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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자물쇠'는 이제 그만...

bluefox61 2014. 5. 8. 11:30

"사랑은 환영하지만 '사랑의 자물쇠'는 싫다."


세계에서 가장 낭만적인 도시로 손꼽히는 프랑스 파리가 연인들의 '사랑의 자물쇠'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AFP,프랑스24, 리베라시옹 등 프랑스 현지언론들은 물론 BBC, 뉴욕타임스 등은 파리의 센 강의 다리 난간을 '사랑의 자물쇠'가 점령하다시피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전 세계에서 몰려온 연인들의 '사랑의 무게'때문에 곤혹스러워하는 곳은 '예술의 다리'란 뜻을 가진 퐁데자르(Pont des Arts). 센 강에 걸린 약 30개 다리 가운데 3개 뿐인 보행자 전용다리 중 하나로, 디자인 자체도 뛰어나지만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시테 섬의 풍광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오리지널은 1804년에 완공됐으며, 현재의 다리는 1980년 대에 재건축된 것이다. 한국 영화팬들에게는 지난 2000년 심은하,이정재 주연 '인터뷰'의 포스터 사진 배경이 됐던 곳으로 유명하다. 다리 상판이 나무로 돼있어서 연인과 함께 걷기에 더욱 운치가 있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곳 철제 난간에 연인들의 이름을 새긴 자물쇠가 하나둘씩 걸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 쯤부터이다. 이 곳에서는 사랑의 맹세를 한 연인이 난간에 자물쇠를 매단 다음 열쇠를 강물에 던진 후 진하게 키스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있다. 


문제는 다리 양쪽에 수 천개의 자물쇠가 걸리면서, 연인들의 귀여운 사랑표현으로 봐줄 수있는 한계를 넘겼다는 점이다. 지난 4월 중순에는 "자물쇠 무게 때문에 다리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안 이달고 신임 파리 시장이 직접 " 현재로선 붕괴 위험이 없다"고 해명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시 당국은 최근 철제 난간 약 2m를 새 것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벌였는데, 자물쇠 무게가 무려 520kg이나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자물쇠 무게에 다리 붕괴 위험"


'사랑의 자물쇠'에 대한 파리 시민들의 시각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프랑스 연인들도 있기는 하지만, 자물쇠 이벤트를 벌이는 연인 대부분이 미국 등 외국 관광객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현재 센 강의 8개 다리가 자물쇠에 점령당한데다가, 얼마 전부터는 생마르텡 운하의 다리 3개와 에펠 탑 난간에도 자물쇠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자물쇠도 반달리즘(문화재파괴)'이라면서, 시 당국에 금지 또는 벌금부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파리에 거주하는 미국인 리사 안셀모와 캐롤라인 바나보가 최근 개설한  '노 러브락스(No Lovelocks)'란 이름의 캠페인 웹사이트에는 벌써 6000건 이상의 지지서명이 이어지고 있다. 바나보는 5일 BBC와 인터뷰에서 "나도 남편과 결혼하기 몇년 전 퐁데자르에 자물쇠를 매달았지만 지금은 후회막급"이라며 " 파리가 '사랑의 도시'가 아니라 '자물쇠의 도시'가 되버렸다"고 개탄했다. 보도채널 프랑스24는 지난 6년간 파리 시내 다리 난간에 매단 자물쇠 숫자를 약 70만개로 추정했다. 
 

세계 곳곳 '사랑의 자물쇠', 어디서 온 걸까


'사랑의 자물쇠'는 파리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로마와 피렌체, 독일 쾰른과 프랑크푸르트, 체코 프라하, 영국 런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러시아 모스크바, 미국 뉴욕과 시카고, 한국의 남산공원 등 전 세계 곳곳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로마. 피렌체, 모스크바는 법으로 금지하고, 위반하는 사람에게는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파리는 아직까지 벌금형 보다는 난간 교체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모스크바 강변의 사랑의 자물쇠 나무. 모스크바시는 다리 난간에 자물쇠를 다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하는 대신 연인들을 위해 대신 이 나무 구조물을 세웠다>

 

연인들이 자물쇠로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방식이 언제부터 나타났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약 100년 전인 1차세계대전 때 세르비아의 한 여성이 전쟁터에 나간 연인의 죽음에 슬퍼하다 사망한 이후 세르비아 소녀들이 사랑을 지키기 위해 다리 난간에 자물쇠를 매달기 시작했다는 설도 있다. 그러다가 20세기 후반, 세르비아를 대표하는 여성시인 데산카 막시모비치가 '사랑을 위한 기원'이란 시에서 이를 언급하면서 전 유럽으로 확산된 듯하다고 뉴욕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지적했다. 


<전설이 시작된 세르비아의 '사랑의 다리'.  난간 양 옆에 사랑이 이뤄지길 기원하는 자물쇠들이 가득 걸려있다>

 

<다리 옆에 세워져 있다는 친절한 안내문. 사진 속 두사람이 서로 사랑했는데 남자는 1차세계대전이 일어나자 그리스 전쟁터로 끌려갔고, 그 곳에서 그리스 여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고 한다.  고국에 있던 약혼녀는 실의에 빠져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고, 그 죽음을 안타까워한 후대 사람들이 그런 비극을 막고자하는 마음에서 자물쇠를 다리 난간에 걸기 시작했다는...믿거나 말거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