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미국과 러시아의 유머러스한 '감자외교'

bluefox61 2015. 5. 13. 15:12

존 케리 국무장관이 12일 러시아 소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아시다시피 두 나라는 우크라이나 사태때문에 앙숙이 됐고, 지난 2년간 케리 장관이 러시아를 방문한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물론 다자외교 현장에서 서로 마주친적은 있었지만요.

 

케리 장관은 푸틴대통령을 만나기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장시간 회담을 갖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 난데없이 라브로프 장관이 소치산 감자와 토마토가 담긴 바구니 2개를 들고 나타나 케리장관에게 선물로 줬습니다. 그것을 받아든 케리 장관은 크게 웃었고요.

 

바로 이 장면입니다.

 

 

라브로프의 감자와 토마토 선물은 한해전인 2014년 1월 프랑스 파리에서 시리아 사태를 의논하기 위한 회담에서 케리가 라브로프에게 아이다호산 감자 2알을 선물로 준데 대한 답이었다고 합니다. 그걸 받아든 라브로프가 "당근과 채찍이란 말이 있는데, 이젠 당근 대신 감자라고 해야겠다"고 말하며 사람들을 웃겼다고 하는데, 그도 상당한 유머감각의 소유자인 것같습니다.

 

케리가 준 아이다호산 감자를 보실까요.

 


과연 크긴 크네요. 한국감자는 동글동글 짜리몽땅한데, 역시 미국 감자는 길쭉길쭉.. 수퍼마켓에 가면 미국산 프렌치프라이용 감자 얼린 것을 파는데, 프렌치프라이는 길쭉한 미국 감자가 제격이네요.

 

케리가 왜 감자를 줬는지에 대한 해석은 분분합니다. 당시 크림반도 사태로 두 나라 사이가 극히 악화됐고, 미국과 유럽연합이 대러 경제제재를 단행하고, 러시아도 보복조치로 미국과 유럽에 대해 제재 명단을 발표하는 등 분위기가 험악했죠. 그러니 , 케리가 라브로프에게 감자를 준 게  미국산 제품(농산물)의 우월성을 자랑하면서 은근히 러시아에게 뼈있는 농담을 한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죠. 물론 케리는 "다른 뜻은 없다. 일전에 라브로프와 대화 중 우연히 아이다호 이야기가 나왔는데, 아이다호 감자가 유명하다던데 그러냐고 물었던게 생각나서 선물한 것뿐이다" 이렇게 설명했지만요.

1년도 더 전에 감자를 받았던 걸 기억하고  "이번에 러시아산 농작물의 우수성을 보여줘야지"라고 생각한 라브로프도 참 대단합니다.

 

아무튼, 살벌하다면 살벌한 외교전쟁 현장에서도 이런 유머를 나눌수있는 두 장관의 모습이 참 좋아보입니다. 싸울땐 싸우더라도, 잠깐씩이나마 농담을 나눌 수있는 여유가 부럽네요. 

비록 이견을 좁히지는 못해도, 일단 회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놓으면 다음을 기약할수도 있으니까. 

 

원칙을 고수하는 것도 중요하죠. 하지만, 오로지 원칙만을 내세우며 버티고만 있는게 요즘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한일 관계에는 유머가 개입할 틈이 없는 것일까요. 

갈등으로만 치닫는 한일 관계를 바라보면서 든 생각입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12일 흑해연안 휴양도시 소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단독으로 만나 4시간동안 우크라이나, 시리아, 이란 등 현안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2013년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과 이듬해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사태 이후 양국 정부 간 접촉으로는 최고위급이며, 케리 장관이 러시아를 방문하기는 약 2년만에 처음이다.케리 장관은 푸틴과 회담을 마친 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솔직하고 생산적인 만남"이었다고 평했다. AP,로이터, AFP통신 등은 이날 연쇄회담에서 중대한 합의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케리 장관의 러시아 방문 그 자체와 미묘하게 달라진 어조가 양국 관계의 개선을 시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타스 통신,RT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2일 오후 5시쯤부터 소치의 대통령 관저에서 케리 미국 장관을 접견했다. 두 사람은 당초 예정됐던 1시간 30분을 훨씬 넘겨 4시간동안 대화를 가졌다.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외교 수석)은 "케리 장관이 푸틴 대통령에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구두 안부를 전했다"며 "오바마 대통령은 케리 장관의 접견을 허락한 푸틴 대통령에게 감사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또 "오는 11월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나 9월 뉴욕에서 개최될 유엔 총회 등에서 두 정상이 만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과 케리 장관이 북한문제도 논의했다고 밝혔으나,구체적으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케리 장관은 푸틴 대통령을 만나기 전 낮 12시 30분부터 소치 시내 호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도 약 4시간동안 회담을 가졌다. 두 사람은 공동기자회견에서 "모든 문제에서 의견의 일치를 보진 못했지만 오늘 회담은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줬다"며 "러시아와 미국은 양국 관계에 장기적 피해를 줄 행보를 피할 필요가 있음을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특히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지난 2월 체결된 민스크 평화협정의 완전한 이행을 위해 양국이 영향력을 행사하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케리 장관과 라브로프 장관이 펼친 이른바 ‘감자외교’가 화제를 낳고 있다.현지언론 스푸트닉 등은 케리 장관은 회담 중 라브로프 장관으로부터 소치산 감자와 토마토를 담은 바구니 두 개를 선물로 받고 폭소를 터트렸다고 전했다.라브로프 장관의 감자 선물은 지난해 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시리아 사태회의 때 케리 장관으로부터 받은 미국 아이다호산 감자 선물에 대한 화답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라브로프 장관은 "‘당근과 채찍’이란 표현에 당근 대신 감자를 넣어야할 것같다"고 유머러스하게 답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12일 트위터에 라브로프 장관이 케리 장관에게 바구니 2개를 전하는 모습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소치 토마토는 아이다호 감자의 가장 좋은 친구"란 글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