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위기의 그리스 -메르켈 대 치프라스

bluefox61 2015. 7. 2. 13:34
"(그리스에 대한) 입장을 이미 정했으며, 더 덧붙일 것이 없다." 

디폴트(채무상환불이행)에 빠진 그리스의 최대 채권국가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1일 하원연설에서 "국민투표(5일) 이전에 그리스 협상은 없다"고 못박으면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한치의 양보없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앞서 지난 6월 29일 "투표 후에 협상하겠다"고 밝혔던 원칙을 이날 다시한번 확인했다.  
 

dpa,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하원 연설에서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그리스 정부를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그리스(또는 치프라스 정부)가 자국은 제외하고 다른 모든 나라들에서 불행의 희생양을 찾고 있다"고 주장했다. 메르켈 총리는  "며칠 간 동요가 지속하고 있고, 많은 것이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상황임이 분명하다"며 "세계가 지금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말로 현 상황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날 연설에서 메르켈 총리가 가장 강조할 것은 책임과 규칙이었다. 그는 유럽을 "규칙과 책임에 기반한 공동체"로 규정하면서 "유럽 공동체가 서 있는 법 규정과 책임의식을 잊으면 유로화는 실패하고 더불어 유럽도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내키지않는 마음으로 그리스와 서둘러 타협하기 원치않는다"며 "위기를 통해 더욱 강해진 유럽, 중국 인도 남미 등 다른 나라들과 강하게 경쟁할 수있는 유럽을 원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5년간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내내 그리스 정부가 막대한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혹독한 긴축 통해 건전재정을 이룩해야한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이같은 자세로 인해,그리스 국민들로부터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와 동급의 인물로 취급당해왔지만 메르켈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스 경제위기사태가 전 유로존을 뒤흔들었던 2012년 당시 한 언론 인터뷰에서 메르켈은 "유럽이 번영과 기존의 생활방식을 유지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버는 것보다 더 쓰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는 평소 신념을 역설하기도 했다.
 

하지만 독일 정계 안팎에서는 타협을 모르는 메르켈 스타일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메르켈 총리와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이 치프라스와 시리자 정권 밀어내기를 노리고 있다는 것은 유럽 정가에서 더이상 비밀이 아니다. 독일 좌파당은 1일 "그리스 국민이 선출한 총리와 정부를 메르켈이 몰아내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메르켈은 1일 오후 베를린을 방문한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와 회담 후 " 그리스 국민들의 주권을 존중하지만, 다른 국가들 역시 각자 나름대로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똑같이 존중받아야한다"고 주장했다. 

 

 

"더 공정한 합의안을 압박할 수있도록 국민투표에서 (채권단 긴축안) 반대에 투표해달라. 다음 월요일(6일)정부는 그리스 국민들을 위해 보다 나은 조건을 가지고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이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1일 생중계된 대국민 TV 연설을 통해 오는 5일 국민투표 강행의지를 밝혔다.그는 연설에서 "그리스는 지금 협박 당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국민투표를 예정대로 치르겠다고 밝혔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등 외신들은 치프라스 총리가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총재에게 서한을 보내 채권단의 제안을 대부분 수용할 수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면서 국민투표 철회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리스 정부가 공개한 국민투표 용지의 문구에 따르면, 이번 투표는 지난 6월 25일 채권단의 긴축요구안에 대한 국민의 찬반의사를 묻기 위한 것인데 정부의 입장이 변했다면 더이상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현지언론 카티메리니는 치프라스 총리가 채권단에 양보하는 내용의 제안을 한 지 불과 수시간 뒤, 대국민 연설에서 또다시 강경모드로 선회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 통신은 1일 논평기사에서 치프라스 총리가 최근 며칠간 강경-타협-강경 등 수시로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자본통제 이후 여론이 악화되면서 치프라스가 와해되고 있는 것같다"고 지적했다. 


