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나를 울린 터키 광부들...한국과 너무 비슷한 '형제나라' 터키

bluefox61 2014. 5. 15. 11:31

 

13일 터키에서 발생한 소마탄광참사는 여러모로 우리의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하고 있다. 한꺼번에 너무 희생자가 발생한 것도 그렇고, 사고 발생 직후부터 온 국민이 TV 화면 앞을 떠나지 못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뉴스를 보고 있는 것도 비슷하다. 게다가 가난한 광부들의 사연은 터키 국민들의 가슴을 찟어놓고 있다.

 

<부상당한 광부의 구멍난 양말>

 

 

현지언론 후리예트는 14일 '너무 착한 광부'의 사연이 국민들을 눈물짓게 했다고 보도했다. TV 화면 속에서 한 광부가 들것에 실려 앰뷸런스에 실리는 순간 간호사에게 " 제 신발에 석탄이 많이 묻어있어서 들것이 더러워질 것같아요. 좀 벗겨주세요"라고 부탁하는 장면이 전국에 방송됐다는 것이다. 다쳐서 너무나 힘이 없는 상태이면서도 이 광부는 새하얀 들것이 자기때문에 더러워질 것을 걱정했다는 것이다. 간호사와 구급대원들은 "괜찮다"며 이 광부를 달랬다고 한다.

 

<들것이 더러워질까봐 신발을 벗으려는 , 너무 착한 광부>

 

 

그런가하면 14일 종굴다크의 한 불법광산에서 발생한 붕괴사고로 목숨을 잃은 늙은 광부의 사연도 너무 안타깝다. 기사에 따르면, 14일 오전 11시께 종굴다크에 있는 불법 탄광의 천장이 무너져 3명이 갇혔다가 2명만 구조되고 1명이 사망했다.사고 직후 동료들이 매몰된 희생자를 구출하려다 실패하고 구조당국이 출동했으나 시신을 수습하는 데 그쳤다.숨진 광부는 2년 전 고령으로 은퇴했다가 두 딸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려 1년 전부터 불법 탄광에서 월급 2천 리라(100만원)를 받고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터키 최악의 광산사고를 계기로 수그러드는 듯했던 반정부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4일 "지난 10여년동안 고도성장을 해온 터키가 지금 분노에 휩싸여있다"고 보도했다.

 

후리예트 등 현지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14일 이스탄불, 앙카라 등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으며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을 쏘며 강제해산을 시도했다. 노동계는 15일 오전 9시부터 3분간 전국 근로현장에서 추모 묵념을 실시하는 한편 총파업을 단행할 계획이다. 최대 노동조합 단체인 공공노조연맹(KESK)은 "비용을 줄이려고 근로자들의 생명을 위협한 이들이 참사의 주범"이라면서 15일 조합원 24만명이 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일부 시위대는 이스탄불에 있는 '소마탄광'과 '소마홀딩' 본사로 몰려가 '살인자'란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반정부시위 유혈 진압, 뇌물수수 스캔들 등 온갖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30일 지방선거에서 집권 정의개발당(AKP)의 압승을 이끌어냈던 에르도안 총리는 소마탄광 참사라는 지극히 '비정치적' 재난으로 지난 2003년 집권이래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에르도안 총리는 사고가 일어난 직후 신속하게 소마를 찾았지만 주민들은 '퇴진하라'고 외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에 총리는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인근 수퍼마켓으로 긴급 피신했으며, 몇몇 주민들은 총리가 타고온 자동차에 발길질을 하며 분풀이했다. 소마 시청 건물 유리창들은 시위자들이 던진 돌에 맞아 산산조각이 났다고 후리예트 등은 전했다.

 

 

에르도안 총리의 '부적절한 발언'은 가뜩이나 분노로 불타고 있는 민심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총리는 14일 소마 시청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탄광을 포함해 모든 근로현장에서는 사고가 발생하기 마련"이라면서 " 불행하게도 이 직업(광부)은 이런 사고가 운명적"이라고 말했다. BBC 등은 총리가 기자회견 초반에는 "터키의 7700만 국민이 너무나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며 겸허한 태도를 보이더니, 사고 예방조치를 묻는 기자의 질문이 나오자 변명에 급급해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광부에겐 사고가 운명'이란 뉘앙스의 발언이 나왔다는 것이다.

터키는 중국을 능가하는 세계 최악의 광산사고 국가이다. 터키경제연구재단이 지난 2010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 터키에서는 해마다 석탄 100만t 당 7.22명의 광부가 목숨을 잃고 있다. 중국은 100만t 당 1.27명이다. 미국 경우는 0.02명에 불과하다. 터키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941년 이후 광산사고로 목숨을 잃은 광부는 약 3000명에 이르며 부상자는 약 10만명에 달한다. 2000년 이후 발생한 광산 사고만 1308건으로 집계됐다. 2013년 한해에만 터키 산업재해 중 10.4%가 광산에서 발생해, 약 1만 3000명의 광부가 죽거나 다쳤다.

 

 터키 정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고가 오는 8월 대통령선거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AKP는 45.54%의 득표율을 기록해 야당인 CHP(31.04%)와 민족주의행동당(13.65%) 득표율 합계(44.69%)를 앞섰으나 근소한 차이를 보인데다가 최악의 탄광사고가 정권퇴진 운동으로 번질 기세여서 이제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