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세르 아라파트(1929∼2004년)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치명적인 방사능물질인 폴로니움210에 의해 독살됐다는 공식 부검보고서가 나왔다. 이같은 부검결과가 향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TV는 스위스 로잔의 보두아대병원 법의학센터가 작성한 108쪽 분량의 부검보고서를 단독으로 입수해, 아라파트의 유해에서 평균치의 18∼36배에 이르는 다량의 폴로니움210이 검출됐다고 6일 보도했다.
아라파트의 갑작스런 사망 직후부터 독살설이 나왔고, 지난해 7월 알자지라가 9개월에 걸친 조사끝에 제작한 다큐멘터리 '무엇이 아라파트를 죽였나'에서 폴로니움 210 독살 가능성을 강력히 제기했던 것이 공식 부검보고서로 재확인된 셈이다.지난 10월에는 알자지라TV의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했던 스위스 방사능물리연구소의 분석팀이 의학전문지 랜싯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아라파트의 유품, 옷 등에서 평균치의 약 10배에 이르는 폴로니움 210이 검출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부검은 알자지라의 다큐멘터리 방송 이후, 아라파트의 부인 수하 여사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진실 규명을 위해 지난해 11월 아라파트의 무덤에서 유해를 꺼내 조직샘플을 채취한 다음 스위스 보두아대 법의학센터로 보내 분석을 의뢰한 결과이다. 앞서 조사가 유품에 묻은 땀, 피, 배설물 등을 대상으로 이뤄졌던 것과 달리 이번 조사는 아라파트의 시신에서 직접 채취한 조직샘플을 분석한 결과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자치정부는 샘플을 스위스 이외에 프랑스, 러시아에도 보내 분석을 의뢰한 상태이다. 알자리자는 러시아팀이 곧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폴로니움 210는 자연상태에 존재하는 방사능물질로, 극소량만으로도 죽음에 이르게 할 수있다는 특징때문에 냉전시대 때부터 독살용으로 자주 사용됐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2006년 영국 런던에서 사망한 알렉산더 리트비넨코 전 러시아 국가보안위원회(KGB)첩보원이 폴로니움210에 의해 독살된 것으로 확인된 바있다.
<리트비넨코>
부검보고서에 따르면, 아라파트의 갈비뼈 조직에서는 약 900밀리베르렐(Bq) 의 폴로니움210이 검출됐다. 인체에서 검출되는 평균치의 18∼36배에 이르는 엄청난 양이다. 골반뼈와 배설물에서도 다량의 폴로니움210이 검출됐다. 보고서는 "아라파트 사망의 원인이 폴로니움210라는 사실을 상당히 지지(moderately support)'한다"고 결론지었다.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에 대해 부검담당자들이 '상당히 지지'란 표현을 쓴 것은 사실상 '확신'으로 해석된다고 BBC는 보도했다. 수하 여사는 이 보고서를 전달받은 후 BBC 등과 인터뷰에서 "너무나도 충격적이며 엄청난 슬픔을 느낀다"며 " 아라파트는 자연사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살해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하여사>
팔레스타인 독립을 위한 무력투쟁을 이끌었던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은 2004년 10월 12일 갑자기 건강이 악화됐다. 당시 아라파트는 2년넘게 이스라엘 군에 의해 라말라에서 가택연금생활을 해오던 상태였다. 이날 저녁을 먹은지 약 4시간뒤 아라파트는 갑자기 복통과 구토, 설사 등을 나타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75세 고령이란 점을 제외하고 특별한 병이 없었다. 10월 29일 그는 휠체어를 타고 자택을 나와 헬기로 요르단으로 향했고, 거기에서 다시 비행기를 타고 프랑스로 날아갔다. 파리 페르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그는 11월 11일 사망했다.공식 사망원인은 혈액응고에 의한 심장바미로 발표됐지만, 측근들은 당시에도 독살설을 강력히 주장했다.
스위스 부검보고서에 대해 이스라엘 외무부는 "과학적 분석의 결과라기 보다는 드라마"라며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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