이날 그리스 일간지에 공개된 지난 6월 28~30일에 실시한 여론조사는 채권단의 긴축요구안에 대한 반대가 54%로 찬성(33%)보다 많았지만 자본통제 조치가 발표되기 전에 57%였던 반대가 발표 이후 46%로 떨어졌다. 특히 지난 6월 말 연금이 절반만 입금되고 현금카드가 없는 연금수급자는 연금을 찾지 못하는 등 연금수급자가 분노하면서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한편 5일 치러지는 그리스 국민투표의 합법성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1일 유럽위원회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날짜를 발표해야하는데 , 그리스의 이번 국민투표는 너무 촉박하게 정해졌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치프라스 총리는 지난 6월 27일 채권단과의 협상이 결렬되자 8일 뒤인 7월 5일 국민투표를 실시해 국민들의 의사를 묻겠다고 밝힌 바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국민투표의 위헌성 여부를 가려달라는 소송이 제기되면서, 그리스 헌법재판소가 현재 사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결은 3일 쯤 나올 예정이다. 만약 국민투표 결과 그리스 국민들이 채권단의 요구를 ‘승인’할 경우 치프라스 정권의 퇴진이 불가피하다. ‘반대’결과가 나오더라도, 치프라스 총리가 주장하듯 그리스가 보다 강력한 입장에서 협상을 이끌 수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그리스가 30일 자정(한국시간 7월 1일 오전 6시)까지 국제통화기금(IMF)에 16억 유로(약 2조원)의 채무상환에 실패함으로써 사실상 디폴트(채무상환불이행)에 직면하게 됐다. 2차 구제금융체제 역시 이 시점을 기준으로 만료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1일자 기사에서 1944년 브레턴우즈체제 출범과 함께 창설된 IMF 71년 역사상 ‘선진경제국(advanced economy)’이 채무상환에 실패하기는 그리스가 처음이며, 16억 유로 역시 IMF 역대 채무상환 실패 규모로는 최대라고 지적했다.


게리 라이스 IMF 대변인은  이날 "IMF 이사회에 그리스의 ‘체납’(arrears) 사실을 알렸다"며 "체납이 해결돼야 그리스는 IMF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스 대변인은 그리스의 채무불이행 사실을 확인하면서 그리스의 만기 연장 요청은 "적절한 시점에 IMF 이사회에 (안건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전했다.IMF는 채무 상환 실패를 디폴트가 아닌 ‘체납’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기술적 디폴트’로 부르는 것이 관례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체납 또는 기술적 디폴트와  디폴트가 용어상의 차이일 뿐이란 반응이 대부분이다.


그리스 정부는 30일 유럽안정화기구(ESM)에 2년간 국가채무 상환용 자금을 지원해달라는 ‘3차 구제금융’을 요청하고 ‘기술적 디폴트’를 막기 위해 기존 구제금융을 단기간 연장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역시 구제금융 종료에 따라서 EFSF의 분할 지원금 18억 유로는  지원하지 못하며 그리스 은행의 자본확충을 위한 109억 유로 규모의 지원도 취소된다고 밝혔다. 


그리스의 연장안을 거부한 유로존 재무장관회의는 1일 그리스 정부가 요청한 3차 구제금융 안건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유럽중앙은행(ECB)역시 이날 회의를 열어 그리스에 대한 긴급유동성지원(ELA)금액 상한 확대를 취할지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현재 그리스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유일한 생명줄인 ECB는 IMF 체납 이후에도 유동성 지원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예상했다.

  
그리스 정부가 30일 국제통화기금(IMF)에 16억 유로(약 2조원)를 상환하지 못하면서 ‘기술적 디폴트(Technical Default)’를 맞았다. 현지언론 카티메리니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는 이날 자국 중앙은행에 4억7200만 유로를 상환하기로 했던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 카티메리니는 이를 ‘쌍둥이 디폴트’로 표현했다.  

 

디폴트(채무상환불이행)와 ‘기술적 디폴트’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1일부터 공식적으로 ‘기술적 디폴트’를 맞게 된 그리스 경제는 어떤 변화를 겪게 되는 것일까.


