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은 국제사회가 함께 해결해야할 과제를 되새기기 위해 해마다 ‘유엔이 제정한 해’를 발표해오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는 ‘지구의 해’였고, 2006년은 ‘사막과 사막화의 해’, 2005년은 ‘마이크로 크레딧(소액대출)의 해’였다.
2008년은 바로 ‘감자의 해’다. 흔하디 흔한 작물인 감자를 올해의 주제로 내세운 것이 좀 생뚱맞아 보이지만, 속 사정을 들여다보면 21세기에도 감자가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 특히 감자라는 식용작물 하나를 통해 지금 현재 국제사회가 직면해 있는 수많은 난제들을 단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이 감자를 재배하게 된 것은, 잘 알려져있듯이 약 8000년 전 남미 안데스지역에서부터였다. 한반도에 전래된 것은 조선시대 순조 때인 19세기 초반으로 기록돼있다. 쌀, 밀, 옥수수와 함께 세계 4대 작물로 꼽히는 감자의 재배 면적은 19만5000㎢, 생산규모는 2006년 기준 약 3억 1500만t이다. 이중 절반이상이 개발도상국 또는 저개발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벼와 밀의 경우 식용가능한 부분이 전체작물의 약 50%에 불과한데 비해 감자 경우는 무려 85%에 이른다니, 이쯤되면 감자야말로 신이 인간에게 내린 선물이 아닌가 싶다. 감자가 세계역사의 주인공이 된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19세기 중반 아일랜드의 감자흉작 파동. 흉작으로 인한 대기근으로 아일랜드 인구의 4분의 1이 사망했고, 먹고 살기 힘들어진 아일랜드 사람들이 새로운 땅 미국으로 대거 이주했다. 이것은 인류의 이주역사에서 중요한 사례 중 하나로 기록돼 있다.
유엔이 올해를 ‘감자의 해’로 정한 이유는, 감자로 대표되는 식용작물의 수급불안이 식량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고는 이미 곡물가 상승 등 곳곳에서 현실화하고 있다. 주곡의 하나인 밀 가격이 3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전날보다 30센트(3.3%)오른 부셸당 9.45달러에 거래되면서 이틀 연속 가격제한 폭까지 올랐다. 옥수수와 콩가격도 상승세를 나타냈다. 3월 인도분 설탕 가격도 이날 파운드당 0.41센트(3.8%) 오른 11.14센트에 거래돼 작년 9월 19일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같은날 영국 BBC는 방글라데시 군참모총장의 말을 인용, 식량부족 때문에 현지 정정이 크게 불안해질 위험이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유난히 많이 일어난 자연재해로 특히 쌀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식량난이 기아사태와 사회불안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유엔식량기금(FAO) 역시 지난해말, 세계 곡물가가 급등하면서 최소 37개국이 식량위기에 직면해 있고 , 특히 올해는 세계적인 기아현상이 악화될 것으로 경고했었다. 이같은 세계적인 현상은 이미 국내에서도 밀가루 가격인상으로 나타났고, 빵·과자값 인상 등 일반국민의 식생활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식용작물가격 급등은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바이오연료 생산증가, 급격한 도시화로 인한 농작지 잠식 등 복합적인 원인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유엔의 ‘감자의 해’ 인터넷사이트엔 향후 20년동안 매년 세계인구가 1억명씩 늘어나는 상황에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과거 어느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돼 있다.
국제유가가 결국 100달러선을 넘어, 이제 세자릿수에 진입했다. 유가폭등은 곡물 수송비 인상이란 도미노효과를 불러일으켜 또다시 곡물가 인상을 부채질할 것이 뻔하다. 신년벽두부터 우울한 전망들이 이어지고 있으니, ‘감자의 해’인 올해도 순탄치는 않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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