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그리스 경제, 멈춰섰다

bluefox61 2015. 6. 29. 16:00

채권단과의 협상 결렬로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는 그리스의 정부가 은행 영업중단과 자본통제 조치를 단행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28일 오후 8시(한국시간 29일 오전 2시)부터 금융안정위원회 긴급회의를 가진 뒤 오후 9시쯤  대국민 TV 연설을 통해 "그리스 정부가 요구한 구제금융 단기 연장안을 (채권단이)거부하면서, ECB의긴급유동성지원(ELA) 금액 증액거부 결정이 나오게 됐고, 그리스 중앙은행이 은행 영업중단과 자본통제를 요구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또 "구제금융 연장에 관한 새로운 제안을 (채권단에)제출해 답을 기다리고 있다"며 " 단기 연장안 거부는 유럽 민주주의 전통에 대한 중대한 공격이자 수치"라고 맹비난했다. 앞서 27일 오전 1시  치프라스 총리는 채권단의 추가긴축 요구에 대한 국민들의 찬반의사를 묻는 국민투표(7월 5일)실시계획을 밝혔으며, 의회도 이를 승인했다. 
 

이번 은행영업중단 및 자본통제는 29일부터 시행된다. 현지언론 카티메리니와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국민투표 다음날인 7월 6일까지 은행영업이 중단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금인출기 서비스는 29일 오후까지 중단됐다가 늦은 오후부터 재개될 예정이며,계좌 당 하루 최대 60유로(약 7만 4404원)를 인출할 수 있다. 그리스 증시도 29일부터 최소 1주일동안 폐쇄된다. 그러나 그리스를 방문한 외국 여행객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사용가능하며, 연금지급액은 인출 제한에서 제외된다고 재무부는 성명을 통해 밝혔다

 

 

그리스는 결국 디폴트와 그렉시트(그리스의 탈유로존)란 파국을 향해 치닫을 수밖에 없을까. 당초 "자본통제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애써 차분한 태도를 취했던 그리스 정부가 28일 입장을 바꾼 것은 유럽중앙은행(ECB)이 긴급유동성지원(ELA)금액 한도(현행  890억 유로)확대를 거부한 후 뱅크런(대규모 은행예금 인출)사태가 악화되자 결국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정부의 자본통제 발표를 앞두고 27일 하룻동안에만 그리스 전역의 은행에서 약 10억 유로의 예금이 빠져나가는 등 뱅크런(은행예금 대량인출) 현상이 나타났다. 그리스 중앙은행에 따르면 치프라스 총리 정부가 출범 직전인 지난해 12월부터 올 5월까지 시중 전체 은행 예금의 약 20%에 해당하는 약 300억 유로가 인출됐으며, 5월말 예금 잔액은 약 1300억 유로로 줄어 10년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상태이다.
 

지난 주말동안 그리스 사태는 치프라스 총리가 24시간내 두 차례나 대국민 TV 연설을 할 정도로 숨돌릴 틈없이 급박하게 진행됐다. 치프라스 총리는 국민들에게 채권단의 추가긴축 요구를 투표로 거부하면, 정부가 협상테이블에서 보다 강하게 밀어부쳐 유리한 조건으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추가긴축 요구안이 부결될 경우, 독일을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 차라리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퇴출시키자는 목소리가 더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승인 결과가 나오면, 치프라스 총리와 시리자 정부의 퇴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8일 발표된 카파리서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리스인 대부분은 유로존 잔류와 국제채권단 부채 협상안 서명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존 잔류를 지지한 응답자가  67.8%인데 비해,유로존으로부터 탈퇴해 옛 화폐인 드라크마화로 복귀하는 것을 지지하는 응답자는 25.2%에 머물렀다. 채권단과 합의해야 한다는 응답도 66%로 나타났다. 오는 7월 5일 국민투표에서 채권단과의 협상안에 지지표를 던지겠다는 응답은 47.2%, 반대하겠다는 응답은 33%였다.
 

그리스 사태가 최악의 국면을 맞을 가능성에 국제 금융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29일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가 1달러 이상 하락했고, 일본 도쿄(東京)등 아시아 주요 증시 역시 하락세로 출발했다.스페인, 포르투갈,이탈리아 등 남유럽 등 경제취약국들의 국채 가치도 급추락 위험이 직면해있다. ABN암로는 28일 보고서에서 "(그리스)주변국가 국채금리와 유로존 기준인 독일 국채 금리간 스프레드가 스트레스 레벨로 치솟을 위험이 있다"며 "ECB가 안정을 위해 국채매입프로그램(OMT)를 가동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의 FX전략 유럽지역 책임자인 이언 스탠다드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 사태가 시장에 진짜 큰 충격을 던질 수 있다"고 전망한 반면, 피셔인베스트먼트의 켄 피셔는 "월요일에는 시장이 요동치겠지만 그 이후에는 파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렉시트’란 용어를 맨처음 만들어낸 씨티그룹의 에브라힘 라흐바리 이코노미스트 역시 28일 보고서에서 "국민투표 결과 찬성 진영이 다수표를 얻어 올해는 그렉시트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 이후 그렉시트 리스크는 작아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