.  속으로, "아 놔, 앞으로 나도 이 차 타고 다녀야 되는거야?"하는 듯했다"는 거죠.  하하.

 

아무튼지 간에, 최근 교황님이 고위 사제들에게 "사치하지 말고 소박하게 살아라" 라고 한뒤에

바티칸에서는 벤츠, BMW 등 고급세단을 팔고 서민용 차로 바꾸는 사제들이 갑자기 늘었다고 합니다.

그 와중에 이탈리아 국민차인 피아트가 싱글벙글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