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우크라이나 동부와 크림 주민투표... 같은 점& 다른 점

bluefox61 2014. 5. 9. 11:00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분리주의 세력이 오는 11일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강행한 후 취하게 될 행보에 국제사회의 관심과 우려가 집중되고 있다. 
 

8일 분리주의 세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연기요청을 거부하고 투표 강행을 결정하면서, 도네츠크 주와 루간스크 주의 주민투표는 결국 예정대로 약 1200개 선거구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유권자들은 '도네츠크(루간스크)인민공화국의 독립적 주권선언을 지지하는가'란 안건에 대해 찬성 또는 반대표를 던지게 된다. 두 주의 선거관리위원회 측은 유권자의 70%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 압도적인 표차로 독립을 승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3월 크림 주민투표와 비교해볼 때,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의 상황은 상당히 복잡하다. 인종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러시아와 다름없었던 크림반도와 달리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주에는 친우크라이나 또는 우크라이나 통합주의를 지지하는 세력이 분명히 존재하며 세대간 시각차도 뚜렷하다. 소비에트체제에 대한 기억과 경험이 거의 없는 젊은 세대는 '우크라이나 국민'이란 의식이 강한 편이다.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주를 장악하고 있는 분리주의 무장세력은 11일 선거 후 독립공화국을 선포하고 인근 하리코프, 오데사, 니콜라예프스크 주 등 다른 동남부 지역과 연대해 우크라이나에서 완전히 분리된 독립국가 건설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명으로는 '새로운 러시아'란 의미의 '노보로시야'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 중앙정부가 개헌을 통해 연방화를 추진할 경우, 느슨한 형태의 연방국가체제에 합류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물론 크림처럼 러시아와의 합병을 선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크림을 신속하게 합병했던 것처럼 러시아가 이번에도 똑같은 수순을 밟을지는 미지수이다.

 

 

크림 경우에는 러시아와의 합병이 이미 기정사실화된 상태에서 주민투표가 치러졌지만,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는 아직까지 러시아 합병이 공식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단계는 아니다. 푸틴으로서도 우크라이나 본토까지 합병할 경우 초래될 동·서 간의 정면충돌과 추가 경제제재 압박이 매우 부담스러울 수있다. 로만 랴긴 도네츠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8일 BBC와 인터뷰에서 "주민투표 이후 독립을 선언할지, 아니면 러시아와 합병할지 여부는 추후에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루간스크 인민공화국의 발레리 볼로토프 인민지사 역시  "러시아 합병여부를 묻는 투표에 대해 (주민투표 이후)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일촉즉발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푸틴은 9일 크림 반도 세바스토폴에서 열리는 2차세계대전 승전기념일 행사에 참석한다. 크림합병이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가 현지를 방문한 적은 있지만 푸틴이 직접 찾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인테르팍스통신 등은 푸틴 대통령이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승전기념식에 참석한 후 바로 전용기를 타고 크림 세바스토폴로 날아갈 계획이라고 보도했다.인테르팍스에 따르면, 크림이 나치점령으로부터 해방된지 올해로 꼭 70년을 맞는데 맞춰 기념식에 러시아 전투기 70대가 축하비행을 하고 흑해함대 소속 전함들이 대거 동원될 예정이다.
 

한편 푸틴의 전격적인 11일 주민투표 연기 요청과 25일 우크라이나 조기대선 지지발언에 대해 , "서방이 또다시 푸틴에게 당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로이터,BBC 등은 러시아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푸틴이 분리주의 세력의 주민투표 강행을 이미 예상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푸틴은 주민투표 강행결정으로 인해 마치 체면이 깎인 듯하지만, 사실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우리가 조종한 것이 아니다"란 사실을 국제사회에 과시할 수있게 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