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1000년전 등신불을 돌려달라... 중-네덜란드 신경전

bluefox61 2015. 5. 8. 11:20

약 1000년 전 죽은 승려의 시신이 들어있는 일명 ‘미라 불상(등신불)’을 둘러싸고 원소유권을 주장하는 중국의 한 작은 마을 주민들과 네덜란드의 소유자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 마을 주민들은 문제의 불상이 20년 전 절에서 깜쪽같이 사라졌던 ‘수호 불상’이 틀림없다고 주장하고, 네덜란드 소유자는 도난사건이 벌어지기 전부터 불상을 홍콩에서 본 적이 있으며 1996년 적법한 절차를 거쳐 본래 소유주로부터 구매했다고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네덜란드 소유자가 "불상을 중국으로 되돌려 보낼 의사가 있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중국 마을 주민들은 지난 3월 말 소재지가 파악된 지 한 달이 넘도록 구체적인 반환 움직임이 없자 조바심을 내고 있다.

 

 

문제의 불상은 헝가리 국립자연사박물관에서 전시되는 과정에서 내부의 시신이 발견돼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일명 ‘미라 불상’. 전시를 위해 원소유주인 네덜란드 건축가 오스카 반 오버렌으로부터 불상을 빌어온 박물관 관계자들은 "안에 뭐가 들어있는 것 같다"는 주장이 나오자 컴퓨터 단층(CT)촬영을 했고, 불상 안에서 인간의 시신을 확인한 후 언론에 이 사실을 알렸다. 중국 미술 전문가들은 불상이 960~1279년 송나라 때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헝가리에서 ‘미라 불상’이 등장했다는 소식에 지구 반대편  중국 동남부 푸젠(福建)성 양춘(陽春)의 마을 주민 약 1800명은 크게 술렁였다. 외신 사진 속 불상이 1995년 12월 마을의 한 절에서 사라져버린 장공조사(章公祖師)상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옛 기록 사진

                               

장공은 송나라 때 양춘에서 앉은 채로 입적한 승려이다. 생존시 마을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했던 장공이 입적하자 주민들은 그를 기리기 위해 시신 위에 얇은 진흙을 입혀 말린 다음 여러 겹의 에나멜 칠과 마지막으로 금칠을 해서 불상을 완성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양춘 주민들은 이 불상에 ‘장공조사’란 이름을 붙여 절에 안치했고, 1000년 넘게 크고 작은 일이 있을 때마다 행운과 복을 빌어왔다. 1995년 12월 불상이 사라진 후에는 모사품을 만들어 절에 안치했다.

 



한 주민은 최근 뉴욕타임스(NYTY)와의 인터뷰에서 "20년전 절에서 불상이 사라진 사실을 발견한 주민 모두 통곡했었다"며 "우리에게 ‘장공조사’는 문화재가 아니라 가족"이라고 말했다. 헝가리 국립자연사박물관이 공개한 미라 불상의 사진을 본 주민들은 "얼굴의 미소, 눈, 앉은 자세가 우리의 ‘장공조사’와 똑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주민들은 헝가리 국립자연사박물관, 네덜란드 정부, 소유주 반 오버렌에게 수차례 반환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냈고 중국 정부에도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는 편지를 보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도 반환 캠페인이 펼치고 있다. 주민들은 "법적으로나 논리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우리는 장공조사를 되되찾아 올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소유주의 입장은 좀 다르다. 반 오버렌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내가 가진 불상이 ‘장공조사’가 아니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불상을 맨 처음 본 것은 양춘에서 도난사건이 발생하기 이전인 1995년 중순 쯤이었고, 전 소장가는 1994년 홍콩에서 이 불상을 구매해 소유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불상이 (중국과 네덜란드 간의) 정치문제가 돼버렸다"며 곤혹스러운 심정을 드러내면서도  "정당한 절차를 밟아 불상이 고국인 중국으로 돌아갈 수있게 해주겠다"고 밝혔다. 한 문화단체가 불상을 중국에 돌려주는 댓가로 반 오버렌에게 보상금을 제안했다는 설도 있지만, 언제 어떻게 불상이 중국으로 돌아갈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