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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를 그대로 놔두라" ... 베네치아 시민들이 무인도 개발에 반대하는 이유

bluefox61 2014. 5. 15. 11:30

이탈리아 베네치아 앞바다에 있는 작은 무인도 포벨리아를 둘러싸고 개발업자와 시민사회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시민들은 '모두를 위한 포벨리아' 캠페인을 벌이면서, 고즈넉한 분위기의 섬이 호화 리조트나 테마파크로 개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쓰고 있다.
 

포벨리아의 소유권은 지난 13일 경매를 거쳐 베네치아 출신의 부호 루이지 브루냐로에게 넘어갔다. 앞서 중앙정부는 적자재정 해소를 위해 포벨리아에 대한 99년간 소유권을 경매시장에 내놓았고, 브루냐로는 51만 3000유로(약 7억 2000만원)를 내고 임차받는데 성공했다. 


그동안 캠페인 통해  약 16만 유로를 모금한 '포벨리아연합회' 측은 결국 섬의 소유권이 부호에게 넘어가게 되자 허탈해하는 한편 리조트화를 막기위해 끝까지 투쟁을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연합회를 이끌고 있는 건축가 로렌조 페놀라 회장은 베니스타임스, 가디언 등과 인터뷰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경매 결과가 나왔다"면서 "우리는 포벨리아가 모든 시민들을 위한 쉼터가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연합회와 뜻을 함께 하는 조르지오 오르소니 전 베네치아 시장은 " 베네치아에는 이미 럭셔리 호텔들이 너무 많다"면서, 포벨리아만큼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조용한 곳이 되길 시민들이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포벨리아에 대한 99년간 소유권을 손에 넣은 브루냐로는 시민사회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현지언론 코리에레 델 베네토와 최근 인터뷰에서 "포벨리아로 돈을 벌 생각이 없다"며 "아랍, 러시아, 미국, 중국의 부호로부터 베네치아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경매에 나섰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앞으로 포벨리아를 어떻게 개발하면 좋을지에 관해 어떤 아이디어라도 환영한다"며 '포벨리아 연합회'와 협력의사를 밝혔다. 


브루냐로는 포벨리아의 오래된 건물들을 재건하는데 약 2000만 유로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합회측은 일단 브루냐로의 제안을 거절하면서, 불신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경매 전 한 개발업자는 포벨리아를 미국 뉴욕의 코니 아일랜드 비치와 같은 위락지구로 만들자고 제안했다가 , '베네치아의 디즈니화'란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포벨리아는 베네치아와 리도 섬 사이에 있는 작은 무인도이다. 섬 가운데가 좁은 운하로 나뉘어 있고, 양 쪽을 연결하는 둥근 나무 다리가 놓여 있다. 


포벨리아의 역사는 5세기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421년 북부 게르만족이 이탈리아를 침입했을 당시 파두아 주민들이 배를 타고 포벨리아로 건너와 숨어있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이후 베네치아공국의 관할 하에 요새, 검문소, 환자 격리수용소, 정신병원, 교도소 등으로 이용됐다. 특히 흑사병이 창궐했던 16세기에는 베네치아와 리도의 흑사병 환자들을 수용하던 곳이기도 했다. 1968년 정신병원이 문을 닫은 후 약 50년간 무인도가 됐지만, 아직도 교회 병원 요새 등이 남아 있다.


베네치아 시민들 중 상당수는 포벨리아에 대한 개인적인 추억을 가지고 있다. 섬에 들어가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있지만, 작은 배를 타고 10여분만에 갈 수 있는 거리인데다가 인적이 없어서 사람들의 눈을 피해 시간을 보내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이기 때문이다. 


섬 주변 수심이 깊고 오징어가 많이 잡혀서, 섬에 몰래 들어와 친구들과 오징어를 잡아 구워먹으며 십대시절을 보냈다는 베네치아 시민들도 많다. 나무 다리에 올라가 여름철에는 다이빙 놀이를 하거나, 나무에서 복숭아를 따먹고, 이성친구와 은밀한 데이트를 했던 추억을 지닌 사람들도 있다. 그런가하면 포벨리아는 반세기동안 방치된 건물들이 만들어내는 괴기스런 느낌, 정신병원이나 격리시설에 수용돼있다가 사망한 환자들과 얽히 황당 소문 등으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유령이 많이 출몰하는 곳'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포벨리아가 일년 사시사철 외국 관광객 홍수에 시달리는 베네치아 시민들에게는 거의 유일한 '우리 만의 놀이터'란 점이다. 베네치아에 거주하는 주민은 약 6만 명이지만, 관광객 수는 연간 2000만 명에 이른다. 따라서 포벨리아의 미래가 베네치아 토박이들의 첨예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