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핵협상 타결이 이란 정치에 미치는 영향

bluefox61 2015. 4. 3. 14:23

 

 

 핵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이란 국민들이  일제히 "우리에게도 희망이 생겼다" 며  환호하고 있다.
 AP,AFP,로이터통신 등은 2일 이란 국민들이 새해명절(누르즈)연휴 마지막 날의  심야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트위터,페이스북 등을 통해 협상타결 뉴스를 퍼날랐으며, 수도 테헤란 등 주요도시에서 운전자들이 차량 경적을 울리고 시민들이 박수를 치며 기쁨을 나타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교부 건물 앞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몰려와 "댕큐 로하니(대통령)"를 외치며 환호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일부 시민들은 스위스 로잔에서 마라톤 협상을 벌인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 등 협상팀을 ‘국민영웅’으로까지 칭송하고 있다.
 극적인 핵 협상 타결 덕분에 하산 로하니 대통령 등 온건개혁파의 정치적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오는 6월 최종 협상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보수파의 총공세로 인해 이란 정치가 극도의 보혁갈등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자 온라인판 기사에서 이란 보수강경파의 대변지로 알려진 ‘카이한’의 호세인 샤리아트마다리 편집장이  "우리(이란)는 말 등에 물건을 잔뜩 실어 (협상장에) 보냈는데 돌아온 것은 끊어진 고삐 뿐"이라며  협상 결과에 불만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보수진영의 공식적인 비판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협상지지 입장을 밝힌 만큼  반대 표명은 하메네이, 곧 이란 통치체제에 대한 저항으로 비춰질 수있기 때문이다. 

 

 이란 정치 전문가들은 미국 워싱턴 만큼이나 보혁갈등이 치열한 이란 정계에 핵협상 타결이 과연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킬지에 대해 매우 조심스런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카네기국제평화연구소의 카림 사자드푸어는 NYT 인터뷰에서 "핵 협상 타결과 경제제재 해제가 이란 내부의 정치적 개방을 가져올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중앙정보부(CIA)출신의  이란 전문가인 폴  필라는 " 이란 지도자들조차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고 있는 것같다"고 말했다.

 


 현재 상황에서 볼 때, 로하니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온건 개혁파가 유리한 정치적 입지를 확보한 것만은 틀림없다. 그동안 높은 인플레이션(연 평균 16%)와 실업률(지난해 기준 10.5%,청년실업 27%)등 경제난에 시달려온 국민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기때문이다. 국립이란미국위원회의 트리타 파르시 위원장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 이번 협상 타결이 향후 수십년간 과연 누가 이란을 이끌지를 정하는데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며 " 경제 성장이 이뤄진다면 온건(개혁)파가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6월 최종 협상이 순조롭게 타결되고, 국제사회의 제재가 풀려 이란 경제가 회복될 경우 내년 2월 총선과  2017년 대통령선거에서 온건개혁파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회의적인 전망도 적지 않다. 이란 내에서 보혁 갈등이 격화되고, 내부적 동요를 막기 위한 역풍이 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핵심은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이다. 핵협상을 지지하기는 했지만, 최종 합의에서 기대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판단이 들 경우 협상 거부와 반(反)로하니 쪽으로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렇지않아도 보수진영은 로하니 대통령이 하메네이에게 경제위기의 심각성을 과장 보고해 핵협상 지지를 얻어냈다는 불만을 나타내왔다. 사자드푸어는 " 지난 26년동안 하메네이는 자신의 지위와 체제 보호를 위해 역대 대통령들( 아크바르 라프산자니, 무함마드 하타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의 힘을 훼손하고 궁극적으로는 거세해왔다"며 " 로하니에 대해서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란 전문가인 데이비드 크리스트는 "과도한 변화가 이란 내부의 강경조치로 이어질 수있다"고 우려했고, 이란전문가인 게리 시크 컬럼비아대 교수는 "경제제재로 가장 큰 이득을 봤던 혁명수비대가 어떻게 해서든 협상을 공격, 방해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