‘기술적 디폴트’란 상환능력자체가 문제시되는 ‘무질서한 디폴트’와 달리 채권자(채권국)이 대출조건을 지키지 못할 때 발생하는 일시적인 디폴트이다. 디폴트는 민간채권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 시장의 관례이다. 특히 IMF는 ‘디폴트’ 대신  ‘체납(arrear)’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그리스가 IMF에 16억 유로를 상환하지 못했지만, 곧바로 디폴트 사태를 맞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오는 20일 유럽중앙은행(ECB)에 32억 유로를 갚지 못하게 될 때 그리스가 진정한 의미에서 디폴트에 처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30일 자정을 기준으로 구제금융체제가 만료하고 채무상환에도 실패함에 따라 그리스가 겪어야 할 고통은 엄청날 전망이다.우선 2차 구제금융 잔여분 72억 유로를 받을 수 없고,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아 국제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릴 데가 없어지게 된다. FT, 로이터, 카티메리니 등의 분석에 따르면, 그리스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으로부터 빌린 1419억 유로(약 177조 원)를 당장 갚으라는 독촉도 받게 될 전망이다.  EFSF와 IMF가 서로 연동돼있기 때문이다.IMF 채무를 갚지 못해 ‘기술적 디폴트’가 되면,동시에 EFSF 채무도 ‘기술적 디폴트’가 되는 것이다. 이를 ‘크로스 디폴트(cross default)’라고 한다.
 

그리스의 ‘기술적 디폴트’는 1일 열리는 ECB 회의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날 회의는 긴급유동성지원(ELA)금액 한도를 확대해달라는 그리스 정부의 요청을 논의하기 위해 열리는 것이다. 하지만 ECB가 기존에 그리스에 지원해준 890억 유로 전액을 상환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고 카티메리니는 지적했다


그리스는 물론 전 유럽을 전인미답의 위기 속으로 밀어넣고 있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의 ‘위험한 도박’에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치프라스 총리와 시리자 정부가 채권단의 무리한  긴축요구에 쉽게 굴복하지 않으면서 연금생활자, 저소득층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유럽연합(EU)과 유로존 회원국 정상으로서 리더십을 보여줘야할 때에 국민투표(7월 5일)란 카드를 던짐으로써 책임을 국민들에게 ‘아웃소싱’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정권 출범 당시 "더 이상의 구제금융체제는 없다"고 했던 치프라스 정부는  현 구제금융체제의 1개월간 단기 연장을 제안했다가 채권단에 거절당한 뒤, 30일 유로안정화기구(ESM)에 2년 기한의 3차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등 연이어 입장을 바꿨다. 국제통화기금(IMF)채무 16억 유로를 6월말 일괄상환하겠다고 했던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국민투표를 통해 채권단의 개혁요구안이 거부될 경우 유럽내에서 반그리스 기조가 돌이킬 수없을 정도로 악화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치프라스 총리는 협상을 강하게 밀어부칠 수있도록 반대표를 던져달라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구제금융 만료시점인 30일 자정을 불과 몇시간 앞둔 시점에서, 이번에는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이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유로그룹)에  "협상을 재개해주면 국민투표를 보류할 수도 있다"는 제안을 했다고 독일 디벨트와 AFP 통신이 보도하기도 했다 .
 

치프라스 총리와 시리자 정부의 이처럼 종잡을 수없는 행보에 EU 지도부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장 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은 언론인터뷰에서 "그리스 정부는 거짓말을 했고, 협상파트너들을 배신했으며, 유럽의 규범을 왜곡했다"며 "그리스 국민들도 진실을 알아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리스 유권자들이 국민투표에서 현명하게 판단하기를 촉구하면서 "죽음이 두렵다고 자살하려는가"라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정부의 연정파트너인 중도진보성향의 사회민주당 당수인 지그마 가브리엘 부총리조차 30일 " 그리스가 유럽의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런가하면 로이터통신은 ‘치프라스가 국민투표를 원하는 진짜 이유’란 제목의 논평에서 "치프라스는 ‘민주주의의 실천’이 목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그리스의 장기적 이익 대신 자신의 정치적 생존과 분열위기의 시리자 당 통합을 위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리스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국민이지 브뤼셀(EU 지도부)이 아니다"고 말하지만 정부가 해야할 책임을 국민들에게 아웃소싱했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채권단의 요구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후 퇴진하더라도 치프라스는 ‘민주주의 수호자’‘보통시민의 보호자’등의 타이틀을 내세우면서 정치적 입지를 유지할 수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주장했다. 
 

한편 현지언론 카티메리니는 정권 내부에서도 치프라스 총리의 극단적 정책에 대한 반대가 쏟아지고 있다고 30일 보도했다. 야니스 드라사키스 부총리,기오르고스 스타타키스 경제장관 등 각료 4명이 국민투표 실시에 강하게 반대했고,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장관 2명이 총리에게 직접 비판을 담은 서한을 보냈으며, 일부는 사임을 고려하고 있다고 카티메리니는 전했다.